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공간 書院] 만인의 청원 '만인소'(萬人疏)

유생 1만여명의 목숨 건 연명…여론 정책화 위한 집단 지성

만인소 운동은 현대사회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2010년 평생학습센터 건립을 촉구하는 '안동 만인소'(사진)와 2013년 4월 경북도청 신청사에 얹을 '기와 만인소' 등이 만인소 운동을 이어갔다. 엄재진 기자 만인소 운동은 현대사회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2010년 평생학습센터 건립을 촉구하는 '안동 만인소'(사진)와 2013년 4월 경북도청 신청사에 얹을 '기와 만인소' 등이 만인소 운동을 이어갔다. 엄재진 기자
조선시대 만여명에 달하는 선비들이 목숨을 걸고 왕에게 청원한 상소문 '만인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위원회 광주 총회 기간인 오는 30일쯤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 목록에 등재여부가 결정된다. 이번에 등재 신청된 만인소는 현존하는 '사도세자 추존 만인소'와 '복제 개혁 반대 만인소'(사진) 등 2종이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조선시대 만여명에 달하는 선비들이 목숨을 걸고 왕에게 청원한 상소문 '만인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위원회 광주 총회 기간인 오는 30일쯤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 목록에 등재여부가 결정된다. 이번에 등재 신청된 만인소는 현존하는 '사도세자 추존 만인소'와 '복제 개혁 반대 만인소'(사진) 등 2종이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만인소'(萬人疏), 1만 명이 연명해 올린 상소다. 조선시대 1만여 명에 달하는 선비들이 목숨을 걸고 왕에게 청원한 상소문이다. 이는 당시 여론을 하나의 문서로 만들어 정책에 반영시키려 했던 거대한 '언론' '운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18, 19세기에 집중돼 만들어 낸 '만인소'가 '유교책판'과 '한국의 편액'에 이어 또 하나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6월 1일 '한국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 개소식을 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위원회'(MOWCAP) 광주 총회에 참석하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기록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안동 문화유산을 홍보하는 기회로 만든다.

◆1만 명 집단 지성의 산물, '만인의 청원, 만인소'

지난해 6월 조선시대 재야 유교 지식인들의 청원서로, 1만여 명의 연명으로 이뤄진 집단 지성의 결과물인 '만인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 목록 등재를 위한 국내 후보로 선정됐다.

'만인소'의 아·태지역 목록 등재 여부는 28일부터 31일까지 광주에서 열리는 MOWCAP 총회에서 결정된다. 세계기록유산 '유교책판'과 아·태 기록유산 '한국의 편액'에 이은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총회에서 한 차례 홍보를 거치게 되며 30일쯤 결정될 전망이다.

이상호 한국국학진흥원 기록유산센터장은 "문화재청은 2019년에 등재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대상 2종과 2018년에 등재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 등재 대상 2종을 선정해서 발표했다"며 "한국국학진흥원이 신청한 '만인의 청원, 만인소'가 포함돼, 광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 기록유산 총회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고 했다.

만인소 운동은 1792년(정조 16)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사도세자의 신원을 위해 시작된 이후 19세기 말까지 모두 7차례 진행됐다. 이 가운데 만인소 원본이 남아 있는 것은 1855년(철종 6) 사도세자를 왕으로 추존해 달라는 내용의 '사도세자 추존 만인소'(1만94명 연명)와 1884년(고종 21) 넓은 소매 옷 등을 금지한 복제 개혁을 재고해 달라는 내용의 '복제 개혁 반대 만인소'(8천849명 연명)뿐이다. 이 2종의 만인소는 각각 '도산서원'과 '옥산서원'에 소장돼 있다가 지금은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보존·관리하고 있다.

'사도세자 추존 만인소'는 1855년 1월, 안동 병산서원과 호계서원에서는 정조 이후 처음으로 장헌세자 존호와 관련 도산서원 '유회'(儒會)가 제안되면서 시작됐다. 도산서원은 같은 해 1월 27일 사도세자의 신원과 추존을 상소하는 모임을 가졌다. 도산서원에는 90여 명의 유생이 모였으며, 퇴계 선생의 후손인 소계 이휘병을 '소두'(疏頭)로 선발했다.

이후 영남 유생들의 회합과 문경 출발, 한양 도착과 '영남소청' 설치, 일주일간의 소지 작성과 상소 과정, 왕명을 받들었던 5월 16일까지 숱한 우여곡절과 몇 차례의 물러남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상소인들의 처벌을 둘러싼 조정 논란이 야기됐으며, 철종은 결국 영남인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도 특별히 불문에 부쳤다.

◆만인소 운동, 현대사회 지향하는 민주적 절차 중시

7차례의 '만인소' 가운데 5차례의 상소운동을 영남지역을 근거로 했던 영남유생들이 주도했다. 첫 만인소는 '사도세자 신원 만인소'(1792년·정조 16)로 2차에 걸쳐 모두 2만425명이 참여했다. 호계·병산·도산서원 등 안동지역 서원에서 상소운동이 시작됐다.

'서얼 차별 철폐 만인소'(1823년·순조 23)는 9천996명, '사도세자 추존 만인소'(1855년·철종 6)는 1만94명이 연명했다. 또, '서원 훼철 반대 만인소'(1871년·고종 8)는 1만27명, '대원군 봉환 만인소'(1875년·고종 12)와 '척사 만인소'(1880년·고종 17)가 실천됐다. 마지막으로 '복제 개혁 반대 만인소'(1884년·고종 21)에는 8천849명의 영남 유생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전해오는 '사도세자 추존 만인소'와 '복제 개혁 반대 만인소'가 유네스코 기록유산 아·태지역 목록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만인소의 아·태지역 목록 등재가 최종 결정되면, 세계기록유산인 '유교책판'과 한국 최초 아·태 기록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편액'을 비롯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관련 기록물 3종을 보유한 기관이 된다.

또, 지난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대구국채보상운동기념' 관련 문건 가운데 50여 건의 원본자료도 보유하고 있어 모두 4가지의 세계기록유산물을 지닌 국내 세계기록유산 메카로 자리매김한다.

특히, 한국국학진흥원은 우리나라 세계기록유산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 세계기록유산 지식센터' 유치, 안동시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기록유산 전시체험관' 건립 등 국내 세계기록유산 으뜸 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관리 중인 10개 기관들과 함께 다자간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들 기관은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보존 및 활용을 위한 공동 노력,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가치를 드높이고 이해를 제고할 수 있는 공동사업 기획 및 추진 등을 함께하기로 했다.

이용두 한국국학진흥원장은 "만인소 운동은 현대사회가 지향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했다. 또, 자발적 참여와 투표 등 효율적 업무수행, 책임성 등 재야 유교 지식인들이 현대사회가 지향하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진행했다는 데 현대적 의미가 있다"며 "국학진흥원은 앞으로 '만인소'와 함께 소청하기까지 서원 간 통문과 '소청일기' 등 숱하게 전해오는 관련 자료를 포함한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라 했다.

AD

관련기사

최신기사

기획 & 시리즈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