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복막가성점액종 앓는 레티란 씨

"9월 만에 딸과 살게 됐는데 꼭 나을 겁니다"

베트남에서 온 이주노동자 레티란(55) 씨는 희귀 암인 복막가성점액종을 앓고 있다. 딸 응엔티히엔(20) 씨가 정성껏 간병하며 차도를 보이고 있지만 7천만원의 치료비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다. 사진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베트남에서 온 이주노동자 레티란(55) 씨는 희귀 암인 복막가성점액종을 앓고 있다. 딸 응엔티히엔(20) 씨가 정성껏 간병하며 차도를 보이고 있지만 7천만원의 치료비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다. 사진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레티란(55) 씨와 딸 응엔티히엔(20) 씨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역력했다. 레티란 씨가 한국에 일하러 오면서 9년간 떨어져 살았던 모녀는 2016년 12월 마침내 재회했다. 하지만 함께 사는 행복이 얼마나 계속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지난 1월 레티란 씨의 몸에서 희귀난치성 종양이 발견된 탓이다.

◆희귀난치성 암 진단 받고 치료비 부담에 눈물

레티란 씨는 4개월쯤 전부터 복부에 지속적인 통증을 느꼈다. 동네 의원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위장 기능이 약해졌다며 먹는 약 처방만 받았다. 하지만 통증이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심해지기만 했다. 죽을 먹어도 구토를 할 정도였고, 쉴 새 없는 복통으로 제대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견디다 못해 대형병원을 찾은 레티란 씨는 희귀난치성 암인 복막가성점액종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복막가성점액종은 종양에서 점액이 계속 분비돼 복강 내에 고이는 암이다. 레티란 씨는 올해 초 대장과 자궁, 복막 등에 발생한 종양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어 복강 내에 항암화학치료를 받았지만 복수가 차오르는 증상이 반복돼 항생제 치료와 항암화학요법을 거듭하고 있다.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자궁과 대장에 난 구멍을 막는 추가 수술도 받아야 한다. 적어도 한두 달 이상 더 입원 치료를 해야 하고, 앞으로도 수년에 걸쳐 지속적인 관리와 검사가 필요하다.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레티란 씨가 내야 할 치료비는 이미 2천700만원에 달한다. 앞으로 3개월 동안 들어갈 치료비도 이를 훌쩍 뛰어넘는 4천1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1년에 120만원을 내는 사글셋방에 사는 모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부담이다. 레티란 씨는 "몸이 아픈 것만큼이나 일을 못 하는 것이 큰 걱정"이라고 했다.

레티란 씨에게 돈은 늘 걱정거리였다. 결혼 6년 만에 이혼을 하고 가족들의 생계는 늘 레티란 씨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돈을 벌겠다며 독일로 떠났지만 얼마 가지 않아 송금을 끊었고 그곳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레티란 씨도 봉제공장에 다니며 돈을 벌었지만 홀로 노부모를 봉양하며 딸까지 키우기는 힘들었다. 결국 그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친정어머니에게 딸을 맡기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9년 전이었다.

한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 한국어도 잘 하지 못하고 일도 서툴렀다. 고용주들이 일이 서툰 점을 나무라며 심한 말을 할 때도 있었지만 꾹 참았다. 자동차 부품회사, 안경 공장 등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하나뿐인 딸을 잘 키우고 싶은 마음으로 괴로움을 이겨냈다.

◆9년 만에 만난 딸 엄마 걱정에 눈물

9년간의 헤어짐 끝에 딸은 2016년 12월 한국에 입국해 레티란 씨와 함께 지내게 됐다. 지역의 한 대학 한국어학당에 입학해 대학 정식 입학을 준비하게 된 것. 2016년 크리스마스, 모녀는 공항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레티란 씨는 "한 방에서 같이 자고 함께 밥을 먹고 집 주변을 산책하는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어 정말 기뻤다"고 했다.

딸 응엔티히엔 씨도 주 6일, 하루 6시간씩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보탰다. 힘들었지만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면 베트남이나 한국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해 엄마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힘을 냈다. 하지만 희망도 잠시. 지금은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간병하고 있다. "어머니만 건강하다면 제가 돈을 많이 벌어서 효도를 하고 싶어요. 도와주신 분들에 대한 빚도 제가 꼭 갚고 싶습니다."

희귀난치성 암이지만 레티란 씨는 꼭 이겨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레티란 씨는 "처음 병을 알았을 때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누구든지 태어나면 죽는 것이지만 부모님한테 효도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웃사람들에게 좋은 일도 못한 것 같았다"면서 "딸도 어렵게 한국에 데려와 대학 교육을 시키려고 했는데 꿈이 꺾이는 것 같아 미안하다. 꼭 나아서 딸이 잘되는 것도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일도 하고 싶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매일신문사'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역본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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