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인 지원, 진단서 떼러 병원 가는 중증장애인

장애인 외면하는 대구시 정책…"별다른 치료 방법 없는데도 진단서 받으려고 외출…"

희귀난치성 근육병을 앓고 있는 박모(19) 군은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대구시로부터 활동보조인 지원을 받으려면 이달 중순까지 병원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식 병상이 아니면 거동조차 어려운 몸으로 병원에 다녀오려면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도 반나절이 꼬박 걸린다. 보호자 차모(80) 씨는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데도 진단서 한 장을 받으려고 외출을 해야 한다"면서 "면역력이 약해 행여 감기라도 걸릴까 봐 노심초사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는 장애인 활동지원사업의 선정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오히려 장애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데도 대구시가 2년에 한 번씩 진단서를 요구하는 데다 가장 가까이에서 장애인을 돌봐줄 수 있는 직계가족은 활동보조인이 되지 못하도록 막아놨기 때문이다.

정부는 매달 최대 521시간 동안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을 지원하는데, 전국적으로 7만2천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아울러 대구시도 연간 39억원을 투입, 중중장애인 900여 명에게 월 최대 40시간의 활동보조인을 추가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별다른 서류가 필요 없는 정부 사업과 달리, 대구시는 유독 2년에 한 번씩 진단서 제출을 요구한다는 점. 보건복지부는 2, 3년에 한 번씩 국민연금공단 조사요원을 장애인 가정에 파견해 장애 정도 등을 파악한다. 월 최대 90시간을 추가 지원하는 경상북도도 진단서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희귀난치성 근육병을 앓고 있는 조모(51) 씨는 "호전 가능성이 없는 질환인데도 진단서 때문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지정 희귀난치성 질환만 100가지가 넘어 지원 기준에 부합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중증장애인의 직계가족은 활동보조인으로 지정할 수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부정 수급 등을 우려해 가족이 활동보조인이 되는 길을 막아놨기 때문이다. 이모(46) 씨는 전신마비 환자인 딸 김모(11) 양을 7년째 돌보고 있지만 남는 시간에는 다른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인으로 일하고 있다. 이 씨는 "정작 바로 곁에서 가장 도움이 절실한 사람은 딸인데, 딸의 활동보조인으론 일할 수 없도록 막아놔서 다른 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에 비해 노인요양보호사는 월 20시간까지는 직계가족을 등록해 급여를 제공받을 수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노인요양보호사도 서비스 질 저하 등으로 직계가족 지정은 축소 운영하고 있다. 가족을 활동보조인으로 원하는 경우도 있어 장애 유형 등에 따라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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