매일신문

[사설] 허술한 화재 예방시설이 보여주는 대구박물관의 위상

중앙박물관 등 전국 14곳 국립박물관 중 대구박물관의 화재 방재 대책이 가장 뒤떨어진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대구를 뺀 전국 13곳 박물관은 전시관과 수장고는 물론, 복도와 상품점 등 전체가 자동화재탐지시설을 갖췄다. 반면 대구는 전시관과 수장고 이외에는 아예 살수 장치도 없거나 간이 소화기가 고작이어서 방재 대책이 허술한 박물관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대구박물관은 ‘국립’이란 말이 부끄러울 만큼 초라하다. 이런 초라한 위상의 증거는 여럿이다. 무엇보다 궁색한 살림살이가 그렇다. 지난 1994년 개관한 이후 25년 세월이 흘렀지만 관장의 직급은 4급으로, 3급인 경주·광주·전주보다도 낮다. 인력과 1년 예산도 25명에 33억원으로, 경주(48명·95억원)와 광주(33명·55억원)는 물론 전주(33명·39억원)에도 뒤진다.

중앙박물관 수준의 교육 일정과 전국 두 번째로 많은 17만 점의 유물을 갖고 있고, 30만 점 국가 귀속 발굴 문화재를 인수할 정도로 규모가 큰 박물관이지만 푸대접과 홀대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구가 절대 기준은 아니지만 250만 명 대구의 5~10%에 그치는 몇몇 지역 국립박물관과 4급지로 똑같이 취급되니 대구박물관의 위상은 초라하다 못해 차라리 비참할 지경이다.

대구의 위상이 옛날 전국 3위보다 떨어진 건 맞다. 그렇더라도 박물관의 운영 수준이나 수장 유물의 외적 규모를 따지면 현 대구박물관 위상은 심각한 문제이다. 대구박물관이 이렇게 참담할 만큼 추락한 까닭은 여럿이다. 먼저 박물관 주체의 역량 문제에다 대구 정치권과 대구시, 대구시민들의 무관심을 들지 않을 수 없다.

할 일은 분명하다. 대구박물관의 화재 방재 대책은 지난달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서둘 일이다. 대구박물관 자원에 걸맞은 위상의 등급 상향과 예산 확보도 그냥 두면 안 된다. 박물관과 정치권, 대구시와 시민이 힘을 모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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