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활 속 실험실(Living Lab)

최근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리빙랩'(Living Lab)이 주목받고 있다. 리빙랩은 사용자, 즉 시민이 문제 해결 과정에서 주도력을 발휘하도록 설계된 점증적이고 개방적 혁신 실험 방법이다. 장애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창발하고 '조이스틱용 전동 휠체어'라는 제품을 만든 덴마크의 에그몬트기숙학교리빙랩, 주민'기업가'공무원'NGO'기술전문가 등이 참여하여 '에너지 자립마을'을 만든 서울 성대골리빙랩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사회를 겪고 있는 일본의 마을공동체리빙랩이나, 도시재생과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실험되는 유럽리빙랩연합(ENoLL)에서 볼 수 있듯이 문제 해결 과정에서 시민과 이해관계자의 참여는 세계적인 추세다.

리빙랩의 등장 배경에는 기존의 선형적이고 하향식 방법으로는 혁신을 만들 수 없다는 반성이 있다. 정보통신 처리 기술의 발달, 주체적이고 스마트한 시민(계급)의 등장, 공동체 가치에 대한 관심은 리빙랩을 촉진한다. 리빙랩에서 스마트시티즌은 개인들이 자기 자본을 완벽하게 축적하여 교육'복지'안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탈피하여 다자 간 시민 계약을 통해 사회적 자본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이다.

대구에서도 스마트시티 구축, 4차 산업혁명 지원, 혁신클러스터 조성, 사회적경제 지원 등 여러 분야에서 리빙랩의 적용을 주문받고 있다. 사실 대구는 북성로나 김광석거리처럼 거주민이 도시 재생 문제 해결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경험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 기분 좋은 변화를 만드는 도시 변화 플랫폼인 창조도시포럼이나, 사회문제를 청년의 신선한 관점으로 실제 생활공간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청년소셜리빙랩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유럽 리빙랩 도시와 교차 실증 및 상호 연구 수행을 위해 유럽리빙랩연합과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리빙랩을 도시에 확산하는 것은 단순하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거나,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대구를 새로운 전환의 도시로 만드는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들에게 혁신의 유쾌한 경험을 제공한다. 대구는 오랜 세월 국난 극복과 근대정신의 전초기지라는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보수 도시, 근대정신에서 멀어진 수구 도시, 재난 도시, 청년이 떠나는 도시 등 부정적인 이미지들로 채색되어 있다. 도시의 주력 산업은 타 도시와 차별화가 불가능하고, 미래 산업은 성과 확보에 인내가 필요하다. 열악한 기업가 정신은 창업문화의 정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빙랩은 산업혁신과 사회혁신, 그리고 도시혁신의 주체들이 새로운 시장 창출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결합의 창구를 제공한다.

리빙랩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려면 잘 훈련된 퍼실리테이터와 중간 조직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산업혁신을 담당하는 테크노파크와 사회혁신을 담당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연계되어야 한다. 주체로 참여한 이해관계자들이 사용하는 데이터가 환류되어 새로운 모형(프로토타입)을 만들며 필요한 도시 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소셜임팩트 같은 민간의 자원 투입이 가능해지고 혁신이 점(개인), 선(골목), 면(도시)으로 연결되어 총합적인 솔루션이 설계 가능한 거버넌스가 될 수 있다.

대구에 100개의 리빙랩이 실험된다면,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가 말한 도시혁신의 임계치인 창조적 시민 1%의 연결이 가능하다. 즉 창의'공감'연결의 유전자를 가진 개인들이 도시의 골목을 실험실로 활성화하고, 다양한 사회'산업'기업 문제들이 생활 속 실험실에서 해결되는 경험을 축적한다면, 대구는 새로운 도시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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