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강의 LIKE A MOVIE] 더 포스트

언론의 존재 이유, 진실은 알려야 한다

*해시태그 : #스트립 #행크스 #스필버그 #더포스트

*명대사: "뉴스는 역사의 초고다."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고 국민이 지는 겁니다."

*줄거리: 1971년, 뉴욕 타임스의 '펜타곤 페이퍼' 특종 보도로 미 전역이 발칵 뒤집힌다.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네 명의 대통령이 30년간 감춰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이 알려지자 정부는 관련 보도를 금지시키자, 경쟁지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 브레들리'(톰 행크스)는 베트남 전쟁의 진실이 담긴 정부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 입수에 사활을 건다. 결국 4천 장에 달하는 정부 기밀문서를 손에 쥔 '벤'은 미 정부가 개입하여 베트남 전쟁을 조작한 사건을 세상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메릴 스트립)은 회사와 자신, 모든 것을 걸고 세상을 바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우리나라에 전국신문과 지역신문이 있듯이,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지역신문으로 워싱턴 D.C에서 발행되는 지방지다. 흔히 간단히 포스트(Post)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일간지이자 1877년에 창간된 오래된 역사를 가진 신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인기 있는 신문이 아니었고, 지명도도 떨어졌고, 그 때문에 번번이 재정난에 허덕여야 했다. 그런 워싱턴 포스트가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뉴욕 타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1971년 보도한 특종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은 닉슨이었고, 진퇴양난에 빠진 월남전에서 출구를 찾아 헤맬 때였다.

영화 '더 포스트'는 바로 그 특종 보도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71년 베트남 전쟁의 비밀을 담은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해 관련 기사를 보도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과정을 그린 영화다. 펜타곤 페이퍼. 이것은 오랜 기간 미국이 베트남전에 개입해왔으며 이를 확대하려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기밀문서는 굳게 봉인된 판도라의 상자였다. 봉인이 해제되는 순간 30여 년에 걸친 정부의 비리와 위선이 낱낱이 폭로되기 때문이었다.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하는 기사를 당장 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자들과 이사진, 법률대리인들은 자칫 신문이 폐간돼 직원들이 모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반대하는 기로에 선 캐서린. 그녀는 고뇌 끝에 결국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라는 대의를 선택한다.

1871년에 창간된 워싱턴 포스트는 1933년에 유진 메이어가 인수한다. 그는 전문적인 신문 경영인은 아니었지만 신문 발행에 대해 확고한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그 원칙 안에는 고품질의 출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드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유진 메이어의 리더십을 통해 워싱턴 포스트는 성장하기 시작했고 1946년 사주 자리를 딸 캐서린 그레이엄이 아닌 사위 필립 그레이엄에게 넘긴다. 필립이 죽은 뒤 캐서린 그레이엄이 전면에 나서게 되며 보수적이었던 미국 신문업계의 풍토에 최초의 여성 발행인으로 등극한다.

부유하고 권위 있는 가문의 딸이자 언론사의 발행인으로서의 캐서린은 사교계의 저명 인사였다. 그녀는 백악관과 긴밀하게 지내며 장관들과 오찬을 즐기며 친분을 유지한다. 그런 관계에서 고급 정보를 얻기도 하고, 특종의 실마리를 미리 잡기도 했다. 뉴스에 등장하는 정부 인사와 각종 셀럽들을 캐서린의 하우스 파티에서 다 만날 수 있었으니 그녀는 자신의 자산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여성 발행인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정작 남성 리더들로 가득한 회의실에서 그녀를 대표로 인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그녀가 사교계 방면으로는 유용한 인물이나 발행인으로서는 자질이 한참 떨어진다고 대놓고 비난했고 심지어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논박을 벌일 때도 캐서린을 뒷전에 둔다. 결국 워싱턴 포스트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캐서린의 몫임에도 말이다. 캐서린은 자신과 자신의 회사를 걸고 워싱턴 포스트의 윤전기를 돌린다. 회의실의 젠틀맨들이 크게 점수를 주지 않았던 캐서린은 후에 신문인으로 가장 존경받는 이가 되고, 미국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비즈니스 리더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여성이 된다.

비결은 그 어떤 경영 전략이나 권모술수가 아니라 언론이 취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길인 정론직필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캐서린은 언론이란 사실을 제대로 밝혀야 하고 양질의 기사가 신문의 가치를 높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기자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주었고 시민에게 알리는 기자와 편집인의 권리를 존중하였다. 그러기에 워싱턴 포스트는 '펜타곤 페이퍼'를 고발하고,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낸 결정적인 비리를 들추었던 '워터게이트 사건'을 가감 없이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캐서린 그레이엄이라는 실제 인물에 대한 사담이 길어졌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지점이야말로 캐서린, 그녀 자체로 귀결된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정치적 상황을 뛰어넘어 여자가 리더로 거듭나는 순간을 담은 이야기라고 '더 포스트'의 메시지를 요약했다. 발행인의 입장에서는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는 극한의 상황이다. 감옥에 가야 할 수도 있었다. 발행인 캐서린과 편집장 벤 브레들리의 용기 있는 결정은 왜 미국의 언론이 위엄을 갖게 된 건지, 언론이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오늘날까지도 워싱턴 포스트의 시민의 편에 선 언론에 대한 신념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워싱턴 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핵 위기 해결을 앞두고 한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에 나서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는 칼럼을 발표하며 트럼프 정부를 맹렬히 비판하였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라는 영화 속 대사가 아직도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더 포스트'에서 보여주는 시민의 알 권리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개념이다. 한때 법 위에 군림하고자 했던 시대착오적인 권력자를 끌어내렸고 최근에는 'Me Too!'로 대변되는 폭로 운동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영화는 왜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고, 진실이 밝혀져야 하는지를 역설하며 은폐되어야 할 진실은 없다는 메시지를 온전히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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