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울산서 즐기는 '장미의 향연'

장미만 보고 그냥 가면 섭섭하죠, 울산의 또 다른 명소들

울산대공원 장미원 초엽부터 마음을 앗아간 '자르딘 드 프랑스'. 생기가 넘치는 우아한 자태의 꽃 사이로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이 줄지어 걸어가고 있다. 이채근 선임기자 mincho@msnet.co.kr 울산대공원 장미원 초엽부터 마음을 앗아간 '자르딘 드 프랑스'. 생기가 넘치는 우아한 자태의 꽃 사이로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이 줄지어 걸어가고 있다. 이채근 선임기자 mincho@msnet.co.kr
울산대공원 장미원에 만들어진 장미터널. 갖가지 색상의 장미로 터널을 만들어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도 있다. 울산대공원 장미원에 만들어진 장미터널. 갖가지 색상의 장미로 터널을 만들어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도 있다.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태화교와 삼호교 사이에 형성된 대나무 밭은 길쭉길쭉한 대나무 사이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바람과 대숲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노래를 들으며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태화교와 삼호교 사이에 형성된 대나무 밭은 길쭉길쭉한 대나무 사이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바람과 대숲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노래를 들으며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울산 대왕암공원은 우리나라 동남단에서 동해쪽으로 가장 뾰족하게 나온 부분 끝지점에 위치해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바닷가 명소다. 울산 대왕암공원은 우리나라 동남단에서 동해쪽으로 가장 뾰족하게 나온 부분 끝지점에 위치해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바닷가 명소다.

바야흐로 장미의 계절이다. 조금 덥기까지 한 5월이 '계절의 여왕'으로 칭송받는 데는 이맘때 만개하는 장미의 영향이 클 것이다. 사랑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꽃 중의 하나인 장미가 우리 삶의 현장 곳곳을 물들이는 시기가 바로 이맘때다.

풋풋한 신록이 싱그러운 봄 햇살을 받아 녹음을 더해가는 5월, 아파트 담장 혹은 출근길 골목길을 붉게 수놓은 덩굴장미를 보면 괜스레 마음도 함께 붉어진다. 흐드러지게 핀 꽃망울에 영롱한 아침이슬이라도 맺혀 빛을 발하면 우중충하던 회색빛 도시마저 온통 장밋빛으로 물드는 기분이다.

고대부터 미와 사랑, 순결, 기쁨과 청춘의 상징이었던 장미. 로즈(Rose)는 미의 여신 비너스가 그리스의 남동부에 자리한 로도스(Rodhos)섬에 씨를 뿌렸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꽃 중의 꽃'으로 칭송받는 장미의 진정한 매력 포인트는 '도도함'에 있다. 장미는 누구라도 매혹되지 않을 수 없는 농염한 자태를 가졌지만, 함부로 꺾을 수 없는 가시를 품고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끔 유혹하지만 치명적인 가시를 세워 자존심을 지킨다. 스스로 꽃잎을 떨구지 않는 한 누구도 그의 성역을 침범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묘한 매력에 수많은 시인과 예술가들이 앞다퉈 장미를 칭송했는지도 모르겠다.

전국이 장미 축제로 화려하게 물드는 시기, 300만 송이 장미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울산대공원 내 장미원을 찾았다. 울산은 흔히 공업도시로 인식되지만 곳곳에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 온전히 하루를 보내기 손색없는 곳이다.

◆색감에 취하고, 향기에 취하는 파라다이스

울산대공원 장미원에 들어서자 눈보다 코가 먼저 반응했다. 향수보다 더 짙은 장미 향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코를 간지럽혔다. 흐린 날씨에 공기들이 낮게 내리깔리며 향기를 더욱 짙고 강하게 느끼도록 만들어 준 것이리라.

눈앞에 펼쳐진 색색깔 장미의 모습에 짙은 향기까지 더해지자 순간 정신마저 몽롱해지며 온몸이 붕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장미 향이 여성의 기분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어 예로부터 향수의 원료로 쓰였다고 하지 않던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소설 향수에서는 장미꽃 1만 송이를 솥에 끓이면 한 방울의 오일이 나온다고 했다. 주인공인 '그르누이'가 광적으로 집착해 살인을 마다치 않을 정도로 미치도록 고혹적인 향이다. 날씨가 쾌청하지 않아 못내 아쉬웠던 취재 일정이 갑자기 고마움으로 바뀌는 반전의 순간이었다.

그레이스 켈리 봉헌 '프린세스 드 모나코'

생기 넘치는 담핑크빛 '자르딘 드 프랑스'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흔히 장미하면 붉은색을 떠올리지만 사실 장미의 색깔은 다양하다. 빨간 장미도 단순히 한 가지 색이 아니다. 핏빛처럼 검붉은 레드 장미에서부터, 밝고 화사한 루비 같은 색감을 뽐내는 장미도 있고, 그 외에도 흰색, 분홍색, 노란색, 주황색 등 다양한 장미를 울산 장미원에서 만날 수 있다.

보기만 해도 누구나 '사랑'과 '정열'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붉은 장미가 여러 가지 색상 중 장미의 대표색이 된 것은 단순히 색채가 강렬해서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역사적 사연이 숨어있다. 15~16세기 영국에서 30여 년간 계속된 일명 '장미 전쟁'에서 붉은 장미를 가문의 문장으로 쓰는 랭커스터 가문이 승리하고 튜더 왕조를 열면서 붉은 장미가 장미의 종주국인 영국의 상징 및 국화가 됐다. 만약 흰 장미를 문장으로 썼던 요크 가문이 전쟁에 승리했다면 우리는 흰 장미를 먼저 떠올리지 않았을까.

◆올해 장미축제는 '러브 스토리 인 울산'

올해 12회째를 맞이한 장미축제는 '러브 스토리 인 울산'을 주제로 27일까지 4만5천㎥ 면적의 울산대공원 장미원과 남문광장 일대에서 열린다. 265종 5만7천여 본의 장미 군락은 이번 주말 개화율이 80~90%까지 치솟으면서 환상적인 풍경을 선보일 전망이다.

울산 장미축제에서는 전 세계 유명한 장미 품종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각 장미 군락마다 이름표가 달려있어 비교해 감상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쩜 저리 저마다의 꽃모양과 빛깔에 꼭 맞아 떨어지는 이름을 붙였을까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프린세스 드 모나코'는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에게 봉헌한 장미로 1983년 몬자 세계 콩쿠르에서 우승한 품종이고, 밝은 톤의 붉은 홑겹의 꽃잎 가운데 노란색이 조화롭게 물든 '칵테일'은 그라데이션된 한 잔의 칵테일 '데낄라 선라이즈'를 연상시키는 자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날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꽃은 장미원 초입부터 마음을 앗아간 '자르딘 드 프랑스'였다. 맨 처음 눈길을 준 꽃이어서일까. 자르딘 드 프랑스는 생기가 넘쳐 단단해보이는 싱그러운 분홍색의 꽃잎이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적당히 어우러져 있었다. 화사한 담핑크색으로 물든 색상도 우아함의 극치다. 정말 '프랑스의 정원'이라는 이름이 무색지 않은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꼭 한번 눈여겨볼 것을 권한다.

장미 축제는 단순히 꽃만 구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장미 축제는 로즈밸리 콘서트, 러브뮤직 콘서트, 게릴라 퍼포먼스, 러브 스토리 인형극 등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특히 26일 오후 8시에는 그룹 '부활' 콘서트, 28일에는 김범수와 뉴프라임팝스 오케스트라의 '사랑의 영화음악회'가 펼쳐진다.

장미원이 들어서 있는 울산대공원은 SK에너지가 조성해 울산에 무상기부한 것이다. 총면적이 무려 369만㎡로 미국 맨해튼의 센트럴파크(340㎡)보다 큰 도심 공원이다. 도심 공원으로는 국내에서도 가장 넓다. 부지는 울산시가 매입했고, 여기에다 SK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1천20억원을 투입해 공원을 조성했다. 이 드넓은 공원 하나로 7대 도시 중 공원 면적이 꼴찌였던 울산이 단숨에 1위로 훌쩍 올라설 수 있었다고 한다.

장미원을 돌아본 후에는 울산대공원 곳곳을 걸어볼 것을 권한다. 장미원은 울산대공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만큼 상당히 규모가 큰 공원이기 때문이다. 최근 개방한 메타세쿼이아 길과 느티나무 산책로 등 숲속 산책로, 나비식물원, 작은 동물원, 자연학습원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어 자연의 품에서 하루를 즐기기에 좋다.

◆ 태화강대공원

竹입니다 태화강 십리대밭길, 바람과 대숲이 만들어낸 자연의 노래에 절로 힐링

태화강은 백운산에서 발원해 울산의 중심을 가로지르며 동해안으로 유입되는 강으로, 울산인의 삶과 역사가 함께하는 곳이다. 이곳이 생태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최근에는 SNS 명소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특히 태화강 십리대밭길은 일상에 찌든 마음을 내려놓고 쉼표를 채울 수 있는 최고의 힐링 장소다. 이곳에서라면 어느 순간 회오리 바람처럼 일어나 마음을 헤집어놓는 수많은 내면의 소리를 모두 뱉어내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바람결에 모두 흘려보내고 포근히 날 감싸줄 것만 같다.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태화교와 삼호교 사이에 형성된 대나무 밭은 일제강점기에 잦은 홍수 범람으로 농경지 피해가 많아지자 홍수 방지용으로 대나무를 심으면서 조성된 것이라 한다. 길쭉길쭉한 대나무 사이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바람과 대숲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노래를 들으며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대나무에는 몸에 좋은 음이온이 많아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탁월하며, 공기정화력도 좋아 요즘같이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에 상쾌한 공기를 폐부 가득히 듬뿍 마셔볼 수 있다.

최근 정원박람회가 끝나면서 태화강변에는 아직 바다처럼 너울거리는 꽃밭이 펼쳐져 있다. 지금은 양귀비 철로, 붉은 꽃양귀비가 푸른 빛의 수레국화와 조화롭게 하늘거리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워낙 넓으니 자전거를 렌트해 돌아봐도 좋다.

◆울산 대왕암공원

王입니다 문무왕 왕비가 잠든 대왕암, 수천 덩어리 돌들이 이룬 기암괴석 환상적

울산 대왕암공원은 우리나라 동남단에서 동해쪽으로 가장 뾰족하게 나온 부분 끝지점에 위치해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바닷가 명소다.

휘몰아치는 바람 속, 울창한 송림을 10여 분 정도 걸어가 울기등대를 지나치니 검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그리고 그 앞 다리로 연결된 거대한 바위가 있는데, 이곳을 '대왕암'이라고 부른다. 조금 더 느리게 걷고 싶다면 투박한 숲길을 걸어 해안 산책로를 따라 대왕암에 닿을 수도 있다.

수백, 수천 덩어리의 돌들이 하나의 무더기를 이루는 듯한, 혹은 칼로 수없이 할퀴어놓은 형상의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대왕암이 눈앞에 펼쳐진다. 조금 높은 곳에 올라 셔터를 누르니 그야말로 환상이다. 바위를 삼킬 듯 거센 파도가 수없이 몰려와 하얀 거품을 만들어내며 매섭게 바위를 때리지만, 끄떡없이 1천500년이 넘는 세월을 굳건히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다.

대왕암이라는 명칭을 들으면 맨 먼저 경주 문무대왕릉을 떠올리게 된다. 삼국통일을 완성한 신라 30대 문무왕은 경주 양북면 앞바다 바위(문무대왕릉) 아래 묻혔고, 문무왕 왕비는 세상을 떠난 뒤 울산 앞바다 큰 바위 아래 잠겼다고 전해지는 데서

'대왕암'이라 불린다고 한다.

이곳은 30년 전만 해도 울산 초중고등학생들의 단골 소풍 장소였고, 여름에는 인근 일산해수욕장과 더불어 대표적인 피서지였다. 동해안에서 처음 설치된 울기등대가 있어 울기공원으로 불리던 이곳은 2004년 울산시가 주변을 정비하고 공원을 조성하면서 대왕암공원으로 명칭을 바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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