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신비의 대륙 남미를 가다] <7>실로리 사막

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돌의 나무' 곧 무너질 듯 아슬아슬

풀 한 포기 찾아보기 힘든

황량한 사막에 멋진 자태

스타워즈 촬영 '달의 계곡'

모래 절벽 끝없이 펼쳐져

◆플라밍고가 춤추는 호수를 가다

우유니 소금사막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마을 산후안에서 출발한 지프는 모래밭 길을 굽이쳐 오르고 돌아서 달려간다. 이곳의 사막은 모래와 자갈과 돌들로 끝없이 펼쳐져 있고 듬성듬성 바닥에 붙어 있는 풀들도 선인장처럼 자란다. 사막의 오아시스인 호수를 찾아 가는 길에서 만나는 풍경은 참으로 다양하다.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화산과 풍부한 미네랄의 영향으로 신비한 색채를 띠는 산과, 달에 착륙한 듯 착각하게 만드는 독특한 협곡들이 곳곳에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산악지역에 들어서면 높은 산 사이에 있는 크고 작은 호수를 여러 개 보게 된다. 풀 한 포기 볼 수 없는 황량한 고원지대 여기저기 화산으로 생긴 봉우리에 쌓인 만년설들은 그림엽서를 보는 것 같다. 만년설이 녹아서 만들어진 호수의 물 색깔이 제각각 다른 것이 특징이다.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나타나는 호수는 해발 3,500m가 넘는 황량한 지역으로 사막-호수-산-만년설-구름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라구나 에디온다(Laguna Hedionda)

호수는 주변의 갈색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신비한 느낌이 든다. 호수에는 플라밍고가 무리 지어 서식하고 있다. 소금기가 있는 호수의 물과 진흙이 플라밍고가 생활하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고 한다. 조심스럽게 플라밍고 곁으로 다가가 바라보니, 가늘고 늘씬한 다리에 긴 목, 붉은 분홍빛의 탐스러운 깃털, 독특하게 중간에서 밑으로 굽은 부리가 아름답다.

해발 5,865m의 눈 덮인 활화산 오야구에(Ollague)가 멀리 눈앞에 펼쳐진다. 현재도 활동 중인 활화산으로 산 한쪽 정상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다. 난생처음 활화산 앞에 서니 긴장이 된다. 지금이라도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릴 것만 같다.

활화산을 지나면 푸른빛을 띠는 라구나 까나빠(Laguna Canapa) 호수가 나타난다. 호수 둘레로 하얀 소금 띠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생물이 생존하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환경인데도 플라밍고 무리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살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달리는 차창으로 스쳐가는 호수들이 형형색색 다채롭다. 호수가 어떤 미네랄 성분을 품고 있는지에 따라 파란색, 연두색, 붉은색 등으로 호수 색이 바뀌는데 마치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하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사막 길을 달리다 보면 돌과 흙과 갈색 산으로 이루어진 실로리(Sillori) 사막과 만나게 된다. 풀 한 포기조차 찾아보기 힘든 황량한 사막이다. 바위들은 오랜 세월동안 세찬 바람에 섞인 모래들에게 조각된 듯 기묘한 모양을 하고 한다. 최고의 걸작으로는 볼리비아 관광 책자를 장식하는 '돌의 나무'(Arbol de piedrra)이다. 버섯 모양의 이 바위는 세찬 바람으로 인해 아랫부분이 심하게 깎여나가 곧 무너질 것 같은데도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마치 모래사막에서 자라 수백 년을 살아가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석양이 호수에 내려앉을 때쯤 숙소가 있는 해발 4,500m의 붉은 호수 라구나 콜로라다(Laguna Cololorada)

에 도착했다. 호수는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띠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무지개 색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호수다. 붉은 호수에서 분홍빛의 안데스 플라밍고 무리와 해발 5,930m의 리칸카부르(licancabur) 화산 위에 덮인 만년설의 절묘한 풍경에 잠시 넋을 빼앗겼다. 자연은 어쩌자고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를 붉은색으로 오염해 놓았을까?

사막의 간헐천 모습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좋다고 해서 이른 새벽에 출발했다.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눈 쌓인 산을 올라가서 도착한 곳은 솔 데 마냐나(Sol de Manana, 아침의 태양) 간헐천이다. 새벽 여명과 함께 굉음을 내며 분출하는 화산 수증기로 주변은 안개 속에 갇힌 듯하다. 강한 유황 냄새와 함께 800℃가 넘는 용암이 눈앞에서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모습이 살아 숨 쉬는 지구의 속내를 보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삶의 무게와 여행의 피로로 지친 몸을 노상 온천에 담그며 환상적인 일출을 보기 위해 테르마스 데 찰비리 (Termas de Chalviri) 호수로 바쁜 걸음을 옮겼다. 안데스 플라밍고 무리가 붉게 물들인 호수 위로 떠오르는 강렬한 붉은 태양빛이 더해져 가슴에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심어주었다.

◆사막의 오아시스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

걸어서 볼리비아 국경을 넘어 칠레로 쉽게 입국하였다. 남미에서 못사는 나라에 속하는 볼리비아 국경을 넘어 잘사는 나라 칠레로 들어옴을 바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잘 포장된 도로였다. 그동안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에서 얼마나 많이 시달렸던지 포장이 잘된 도로 위를 달리니까 날아가는 듯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척박한 땅 '아타카마 사막'의 북쪽 끝에 있는 오아시스 마을로 갔다. 언덕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끝없는 붉은 사막지대에 한 줌밖에 안 되는 녹음이 살포시 내려앉은 모습이다. 생각보다 작은 이 마을은 여행자의 보금자리인 해발 2,440m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San Pedro de Atacama)이다.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지대라고 해서 풀과 나무가 거의 없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푸름을 자랑하는 나무들과 단층 흙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원래는 목동들이 잠시 쉬어가는 작고 초라한 마을이었으나 우유니 사막과 아타카마 사막을 연결하는 자리에 있어 몇 년 만에 유명 관광지로 성장하게 되었다.

아타카마 사막은 지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사막이자 메마른 사막으로 10만㎢가 넘는 광활한 지역이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황량한 모래 사막만 있을 것 같지만 자연은 아타카마 사막을 다양하고 웅장한 모습으로 꾸며 놓았다. 아타카마 사막에서 가장 잘 알려진 지역은 영화 '스타워즈'를 촬영한 '달의 계곡'(Valle de Luna)이다. 모래로 조각한 듯한 절벽이 끝없이 펼쳐지고 황토색 모래 사이로 검은 모래가 또다시 급류를 형성해 마치 사막 한가운데 검은 강이 흐르는 것 같다.

달의 계곡에서는 보통 1∼2월에 20일가량 비가 내리는데 빗물이 모여 흘러가며 만든 흔적이 1년가량 그대로 남아 있다. 기암괴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굴곡진 암석 사이에 하얗게 굳어진 소금을 볼 수 있다. 최대 모래 언덕인 두나 마요르(Duna Mayor)는 높이가 약 300m 정도로 꼭대기에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달의 계곡 투어는 붉은 흙으로 이루어진 산과 계곡들뿐만 아니라 천연소금과 흙으로 이루어진 광활한 계곡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사구와 사암 절벽 사이의 좁은 길을 걷다 보면 마치 달 표면을 걷는 듯 황량하면서도 신기롭다.

일몰을 보기 위해 달의 계곡에서 빠져 나와 선셋 포인트(Sunset Point)로 갔다. 빌딩 숲 사이로 지는 석양만 보다가 높다란 모래 언덕 위에서 하늘과 안데스 산맥을 장엄하고 광활하게 붉게 물들이며 지는 태양의 모습 앞에서 외마디 감탄조차 낼 수가 없었다. 푸른 별 지구를 떠나 달의 행성에 와 있는 것 같다. 어둠이 점점 내려앉는 달의 계곡을 말없이 바라보며 위대한 자연의 힘에 그저 경이로움과 감탄을 표할 뿐이다. 노을 지는 달의 계곡, 나는 지금도 그곳을 떠올린다.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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