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醫窓] 줄탁동시(啐啄同時)

새봄이다. 움트는 목련 꽃봉오리가 춘삼월을 알린다. 병원에 봄을 알리는 '봄의 전령'은 빳빳한 흰 가운을 입고 이맘때면 등장하는 새내기 의사, 인턴이다. 의과대학을 갓 졸업하고 '의사의 길'을 시작하는 그들의 표정엔 열정이 넘쳐난다.

종합병원에서 1년간 여러 과를 '뱅뱅' 순환하며 수련을 받는 '초년병 의사'를 '인턴'이라 부른다. 인턴에게 주어진 임무는 다양하다. 응급실에 구급차가 도착하면 가장 먼저 뛰어나가야 한다. 병동에서 호출이 오면 채혈, 관장, 소변 줄 삽입, 상처 부위를 소독하는 '드레싱' 등을 수행한다. 수술 중에는 수술 부위가 잘 보이도록 복벽을 힘껏 당겨야 한다.

병원에 머물며 야간 당직도 서야 한다. '퐁당퐁당 퐁퐁당'의 당직 스케줄이면 한 주에 세 번 당직이다. '퐁'은 퇴근하는 날, '당'은 당직을 서는 날이다. 예전보다 줄었지만, 허드렛일도 처리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지만, 인턴 초기에는 익숙하지 않은 술기 때문에 받는 심적 고통이 크다. 2010년부터 의사 국가고시에 실기 항목이 추가되면서 예전의 인턴들보다 술기에 좀 더 익숙한 편이지만 실제 임상 경험이 적어 서툴 수밖에 없다.

차가운 '마네킹'이 아니라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환자의 팔에서 채혈을 하려면 손이 떨린다. '육법전서'의 몇 배나 된다는 의학 지식을 익혔지만, 이론과 실제 사이의 간극이 너무나 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채혈하는 과정에서 한 번, 두 번 실패가 거듭되면 환자의 안색은 점점 나빠지고 '초짜 의사'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맺힌다.

환자와 보호자가 보내는 '불신의 눈길'에 한껏 주눅이 든다. '당신 말고 진짜 의사 불러와.' 급기야 이런 말까지 들으면 자존감마저 무너져 내린다. '인턴 끝날 때쯤이면 눈 감고 주사기를 던져도 혈관에 꽂힐 거야.' 대타로 불려와 채혈을 대신해 준 선배 의사의 격려도 위로가 되지 못한다.

병원에서 '초짜 의사'의 시술을 받고 싶은 환자는 없을 것이다. 경험이 많은 의사의 술기를 원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초보 시절이 있다. 의사도 처음 배우는 시절의 시행착오를 거쳐 원숙한 경험을 갖춘 '명의'로 빚어진다. 환자들은 의사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교과서다. 특히 '새내기 의사'들은 처음 만나는 환자들을 통해 강의실에서 배우지 못한 '환자의 마음'도 배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란 사자성어가 있다.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안에서 껍데기를 쪼는 것을 '줄'(啐)이라 하고, 그 소리를 듣고 어미 닭이 바깥에서 껍데기를 함께 쪼아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한다. 자신의 노력과 외부의 도움이 동시에 만날 때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것이다. 껍데기를 깨려 애쓰는 '새내기 의사'들에게 환자들의 넓은 마음과 따뜻한 격려가 전해진다면 장차 인술(仁術)을 펼치는 훌륭한 의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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