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뒷담(後談)11] 판박이와 스티커로 꾸민 골목 벽화

판박이의 대명사, 해태 덴버껌. 황희진 기자 판박이의 대명사, 해태 덴버껌. 황희진 기자
수십개의 덴버 공룡알 판박이 벽화를 비롯한 골목의 다양한 판박이 및 스티커 벽화. 황희진 기자 수십개의 덴버 공룡알 판박이 벽화를 비롯한 골목의 다양한 판박이 및 스티커 벽화. 황희진 기자
미래용사 볼트론 판박이. 황희진 기자 미래용사 볼트론 판박이. 황희진 기자
요즘 빵 스티커들. 황희진 기자 요즘 빵 스티커들. 황희진 기자

20세기의 아이들은 주변의 여백을 채우며 놀 줄 알았습니다.

월말월초에 엄마가 지나간 달력을 찢어주면 뒷면에 공주며 로봇을 그릴 줄 알았고, 골목 담벼락에 판박이며 스티커로 '벽화'를 꾸밀 줄도 알았습니다.

판박이의 대명사는 해태 덴버껌 포장지였습니다. 50원 주고 산 껌을 씹으며 포장지 공룡알 같은 타원 속 귀여운 공룡들을 담벼락에 새겼습니다. 대구 서구의 어느 골목에는 수십개의 덴버 공룡알을 모아 놓은 벽화가 있습니다. 유적급입니다.

판박이보다 조금 늦게 퍼진 게 스티커입니다. 껌, 초콜렛, 스낵 등을 사면 하나씩 들어있었는데 역시나 버리지 않고 골목 담벼락에 한데 모았습니다. 접착되는 스티커는 새겨지는 판박이보다 쉽게 제거될 수 있는 점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대구 중구 어느 오래된 아파트 기둥에서 발견한 이 판박이 벽화는 미래용사 볼트론(백수왕 고라이온) 만화영화 한편을 요약해놓은듯 합니다. 밑에서 위로 보면 되는데요. 블루라이온 1마리가 출동했는데 악당이 거대나비에 코브라에 해골해적까지 무려 3마리입니다.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옐로우라이온과 그린라이온도 가세합니다. 결국 '파워업' 돼 포효하며 마무리는 안 봐도 비디오.

골목에서 판박이며 스티커를 가지고 놀던 아이들은 중딩, 고딩이 돼서는 국진이빵, 포켓몬빵, 케로로빵 스티커를 책상에 붙이고 놀았습니다. 골목을 더는 쏘다닐 수 없고 교실에만 갇혀 있게 됐으니 말입니다.

요즘도 빵을 사면 캐릭터 스티커가 하나씩 들어있습니다. 어느 불쌍한 회사원은 회사 책상에 하나 둘 모으고 있습니다. 회사에만 갇혀 있어야 하니 말입니다.

이 게시물은 골목폰트연구소(www.facebook.com/golmokfont)의 도움을 얻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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