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오월의 햇살처럼

꽃으로 웃어주는 자연의 얼굴만큼 직접적인 행복 전도사도 없을 듯하다. 개울물 소리에 잠에서 깬 꽃창포는 올해도 노란 얼굴로 웃는다. 세상을 관망하듯 담장 위로 얼굴 내민 장미는 여왕의 위용에 가깝다. 하얀 크리산세멈은 기교를 생략한 시처럼 담백하다. 모두 5월의 햇살 아래 핀 꽃들이다. 응달진 곳까지 생기를 뿌려주는 5월의 햇살이 존경하고 싶은 스승을 닮았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올라오는 언론의 대문 글들을 모아보았다. "스승들 '스승의 날 아예 없애주세요'"(매일신문, 5월 15일), "스승의 날이 반갑지 않은 교사 저만 그런가요?"(오마이 뉴스, 5월 13일), "교사, 학부모 모두 불편, 스승의 날 폐지해 달라"(채널A 뉴스, 5월 13일), "어린이집 학부모 스승의 날 어떡해 골머리"(채널A 뉴스, 5월 13일), "[내일 스승의 날…추락하는 교권] 美 교사 훈육 권리 명시…英 학생 통제 권한 부여"(서울경제, 5월 13일), "프리허그, 손편지, 세족식, 청렴한 스승의 날 뿌리내렸다"(국민일보, 5월 14일)….

가끔은 학생이 선생을 선생 자리에 세운다. 지인의 경험담이 그렇다. 대학 강사인 그가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현실적인 도움은 사실상 없다. 그럼에도 10여 년 넘게 학생들이 그에게 보여준 존경의 태도는 선생의 본분을 재점검하게 하고 자신을 더욱 가다듬게 한다고 한다. 다른 한 친구의 경험담도 희망적이다. 가르친다는 소임에 자부심이 큰 그 친구는 비정규직 논술지도 강사이다. 가르침은 '목적'이어야지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강한 그 친구는 스스로 세운 덕목을 학생들을 대할 때마다 실천한다고 한다. 자부심을 실감하는 순간은 학생들로부터 성장에 디딤돌이 되었다는 편지를 받을 때라고 한다.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백성들이 그가 있다는 것만 알고, 그다음은 백성들이 그를 가까이하고 칭송하는 것이며, 그다음은 그를 두려워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그를 업신여기는 것이다. 믿음이 부족하면 불신이 있게 된다"(太上, 下知有之, 其次, 親而譽之, 其次, 畏之, 其次, 侮之, 信不足焉, 有不信焉)-도덕경 17장.

화선지에 먹물 번지듯 5월의 생기가 여름으로 스며든다. 생기 넘치는 5월의 햇살처럼 선생도 학생들의 가슴속에 긍정적인 존재로 스며들었으면 한다. 미력하나마 드러나지 않더라도 양심과 진심으로 대할 때 매일이 어린이날이자 스승의 날이 되지 않을까 한다.

서영옥 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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