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대신 현실, 달라진 청춘드라마

캠퍼스의 봄, 드라마 속에는 없네

젊은층의 사랑과 꿈 다뤄

1980~90년대 뜨거운 인기

사랑과 낭만 소재로는 한계

2000년대 들어선 외면 받아

최근 '쌈 마이웨이' '청춘시대'

88만원 세대 고단한 삶의 모습

고스란히 그려내 시청자 공감

3월이 시작되면서 세상은 더욱 활기를 띤다. 추운 겨울이 끝나고 봄기운이 퍼져나가는 것도 활력을 불어넣는 요인이지만, 새 학기를 맞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가는 학생들의 북적거림도 봄을 '희망'과 '설렘'의 이미지로 채워준다. 특히 대학가에서는 신입생 환영회와 MT 등 각종 행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청춘 시절 대학의 낭만을 채워간다. 한때 '캠퍼스 로망'을 그리며 스타급 배우들을 연이어 배출했던 '청춘드라마' 전성기가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이런 청춘드라마의 명맥은 끊어지고, 이제는 젊은 청춘들의 힘겹고 암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들이 간간이 눈에 띌 뿐이다.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봄은 여전히 찬란하고 캠퍼스는 생동감이 넘치는데….

◆낭만 가득했던 TV엔 짠내나는 현실만

1980, 90년대는 '청춘드라마'라는 장르가 시대를 풍미했던 시절이었다. 현재도 여전히 톱스타로 '사극의 제왕'이 된 배우 최수종은 1987년 방송된 '사랑이 꽃피는 나무'라는 청춘드라마에서 꽃미남 의대생으로 등장해 큰 인기를 얻었다. 배우 손창민 역시 이 드라마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꽃미남 레지던트로 열연했으며, 최재성 이미연 이상아 신애라 손지창 오현경 등 당대 하이틴 스타가 총출동한 드라마였다.

현재 톱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중에는 청춘드라마 출신이 상당하다. 조각 미남의 전형으로 꼽히는 장동건도 1990년대 초반, 대학생들의 꿈과 낭만 그리고 사랑을 그렸던 '우리들의 천국'을 통해 톱스타로 성장했다. 특히 이 드라마는 시즌제로 제작될 정도로 '붐'을 일으켰다. 이병헌 고소영 주연의 '내일은 사랑'도 대학생들의 풋풋한 캠퍼스 이야기를 다루며 청춘드라마 열풍을 이끌었고, 장동건 손지창 심은하 주연의 '마지막 승부'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90년대 대표적인 청춘드라마 중 하나다. 이후에도 드라마 '카이스트',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 그리고 '논스톱'까지 캠퍼스 청춘물들의 전성시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청춘물들은 고사되기 시작했다. 단순한 사랑과 낭만을 그리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데 소재와 인물에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동안 시들해졌던 청춘물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청년들의 삶이 극도로 고단해지면서부터다. 최근 드라마에서 20대 청춘들은 '청춘'(靑春)이라는 단어에 걸맞지 않게 힘겹고 무거운 분위기가 더 많다. 비현실적인 로망을 벗어나 청춘들이 안고 있는 다양한 현실적인 고민을 사실감 있게 보여주면서 '공감'을 얻는 데 치중하는 것이다. 배경도 예전처럼 럭셔리한 오피스텔이 아니라 옥탑방, 혹은 여러 명이 집을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에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비싼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몇 개를 전전하는 등 경제적 고충에 시달리는 이 시대 청년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다. 특히 소재나 주제에 있어서도 바늘구멍보다 뚫기 어려운 취업, 깊어지는 세대 간 갈등, 데이트 폭력, '도전'이라는 단어보다는 '포기'에 익숙해진 88만원 세대, 세월호로 대변되는 사회적 트라우마 등을 소소한 일상 속에 녹여내는 드라마가 주를 이룬다.

◆새 학기가 주는 설렘? 현실은 달라

과거 드라마에서도 그랬지만, 여전히 새 학기를 맞은 대학생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캠퍼스 로망'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과 함께 대학생 1천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새내기 10명 중 8명은 '캠퍼스 로망'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새내기들이 바라는 캠퍼스 로망 1위는 캠퍼스 커플이 차지했으며, 이어 ▷직접 짜는 자유로운 강의 일정(38.5%) ▷행복하고 즐거운 MTOT(37.5%)가 뒤를 이었다. 또 ▷커다란 잔디밭에서 책 읽고 데이트하는 여유(31.7%) ▷소개팅과 미팅(30.2%) ▷미남미녀로 스타일 대변신(23.4%) ▷송중기설현 같은 훈훈한 선배동기(18.2%) ▷아이비리그 같은 불타는 학구열(16.9%) 등의 응답도 많았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실제 대학생활을 해 본 재학생들에게 물은 결과 무려 82.7%가 '캠퍼스의 로망이 깨졌다'고 답했다. 캠퍼스의 로망을 앗아간 캠퍼스의 현실을 꼽으라는 질문에 재학생들이 1위(54.7%)로 꼽은 것은 '끝이 없는 취업 압박'이었다. 이어 ▷경제적 압박에 따른 알바 인생(52.0%)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는 주입식 강의(44.6) ▷술만 먹는 MT(25.2%) ▷훈남훈녀 선배 대신 화석 선배만 수두룩하다는 것도 잔인한 캠퍼스의 현실로 꼽혔다. 기타 의견으로는 ▷대학 가도 빠지지 않는 살(16.3%) ▷여전히 모태솔로(14.0%) ▷혼술혼밥혼강 등 아웃사이더 생활(13.8%) 등이 있었다.

사실 신입생 환영회나 MT에서 대학생들의 노는 모습은 수십 년 전이나 현재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조별 장기자랑과 술을 마시면서 하는 각종 게임, 그리고 게임에 진 멤버에게 주어지는 벌주 등 결국은 밤새 술판으로 이어지는 자리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봄철이 되면 늘 빠지지 않는 뉴스가 술이나 얼차려로 인한 대학가 사건사고다. 다행스러운 것은 벌써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투' 열풍으로 각별히 조심하는 분위기가 대학가에서도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도한 음주는 아무래도 사건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만큼 이를 자제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AD

관련기사

최신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