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신장암과 싸우는 서영래 씨

사글셋방서 7년째 홀로 병마와 외로운 싸움

신장암을 앓는 서영래(가명'60) 씨는 암세포가 뇌까지 전이되면서 거동이 불편해졌다. 신약 항암제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2천만원을 훌쩍 넘기는 비용 탓에 치료를 계속 미루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신장암을 앓는 서영래(가명'60) 씨는 암세포가 뇌까지 전이되면서 거동이 불편해졌다. 신약 항암제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2천만원을 훌쩍 넘기는 비용 탓에 치료를 계속 미루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신장암을 앓고 있는 서영래(가명·60) 씨가 한 손에 지팡이를 짚고 위태롭게 계단을 올랐다. 서 씨는 "보름 전부터 두통이 심해진 데다 다리에 힘을 주기 어렵고, 조금만 걸어도 장딴지가 단단해져서 걷다가 쉬기를 반복해야 한다"고 했다. 서 씨의 뒤를 따라 낡은 단독주택의 가파른 계단에 올라서자 그의 사글셋방이 보였다. 이렇다 할 세간살이도 없는 월세 15만원의 좁은 방에서 서 씨는 홀로 병마와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7년째 싸우고 있는 신장암, 뇌까지 암세포 번져

서 씨는 7년째 신장암과 투병 중이다. 평소 건강을 자신했던 서 씨는 지난 2011년 4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걸 보고 병원을 찾았다. 서 씨는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랜만에 찾은 병원이었는데 그렇게 중병을 진단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잔병치레라도 했다면 차라리 일찍 발견했을 텐데 건강을 과신했던 것 같다"고 고개를 떨궜다.

암 진단 당시 서 씨의 신장 건강은 극도로 악화돼 있었다. 진단을 받은 다음 날 바로 신장 하나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암세포가 폐로 조금 전이됐지만 항암제로 다스릴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판단됐고, 치료도 착실히 받았다. 서 씨는 암 진단 후 5년 동안 완치 판정을 기대하며 잘 버텨냈다. 하지만 홀가분함 대신 찾아온 것은 막막한 현실이었다. 이겨낸 줄 알았던 신장암이 남아 있는 다른 신장에서 재발한 것이다.

서 씨는 다시 암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예후는 좋지 않다. 암세포는 폐와 간으로, 최근에는 뇌까지 전이됐다. 뇌종양은 외과적 수술이 쉽지 않아 감마선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감마나이프' 시술을 두 차례 받았다. 연속적인 추가 시술이 필요하지만 1회 200만원가량의 치료비 부담 때문에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최근 걸음걸이가 불편해진 것도 뇌로 번진 암세포 때문이라고 했다. 서 씨는 수시로 극심한 두통에 시달린다. 치료를 빨리 하지 않으면 거동마저 불편해진다고 의료진은 경고하지만, 서 씨는 집에서 진통제만 먹으며 버티고 있다. 서 씨는 "자려고 누웠을 때가 가장 아프다. 두통 때문에 일상생활도 힘들 정도"라고 했다.

◆ 주치의가 권하는 신약 항암제 너무 비싸

서 씨가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것은 신약 항암제다. 주치의는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다며 사용을 권하지만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라 한 달에 400만원에 달하는 약값을 6개월간 낼 자신이 없다. 서 씨는 "당장에 그렇게 큰돈을 마련할 방법도 없지만 낫는다는 보장도 없는데 큰돈을 어떻게 빌리겠느냐"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가는 셈"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현재 서 씨는 치료는커녕 생계조차 이어가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20년 가까이 했던 택시 운전은 병세가 악화되면서 두 달 전에 그만뒀다. 서 씨는 "어느 날 직진하려고 해도 운전대가 한쪽으로 자꾸 쏠리는 게 느껴졌고 이러다가 큰 사고를 낼 것 같아 그날로 회사에 차량을 반납하고 퇴사했다"고 말했다.

서 씨는 요즘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다. 월세도 넉 달치가 밀려 보증금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오랜 투병 생활에 치료비로 퇴직금은 모두 써버렸다. 가족에게라도 의지하고 싶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부인과는 20년 전 사별했고 자녀도 없다. 형이 있지만 치매 증상을 보이는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터라 도움을 청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어려서부터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공장이나 건설현장에서 일했어요. 큰 돈은 못 벌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폐는 끼치지 않고 살 수 있었는데…."

서 씨는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힘든 일이 있어도 늘 묵묵히 버티면서 살아왔습니다. 누구를 원망해본 적도 없고요. 지금이 가장 힘들지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이겨내 보려 합니다. 다시 한 번 건강을 찾게 된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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