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밀양, 아리랑愛 물든다

볼거리 다양한 5월의 밀양

영남루 왼편 능파당에서 바라본 본루의 모습. 하늘로 살포시 솟아오른 처마의 곡선이 아름답다. 영남루 왼편 능파당에서 바라본 본루의 모습. 하늘로 살포시 솟아오른 처마의 곡선이 아름답다.
색색의 경관 조명으로 단장한 영남루의 야경은 밀양 8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힌다. 색색의 경관 조명으로 단장한 영남루의 야경은 밀양 8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힌다.
표충사 사천왕문에서 바라본 수충루. 표충사 사천왕문에서 바라본 수충루.
표충사(왼쪽 위). 왕이 양민을 위한다는 뜻에서 못을 만들고 나무를 심은 위양지.위양지에 반영된 이팝나무와 완재정이 이채로워 전국의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는다.(왼쪽 아래) 표충사(왼쪽 위). 왕이 양민을 위한다는 뜻에서 못을 만들고 나무를 심은 위양지.위양지에 반영된 이팝나무와 완재정이 이채로워 전국의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는다.(왼쪽 아래)

'조선 3대 누각'으로 꼽히는 영남루

굽이치는 밀양강 절벽에 우뚝 솟아

색색의 경관 조명 밝힌 야경도 절경

경남 밀양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밀양아리랑'과 '영남루'이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라고 구성진 목소리로 내지르듯 부르는 밀양아리랑에는 밀양 부사의 딸 '아랑'과 관련한 설화가 얽혀 있으며, 이 설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곳이 바로 영남루다.

영남루는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조선의 3대 누각으로 꼽힌다. 밀양강 절벽 위에 높게 자리 잡아 밀양 땅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푸르르게 흐르는 밀양강의 굽이치는 물결과 함께, 멀리 지나는 경부선 철로와 고속도로의 모습, 그리고 밀양의 안산이자 진달래로 유명한 종남산, 덕대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하나의 프레임에 길게 펼쳐진다.

영남루는 낮의 풍경도 시원하지만, 밤의 야경은 더욱 아름답다. 여러 가지 색색의 경관 조명으로 단장해 아름답게 빛나는 영남루의 모습은 잔잔한 밀양강 물 위에 또 하나의 반영을 만들어내며 살포시 일렁인다. 이 때문에 밀양강 다리 건너편에서 바라본 영남루의 야경은 밀양 8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힌다.

대구와 부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밀양은 오랫동안 교통의 요충지이자, 우리 농업의 중심지로 꼽혀왔다. 낙동강과 밀양강 주변에 고루 발달한 기름진 평야를 끼고 있어 한때 신공항 후보지로 대두되기도 했을 정도로 드넓은 논밭이 펼쳐진다. 여기에다 장쾌한 영남알프스의 산줄기까지 함께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밀양에서는 17일부터 20일까지 밀양아리랑대축제가 열려 여러 가지 볼거리에 즐길 거리까지 더한다. 대구에서 1시간 남짓 거리인 가까운 밀양 땅에서 계절의 여왕 5월을 만끽해보자.

◆고색창연한 영남루

영남루는 누각치고는 꽤 큰 위용을 자랑한다. 늘 지나치며 바라보기만 했던 영남루에 난생처음 발을 디뎠다. 손때가 타 반질반질한 마룻바닥 나뭇결이 오랜 세월의 흔적을 드러내 주며 마치 어릴 적 할머니집 대청마루에 올라앉은 것 같은 정감을 준다.

영남루에서 내다본 탁 트인 밀양강과 시내의 풍경은 가슴을 뻥 뚫어주는 느낌이었다. 오월의 싱그러운 초록잎과, 봄비 뒤 미세먼지가 걷히면서 가을을 방불케 할 만큼 파란 하늘, 그리고 점점이 떠 있는 구름과 흐르는 강물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반짝거렸다. 너른 대청마루를 밟고 서서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왜 내로라하는 수많은 문장가들이 영남루에서 시를 읊을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영남루 마당에는 영남루의 비경을 칭송하는 여러 가지 옛 시들이 전시돼 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니 빛바랜 단청들이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역시 새롭게 칠해져 원색을 그대로 드러내는 단청보다는 오래돼 빛바랜 단청이 한층 더 고즈넉한 느낌을 더한다. 각자의 서체를 서로 뽐내기라도 하듯 여러 개 걸려 있는 편액을 비교해 보는 것도 영남루를 즐기는 묘미다.

특히 2층 마루 천장에 걸린 '嶺南樓'(영남루)와 '嶺南第一樓'(영남제일루)라는 두 개의 편액이 눈을 사로잡는다. 잠시 자리를 비운 문화해설사를 대신해 관광객 도우미를 자청한 경비원 아저씨가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영남루에 대한 갖가지 설명을 들려줬다. 앞의 편액은 일곱 살짜리의 글씨고, 뒤의 편액은 열한 살짜리 아이의 글씨라고 했다. 영남루를 중수할 당시 밀양 부사로 있던 이인재의 첫째 아들인 이증석과 둘째 아들 이현석이 각각 쓴 것으로 두 작품 모두 어린아이의 글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이 넘쳤다.

영남루는 원래 경덕왕 시절 신라 5대 사찰 중 하나로 손꼽혔던 영남사가 있던 곳이다. 절이 고려 말에 폐사되고 1365년 현재와 같은 크기의 누각이 지어졌지만 화재로 여러 차례 훼손되기를 반복하다가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헌종 10년인 1884년 중건한 것이다.

현재 밀양시민들은 영남루의 국보 승격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해방이 되면서 영남루는 국보 제254호로 등재됐지만, 1961년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문화재법 개정으로 보물로 격하한 아픈 사연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10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무형문화재 상설 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다.

#재약산이 품은 표충사,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밀양아리랑대축제 20일까지

아름다운 우리의 문화유산인 영남루를 배경으로 17일부터 20일까지 제60회 밀양아리랑대축제가 열린다. 1957년 밀양문화제로 처음 시작한 이후 지역의 향토축제로 60년의 세월을 이어온 것이다.

'아리랑'은 흔히 한국인의 정한(情恨)을 담은 노래로,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민요로 손꼽힌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라는 여음(餘音)이 되풀이되는 형식의 아리랑은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로 구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전승되는 민요는 약 60여 종, 3천600여 곡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문경 새재는 웬 고개인고, 구비야 구비야 눈물이 난다"로 시작하는 진도아리랑과,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라고 부르는 밀양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라는 후렴구가 반복되는 정선아리랑이 3대 아리랑으로 손꼽힌다. 현대적으로 많이 부르는 아리랑은 경기아리랑이다.

이번 제60회 밀양아리랑대축제는 밀양아리랑뿐 아니라 전국의 아리랑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장으로 꾸며진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밀양강변과 영남루를 배경으로 빛의 환상과 음악이 어우러진 실경 멀티미디어쇼 '밀양강 오딧세이'다. 지난 남북 정상회담 환송행사에서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하나의 봄'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밀양시민배우가 함께하는 올해 밀양강 오딧세이는 17일 저녁 최종 리허설을 시작으로 행사 기간 동안 매일 오후 8시 30분 불꽃놀이와 함께 만날 수 있다.

◆호젓한 산책길을 즐기고 싶다면

아리랑대축제만으로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든다면 밀양 표충사를 방문해 호젓한 산책을 즐겨보자. 신라 태종무열왕 원년(654)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표충사는 창건 당시에는 푸른 대숲으로 둘러싸여 죽림사라고 불리다가 흥덕왕 4년(829)에 영정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절은 한동안 쇠락을 면치 못하다가 사명대사의 8대 법손인 천유대사가 나라의 지원을 받아 무안면에 있던 표충서원을 영정사로 옮겨오고 중창하면서 절 이름을 표충사로 바꾸게 된다.

해발 1,200m 재약산 기슭에 자리 잡은 표충사에 들어서면 드넓은 절터에 먼저 놀라게 된다. 어쩜 이리 깊은 산중에 이렇게 넓고 편평한 절터가 자리 잡을 수 있는지 '과연 원효대사가 절터로 삼을 만했다'는 감탄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고개를 들어 절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산세를 바라보노라면 또 한 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오죽하면 '영남 알프스'라고 불렀을까. 높고 아름다운 알프스 산세처럼 기암괴석이 둘러싸고 있는 재약산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표충사를 방문한다면 일주문 밖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걸어서 절 경내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우거진 천년 숲길 사이로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색색깔 알록달록 연등 행렬이 정갈하게 줄 지어 있는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표충사가 멀다면 밀양에서도 북쪽이라 대구에서 접근하기 쉬운 위양못을 걸어봐도 좋다. 특히 5월경이면 못 둘레길에 이팝나무들이 하얗게 꽃을 피우고, 푸르른 녹음이 수면에 반영을 만들어 내면서 전국 사진가들의 출사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위양못에는 완재정(宛在亭)이라는 작고 아담한 정자가 있는데, 안동 권씨 가문이 세웠다고 한다.

사진 이채근 선임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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