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느릿느릿 쉬어가며 즐기는 동해안 기행

볼 게 너무 많아, 맛있는 게도 있는데…

월포리를 지나는 동해선 무궁화호 열차. 푸른 바닷빛 바탕에 알록달록 치장된 꼬마 열차 뒤로 월포리 마을과 넘실대는 동해 바다가 펼쳐져 있다. 월포리를 지나는 동해선 무궁화호 열차. 푸른 바닷빛 바탕에 알록달록 치장된 꼬마 열차 뒤로 월포리 마을과 넘실대는 동해 바다가 펼쳐져 있다.
높은 산등성이에서 혹은 바로 옆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영덕 블루로드. 특히 차유마을에서 축산항 구간은 바다를 따라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걷는 묘미가 있다. 높은 산등성이에서 혹은 바로 옆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영덕 블루로드. 특히 차유마을에서 축산항 구간은 바다를 따라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걷는 묘미가 있다.
대게는 3월과 4월에 속살이 꽉 차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22일부터 25일까지 강구항 일대에서는 영덕대게축제가 열린다. 대게는 3월과 4월에 속살이 꽉 차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22일부터 25일까지 강구항 일대에서는 영덕대게축제가 열린다.
동해선을 타고 봄나들이에 나선 포항 죽장면 상옥2리 경로당 회원들. 느릿느릿한 기차에서 창밖을 보며 동해안 풍경을 즐기고 있다. 동해선을 타고 봄나들이에 나선 포항 죽장면 상옥2리 경로당 회원들. 느릿느릿한 기차에서 창밖을 보며 동해안 풍경을 즐기고 있다.

기차 여행은 늘 설렘과 낭만으로 가득하다. 더구나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는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기차라면 그 즐거움은 몇 배가 된다. 중년에게는 젊은 시절 추억을 새록새록 샘솟게 하고, 주머니 가벼운 청춘들에게는 배낭 하나 둘러메고 훌쩍 떠나 탁 트인 푸른 바다를 마주할 수 있는 색다른 하루를 선물한다. 바다와 함께 달리는 기차 여행이다 보니 혼자여도 좋고, 동행이 있으면 더 좋다.

기차 여행은 운전하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다 보니 여행하는 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눈과 가슴에 담고, 함께 떠난 가족 혹은 친구, 연인과 담소를 나누며 여행 중 느끼는 감정들을 함께 공유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지난 1월 26일 개통한 포항~영덕 구간 동해선 철도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정동진처럼 코앞에 바다가 놓인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한걸음 떨어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포항역을 출발해 월포, 장사, 강구를 거쳐 영덕까지 가는 동안 창밖으로 어촌 마을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점점 기온이 오르며 활동하기 좋은 계절 봄, 차를 놔두고 오랜만에 기차에 한번 올라보자. 포항 영덕은 경상도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여행지이지만, 기차를 타고 즐기는 동해안은 또 다르다. 느릿느릿 지나는 기차 속도를 따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세상의 흐름도 한 박자 느려진다. 지금, 동해선을 타러 떠나보자.

◆동해 달리는 꼬마 열차

포항역 5번 승차장. 객차 3개짜리 작은 무궁화호가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바다처럼 푸른빛 바탕에 알록달록한 캐릭터와 홍보물로 래핑한 깜찍한 기차다. 하루 7번, 포항~영덕 구간을 왕복하는데 편도 한 번에 191명이 탑승할 수 있다. 여느 기차와 달리 간식거리를 판매하는 카트가 운영되지 않는 대신, 기차 1호 칸과 2호 칸 사이에 자판기로 구성된 '미니 카페'가 마련돼 있다. 일반 객실과 달리 창밖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치된 좌석도 마련돼 있다. 이날 기차에는 평일임에도 여러 무리의 단체 관광객이 눈에 띄었다. 그중 한 팀은 봄나들이에 나선 포항 죽장면 상옥2리 경로당 어르신 39명이었다. 느릿느릿 기차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지만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한 듯 연신 웃음이 피어 올랐다. 박두수(78) 부회장은 "죽기 전에 동해선 열차 한번 타보자고 회원들이 의견을 모으면서, 울진 백암온천을 가는 길에 영덕까지 동해선 기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며 "이 열차가 얼른 강원도 삼척까지 전 구간이 개통되고, 더 나아가 남북통일을 이뤄 북한까지 계속해서 달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칙칙폭폭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이윽고 산과 들 풍경 사이로 간간이 바다가 바라다보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월포역에 이르렀다. 기차 선로가 조금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월포리 해수욕장과 바다, 그리고 올망졸망 자리 잡은 월포리 마을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따뜻한 봄날의 햇살을 받은 바닷가 동네의 풍경이 한가롭다. 다음 역인 장사역부터는 바닷가와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 10분 남짓을 걸어야 장사해수욕장에 닿을 수 있다. 그리고 강구역과 영덕역은 아예 바다와 상당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강구역에서 강구항까지는 걸어서 20여 분 남짓이다.

기왕이면 푸른 바다 풍경을 더 즐기고 싶은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는 푸념에 박윤환 영덕역장은 "코레일에서도 계획 단계에서 좀 더 바닷가에 가깝게 선로를 깔고 싶어했지만, 워낙 동해 바닷가 지역 보상비가 비싸다 보니 부득이하게 내륙 산쪽으로 철길을 내는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포항~영덕 44.1㎞ 구간에 터널만 무려 13개가 있게 된 이유다. 영덕역은 영덕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박 역장은 "영덕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건물은 영덕역사가 처음이자 유일하다"면서 "덕분에 개통 후 한동안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싶어 역을 방문하는 어르신들로 광장이 바글바글했다"고 재미있는 사연도 들려줬다.

◆대게철 겹친 영덕강구 '활기'

당초 코레일은 교통 오지였던 영덕 지역민들의 불편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지만, 지역민은 물론이고 관광객들까지 몰려들면서 주말이면 거의 만석으로 기차를 운행하고 있다. 박 역장은 "포항을 생활권으로 하는 영덕 주민의 생활이 편리해진 것은 물론이고, 영덕에서 대구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1시간 30분으로 짧아지면서 요즘 영덕 주민들 사이에 유행이 포항대구로 나가 병원 진료를 받고 쇼핑을 즐기는 것"이라며 웃었다.

그렇다고 영덕 지역에 마이너스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게철과 맞물리면서 영덕을 찾는 관광객들이 동해선을 타고 많이 찾아오고 있다. 박 역장은 "설 다음 날 경우, 고향을 찾은 귀성객에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까지 한꺼번에 몰리면서 무려 400여 명이 마치 출퇴근 지하철처럼 꽉 끼여 열차에 탑승해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새롭게 개통된 만큼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특히 22일(목)부터 25일(일)까지 열리는 영덕대게축제 기간에는 티켓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전망이다. 갓 쪄내 달콤하고 부드러운 속살이 꽉꽉 들어찬 게를 맛보려는 관광객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기 때문이다. 영덕대게는 예부터 임금에게 진상할 정도로 훌륭한 품질을 인정받아 왔다.

동해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푸른 바다를 따라 걷는 '블루로드'를 걸어보는 것이다. 영덕역에 내려 읍내 반대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바다를 따라 솟아 있는 고불봉에 닿을 수 있다. 이곳을 시작으로 산등성이를 따라 만들어진 블루로드를 걸으며 높은 산에서 망망대해를 내려다보고, 바닷가 소나무 사이 오솔길을 거니는 묘미를 즐겨 보는 것이다. 고불봉에서 북쪽으로 가면 풍력발전단지와 해맞이 공원을 거쳐, 차유마을(경정2리), 축산항에 닿을 수 있다.

특히 차유마을은 '영덕대게 원조 마을'로 잘 알려져 있어 대게철인 요즘 들러보면 좋을 곳이다. 고려를 건국한 왕건이 차유마을에서 영덕대게를 처음 먹어봤다고 전해진다. 차유마을에서 축산항으로 가는 길은 바다를 따라 나 있어 봄바람 솔솔 불어 한결 온화해진 봄바다의 매력을 마음껏 즐기기에 제격이다.

만약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영덕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오전 11시 30분 영덕역(강구역은 11시 20분)을 출발해 강구항 대게거리, 삼사해상산책로, 축산항, 해맞이공원과 풍력발전단지, 블루로드 다리, 죽도산 전망대, 신돌석 장군 유적지, 영해만세시장, 괴시리전통마을, 목은이색전시관, 고래불해수욕장을 돌아본 뒤 영덕역에 6시에 도착하는 한나절 꽉 찬 코스다. 오전 10시 56분에 포항역을 출발하는 기차에 탑승하고, 돌아올 때는 오후 6시 25분 영덕발을 이용하면 된다. 열차 여행에 서핑 강습과 장비 대여 및 체험을 더한 월포서핑투어 상품도 있다.

◆알아두면 쓸데있는 동해선 잡학

1 포항역까지 자가용으로 이동한 뒤 동해선에 탑승할 수도 있지만, 아예 대구에서부터 기차로 이동해도 좋다. KTX를 타면 동대구역에서 포항까지 35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포항에 다다를 수 있다. 포항발 첫 열차는 오전 7시 58분, 마지막 열차는 오후 7시 30분이다. 반대로 영덕에서 출발하는 첫 열차는 오전 8시 52분, 마지막 열차는 오후 8시 30분에 있다. 요금은 구간 구별 없이 2천600원이며, 경로자에겐 30%, 장애인 30~50%, 어린이국가유공자에겐 50% 할인 혜택이 있다.

2 원래 동해선은 경북 포항과 강원도 삼척을 잇는 길이 165.8㎞의 철로로 계획됐다. 이 중 포항~영덕 구간이 올 초 1단계로 개통됐으며, 2020년까지 전 구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해선 포항~영덕 구간 개통을 통해 포항역에서 KTX로 환승할 수 있고, 대구선, 동해남부선 열차도 탈 수 있어 경북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 충청, 경남에서도 접근이 쉬워졌다.

3 새로 건축된 역사(驛舍)의 디자인을 눈여겨봐도 재미있다. 월포역은 둥근 달이 뜬 모습을 형상화했고, 강구역은 구불거리는 강의 물길을 건축물로 표현했다. 영덕역은 고래불해수욕장의 해변을 형상화해 반원형으로 만들어졌다. 이 중 장사역은 역무원이 없는 역사이기 때문에 열차 티켓을 자동발매기로만 살 수 있다.

4 바다 풍경 외에 색다른 볼거리를 즐기고 싶다면 괴시마을을 찾아보면 좋다. 목은 이색 선생이 태어난 이 마을에는 영양남씨괴시파종택

(경북민속문화재 75호), 영해경주댁(경북문화재자료 395호), 영덕 괴시동 해촌고택(경북민속문화재 170호) 등 수백 년 된 한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봄볕에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고풍스러운 한옥의 멋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곳이다.한윤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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