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의 자전거로 떠나는 일본 여행] <15>日 자전거 일주 3500km, 반환점을 돌아서

둘레 240km 日 최대 '비와코호수' 해돋이 해넘이 광경 일품

비와코 호수 비와코 호수

2017년 10월부터 호기롭게 시작한 일본열도 자전거일주 3천500㎞ 도전이 제법 의미 있는 스토리를 써 가고 있다. 시간으로는 이미 7개월을 지났고, 누적 라이딩 2천㎞. 열차, 버스, 페리 등 현지 교통 이용 약 2천500㎞ 등 도합 약 4천500㎞의 머나먼 장도를 이어왔다. 목적한 일본 자전거 지도 만들기도 제법 틀을 갖추어간다.

혼슈(本州)의 자전거 성지라 알려진 히로시마(広島), 섬 지역들, 시코쿠(四国) 일대를 시작으로 규슈(九州)의 최남단, 동서지역, 오키나와(沖繩)까지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왔다. 일상 생계를 팽개칠 수 없으니 수시로 짬을 이용하여 이어달리기하듯 일본 땅을 오간 것이 벌써 십수 차례를 훌쩍 넘어간다. 때론,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모를 정도로 착각에 빠져 주행 방향조차 헷갈려 종종 부딪히는 실수도 범하곤 한다.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많았지만 다행히 별 탈 없이 잘 해왔다.

비와코 호수 지나는 길에는 아름다운 광경이 게속 펼쳐진다. 비와코 호수 지나는 길에는 아름다운 광경이 게속 펼쳐진다.

우리네 정서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땅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 그러하듯 일본인들도 도토리 키 재기 식으로 그렇고 그렇게 살아들 가는 현장을 보았다. '친절·배려·참기'에 도가 턴 그들이지만 한 꺼풀만 벗기면 지독한 '외로움' '찌듦' '안간힘'이 물씬 배어 나옴을 숨기지 못한다. 자전거 두 바퀴는 무심코 스쳐 지나치기 십상인 곳곳의 숨겨진 흔적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속깊게 느끼기에 으뜸이다. 일본 끝, 삿포로 라이딩을 마치게 되는 날 삶은 또 다른 의미를 주리라. 얄팍했던 내 삶에 진한 덧칠이 덧씌워질 것이다.

◆전통과 상인의 지역 간사이(関西)를 찾아서

규슈(九州) 라이딩 900㎞를 마치고, 일본의 전통과 상혼(商魂)이 담겨있는 간사이(関西) 지방으로 간다. 상인의 도시 오사카(大阪), 역사의 도시 교토(京都)·나라(奈良), 산업 도시 고베(神戶)를 거쳐 척박하게 버려져 피해의식에 시달려온 와카야마(和歌山) , 눈부신 해안선을 자랑하는 시라하마(白濱)를 거쳐 불교 성지인 고야산(高野山)까지의 여정이다.

간사이 지역은 어디를 가든 여행객들로 북적댄다. 그중 한국인들이 단연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한다. 잘 준비된 관광 인프라와 볼거리, 풍부한 먹거리 덕택에 이 지역을 찾는 한국인들이 시간을 거듭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항공사들도 앞다퉈 노선을 증편하고 있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부산에서 오사카로 향하는 '팬스타'(Fan star) 페리를 여유롭게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지 이동 시 교통패스를 이용하면 저렴하고 알찬 일정 짜기도 가능하다. 간사이 지역의 대다수는 도심지 라이딩과 관광의 복합적인 재미가 쏠쏠하다.

◆천년 고도 교토(京都) 그리고 비와코호수(琵琶湖)

자그마한 시골도시인 히가시오미시에는 재즈 패스티벌이 매년 벌어진다. 자그마한 시골도시인 히가시오미시에는 재즈 패스티벌이 매년 벌어진다.

간사이 지역의 라이딩은 교토에서 시작한다. 교토는 일본 최고의 역사, 관광도시이다. 연평균 방문객이 5천700만 명으로 세계10대 관광도시의 선두를 다툰다. 대구가 벤치마킹해야 할 도시이다. 어디를 가나 관광객들로 어깨가 부딪힐 지경이다.

교토 라이딩의 백미는 단연 '비와코호수'(琵琶湖)이다. 천년 고도 교토의 다양한 볼거리에 덧붙여 비와코호수의 낭만은 화룡점정이다. 비와호 또는 비와코호수로 불리는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로 마치 바다와 같다. 둘레가 240㎞ 정도로 비와코대교(레인보우대교)를 중심으로 북호, 남호로 나누어진다. 하루에 라이딩하기에는 턱없는 규모다. 비와코는 사계절 내내 그림 같은 곳이다. 요즘처럼 더워지는 철이면 호수를 따라 다양한 놀이들을 할 수 있다. 주말이면 각종 행사들로 북적인다. 비 오는 날 비와코의 운무 낀 광경은 일품이다. 일몰·일출 시 최고의 감동을 선사함은 당연하다.

◆비와코 라이딩의 출발점 '나가하마시'(長浜市)

간사이국제공항 도착 후 두 번이나 열차를 바꿔 타고 비와코의 북단에 위치한 '나가하마'(長浜)로 간다. 매년 5월, 비와코 라이딩 일주 148㎞ 대회가 개최되는 곳이 나가하마이다. 간사이국제공항에서 약 210㎞ 떨어진 곳이다. 비와코의 핵심을 볼 수 있는 70㎞ 라이딩에 나선다.

'나가하마성'(長浜城)이 출발점이다. 호수를 곁눈질하며 신나게 페달링하는 즐거움에 피곤함을 모른다. 업다운이 없어 큰 무리도 없다. 몰려나온 라이더 무리들과 눈 인사를 연신 주고받는다. 나가하마에서 첫 목적지인 '히코네성'(彦根城)까지는 약 15㎞로 금방이다.

1607년에 완공된 히코네성은 일본 5대 국보성에 속할 정도로 아름다움이 극치를 이룬다. 성 주위 넓은 해자(성곽이나 고분의 둘레를 감싼 도랑)를 한 바퀴 돌다 보면 여느 일본 성과는 달리 지그재그식의 정원과 울창한 숲, 푸근한 다리들이 독특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넉넉한 시간을 할애하여 둘러보기에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곳이다. 촉박한 시간 탓에 천수각(天守閣)은 생략하고 성 주위의 매화숲길을 라이딩한다. 찌를 듯한 숲의 향연이 신비감마저 준다.

숙소로 잡아둔 한적한 시골 마을 '히가시오미시'(東近江市)로 향한다. 25㎞ 정도 달려야 한다. 때마침 주말을 맞이하여 재즈 축제가 한창이다. 시청사, 역 주변 도로를 막고 무대 꾸미기에 바쁘다. 색다른 재미에 기웃기웃댄다. 자그마한 시골 도시는 재즈와 비와코를 주제로 열기가 넘친다. 역 주변의 숙소에서 하룻밤 쉰다.

◆비와코대교를 넘어 오츠(大津), 교토시(京都市)로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다. 오후 늦지 않은 시간에 교토 시가지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미하치만시를 거쳐 다시 비와코 자전거 길에 들어섰다. 비와코 길은 캠핑장, 가족 단위 소규모 나들이 행렬들, 낚시꾼들, 윈드서핑 등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이들, 삼삼오오 짝을 이룬 데이트족들, 무엇보다 라이딩에 열을 올리는 자전거족 등 다양한 사람의 무리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짬짬이 그들이 비와코를 즐기는 것을 엿보기도 한다. 비와코 자전거 길은 단순하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그냥 호수 길을 따라 달리면 된다. 이윽고 비와코를 남북으로 가르는 1.5㎞ 비와코대교를 넘는다.

오츠시까지 약 15㎞, 오츠시에서 교토는 12㎞ 남짓이다. 금방 갈 듯했던 교토행이 언덕길을 서너 개 넘어야 해서 시간이 지체된다. 드디어 천년 고도 교토(京都)에 자전거로 왔다.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toursk@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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