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호주 퀸즐랜드 선샤인 코스트·브리즈번

청명한 하늘 아래 반짝이는 해변, 황홀한 석양 아래 여유로운 불빛

제아무리 눈부시던 한낮의 태양도 고작해야 한나절이다. 그래서 햇살이 늘 반가운 법인가 보다. 정반대의 붉은 계열 빛깔을 자랑하는 석양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고, 고요한 어둠의 시간인 긴긴밤이 있기 때문에 아침나절 다시금 빛나는 태양을 더욱 반갑게 받아들이게 된다.

하루 종일 맑고 청명한 하늘로 유명한 퀸즐랜드의 햇살을 만끽하다가 해거름이 돼서야 선샤인 코스트에 위치한 숙소에 다다랐다. 선샤인 코스트 트윈 워터즈에 자리 잡은 거대한 라군(석호: 바다와 분리되어 생긴 호수나 늪)에 늦은 오후의 태양이 긴 베일을 드리우듯 붉은 빛깔의 마법을 펼쳐놓고 있었다. 이윽고 다가선 개와 늑대의 시간. 아직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기 전, 어스름하게 건물들의 선이 보이는 가운데 집집마다 켜놓은 조명이 물에 투영되며 마치 등을 물 위에 띄워놓은 듯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디선가 파도 소리가 낮게 들려오며 이곳이 바로 바닷가임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굳이 파도치는 해변이 눈앞에 펼쳐지지 않아도 좋았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닿을 듯 닿을 듯 갈망하지만 못내 닿지 못하는 아련한 그리움을 자극하는 기분이다.

'해가 반짝이는 해변'. 오죽하면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선샤인 코스트는 호주 퀸즐랜드주에 위치한 휴양지로 유명한 도시다. 일 년 내내 온화한 기후와 파란 하늘, 따스한 햇살, 드넓은 해안선과 황홀한 석양을 품은 아름다운 이곳은 퀸즐랜드의 주도인 브리즈번에서 100㎞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인구 30만의 작은 도시다.

보통 관광객들은 선샤인 코스트를 가기 위해 브리즈번을 거치게 된다. 드넓은 호주의 대자연과 아름다운 바다, 아기자기한 호주의 문화까지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여왕의 땅' 퀸즐랜드 선샤인 코스트와 브리즈번으로 떠나보자.

◆이문디 마켓과 브루어리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한호주 언론인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호주를 방문한 지 일주일째. 토일 1박 2일간 선샤인 코스트를 방문하기로 했다. '골드 코스트'가 퀸즐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 도시로 손꼽히지만 '선샤인 코스트' 역시 그에 못지않은 길고 아름다운 해안선, 그리고 한적한 분위기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휴양지 중 하나다.

매일 언론사와 정부기관을 면담하는 빡빡한 일정에서 벗어나 '휴식'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벌써 가슴은 몽글몽글 하늘에 뜬 하얀 구름처럼 부풀어 올랐다. 이제 정말 진정한 호주를 만끽할 시간이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이문디 마켓(Eumundi Market)이었다. 브리즈번에서 북쪽으로 브루스 하이웨이를 따라 1시간 남짓을 달리자 차들이 즐비하게 줄 서 있는 왁자지껄한 전통시장이 나타났다. 이문디 마켓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열리는 전통시장이다. '이문디'는 원주민 말로 '검은 뱀'을 뜻한다.

천막들이 즐비한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여러 나라의 다양한 먹거리들을 파는 푸드 트럭을 비롯해 액세서리, 각종 공예품, 가정용품, 현지의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식품 등을 파는 매장들이 줄지어 있었다. 호주 특유의 카우보이 모자를 파는 매장과 타투를 하는 매장도 있었고, 이문디라는 이름처럼 뱀을 직접 목에 감아볼 수 있도록 하는 숍이 인상적이었다.

다음 코스는 '이문디 브루어리'(맥주 양조장)로 이문디 마켓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한 하얀색 바탕의 작은 호텔 건물이었다. 이문디 호텔(Eumundi Hotel)이라는 간판이 붙은 건물은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짙게 묻어났지만, 공장 내부는 최신식 맥주 제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브루어리 관계자는 "1920년대 호텔로 이용하던 건물을 개조해 1987년 양조장으로 만들었지만, 2000년대 초반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 못 하고 문을 닫았다가 2016년 재개장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매력 포인트는 앤틱한 호텔 내부를 그대로 활용한 실내 인테리어와 플랜테리어를 적극 활용해 마치 화원에 앉아 맥주를 즐기는 듯한 기분을 주는 야외 테라스 공간에 있었다. 이곳에서 직접 빚은 페일 에일과 라거, 그리고 포엑스(XXXX) 골드 등의 수제 맥주를 시음할 수 있다.

세계서 가장 큰 가공 공장, 열대우림에 아이들도 좋아해

◆선샤인 코스트

트윈 워터스에 위치한 리조트로 가기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진저 팩토리에 들렀다. 말 그대로 생강 가공 공장이다. 자녀들과 함께 떠난 여행이라면 꼭 한 번 들러 볼 만하다. '생강'이라는 단어에 아이들은 기겁하겠지만, 잘 가꿔진 열대우림 속 '진저 브레드맨' 캐릭터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장 분위기가 생강에 대한 거부감을 허문다. 생강공장 투어, 벌(Bee) 투어, 기차 타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잠시 시간을 보내기 제격이다.

리조트에 도착한 것은 석양이 지기 직전이었다. 거대한 라군을 가운데 두고 리조트 건물이 빙 돌아가며 감싸고 있는 형상이었다. 하루 종일 계속된 관광에 몸이 피곤해왔지만, 이 황홀한 풍경의 석양을 눈과 카메라에 담지 않을 수 없어 짐만 던져 놓고 밖으로 뛰쳐나갔더니 숙소 밖에서 왈라비 두 마리가 낯선 이방인을 반긴다. 외형은 캥거루와 비슷하지만 크기는 그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동물이다. 10여 년 만에 다시 호주를 방문해 만난 왈라비가 반가워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별로 놀라지 않는 것을 보니 사람들과 익숙한 녀석들인가 보다.

사실 선샤인 코스트는 일 년 내내 따뜻한 기온의 아열대 기후 지역으로, 호주인들 사이에서도 '휴양지 중의 휴양지'로 불리는 곳이다. 선샤인 코스트에는 10여 개의 해변들이 있는데, 이 중 누사 메인 비치(Noosa Main Beach)가 가장 유명하다. 다양한 패션 부티크 숍과 트렌디한 카페로 즐비한 헤이스팅스 거리도 유명하다.

평원에 솟아오른 11개의 봉우리 글라스 하우스 마운틴

◆70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글라스 하우스 마운틴

일요일 낮에 찾은 글라스 하우스 마운틴(Glass House Mountains)은 호주의 해변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내륙의 관광명소다. 선샤인 코스트의 해안 평원에서 갑자기 상승하는 11개의 산으로 구성돼 있는데 약 2억7천만 년에서 700만 년 전 발생한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독특한 지형이라고 한다.

지형이 형성된 것은 꽤 오래된 반면 글라스 하우스 마운틴이라는 난해한 이름이 붙여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770년 5월 17일 영국 여왕의 총애를 받은 위대한 탐험가 캡틴 제임스 쿡(James Cook)이 자신이 살던 요크셔의 유리 용광로를 닮았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 붙였다고 전해진다.

전망대(lookout)에서 보면 깎아지른 듯 솟아오른 여러 개의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중 가장 높은 곳이 556m에 불과하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수준에서 보면 "에이~ 저게 무슨 산이야~" 하겠지만, 평지에서 솟아오른 만큼 직접 올라보면 꽤 높기 때문에 트레킹과, 부시워킹, 암벽등반 등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삐죽삐죽 솟아오른 요상한 모양의 봉우리보다 이방인의 눈을 더 강렬하게 사로잡는 것은 변화무쌍하게 모습을 바꾸는 구름이었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피어났다, 금세 구름 바다를 이루고, 잠시 비를 뿌렸다가 다시 파란 하늘에 점점이 흩어지는 모습이 자연의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글라스 하우스 마운틴 디스커버리 센터에서 시작하는 짧은 트레킹 코스를 걸어 볼 수도 있다. 울창한 열대우림 사이로 다양한 야생동물들도 만나는 숨은 재미가 있는 곳이다.

강가에 바닷물 끌어와 만든 인공비치, 여유가 넘친다

◆빌딩과 자연의 조화, 브리즈번

19세기 앤틱 건축물이 모던한 현대 건물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브리즈번은 남쪽 골드 코스트의 서퍼스 패러다이스와 북쪽의 선샤인 코스트로 향하는 관문 도시이다. 브리즈번강이 시내를 감싸듯이 흐르고 있어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호주의 정서를 잘 보여주는 도시이기도 하다.

브리즈번 최고의 매력은 사우스 브리즈번 강가에 만들어진 '사우스 뱅크 파크랜드'다. 브리즈번강이 에워싸고 있는 반도 모양의 땅을 사우스 뱅크라 부른다. 드넓은 공원에는 보타닉 가든과 어린이공원, 인공비치 등이 자리한다.

특히 눈을 사로잡는 것은 인공비치다. 바닷물을 끌어와 모래사장까지 제대로 갖춘 인공비치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 한낮에도 물놀이와 휴식을 즐기려는 가족들과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눈앞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빌딩 숲이 우뚝우뚝 솟아있는데, 모래사장까지 갖춘 맑은 바닷물에 몸을 담글 수 있다니 여기가 도심인지 해변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강변 곳곳에는 관광객들을 태울 수 있는 페리 선착장도 있어 배를 타고 브리즈번 강변을 유유히 유람할 수도 있다. 특히 무료로 운영되는 시티 호퍼(city hopper) 운항 간격이 뜸하긴 하지만 천천히 브리즈번 강변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일정이 허락한다면 해가 저물기 시작할 무렵 탑승해 볼 것을 강력 추천한다. 노을에 반짝이는 브리즈번 시티의 모습과 야경까지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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