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대구 원로 축구인 이주녕 옹의 축구 인생

해방 후 중3 때부터 선수로 인기, 80년대 한국OB축구회 선발도

2018 러시아 월드컵이 2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원로 축구인이자 축구평론가인 이주녕(90) 옹을 만났다. 아흔의 나이에도 여전히 축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있는 그의 '축구 인생'을 기고 형식으로 소개한다.(전문)

해방 후 중학교 3학년 때 축구 선수가 됐고, 당시 나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축구 실력을 인정받아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곧바로 체육 특기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인기가 좋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여학생 30, 40명이 매일 같이 나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다. 나의 일본 이름인 '아오끼' '아오끼'를 연호하며 환호했다.

그러나 이듬해 한국전쟁이 발발, 입대하게 되면서 이 생활은 끝이 났다. 제대 후 다시 학교로 돌아왔고, 군 복무를 인정받아 2년 일찍 졸업하게 됐지만 이후 16년간 교직에 몸을 담으며 축구와의 인연을 더 이어가지는 못했다.

다시 축구와 연을 맺게 된 것은 1971년. 대구문화방송국의 대표이사였던 한준우 씨의 추천으로 대한축구협회 상임부회장에 부임하게 되면서다. 이를 계기로 다시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고, 당시 한국체육장관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최고공로상을 받는 등 각 기관에서 60여개의 공로패와 감사패를 받았다.

또 매일신문을 시작으로 신문 등에 270여 차례 축구평론을 기고했고, KBS와 MBC 등 방송에도 18차례 출연해 축구 평론을 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축구 인생 최고의 기억은 대한축구협회 소속의 한국OB축구회에 들어간 것이다. 1980년에 창단한 OB축구회는 국가대표 출신과 원로 축구인으로 구성된, 말하자면 '장년층 국가대표팀'쯤 됐다.

당시 260명에 달하던 OB축구회 회원 중에서 17명을 선발해 축구 선진국인 유럽 15개국에 파견하는 프로그램이 추진 중이었는데 운 좋게도 비어 있던 골키퍼 몫으로 추천되면서 회원으로 들어가게 됐다. OB축구회 감독을 겸하고 있던 당시 할렐루야 프로축구단 한흥철 감독의 추천 덕분이었다. 예전 축구 선수 시절 전국대회에 대구 대표로 출전해 활약한 모습을 좋게 기억해준 한 감독 덕분에 행운을 누리게 됐다.

이렇게 유럽행 17인 명단에 포함됐고,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을 견학하고 친선평가전을 통해 유럽 축구를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

귀국 후 유럽 견학 당시 찍은 사진을 정리해 매일신문사 화랑에서 불우이웃돕기를 위한 축구 사진전을 두 번 열었고, 중앙공원 등에서도 사진전을 가졌다. 축구사진전을 찾아준 분들이 총 8만명에 달했고, 전시한 사진 500여 장을 판매한 수익금 당시 700만원을 모두 매일신문 등 언론사를 통해 불우이웃 가정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는 내 생애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 중 한 장면이기도 하다.

이제 나이가 많아 축구 활동을 하기 힘들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젊은 축구인이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10여년 만에 대구에서 한국 대표팀의 평가전이 열린다고 하니 가슴이 뛰고 벅차 오른다. 대구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국 대표팀의 온두라스전 승리는 물론 다음 달 개막하는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대표팀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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