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퓨처스] 정지은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확률 넘어 어린 생명 살리는 게 남은 인생 목표"

정지은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정지은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미숙아 생존율 30~40%밖에 안돼

신생아 4, 5개월간 치료'보육 초점

편안한 병원 분위기 조성에 힘 쏟아

아기 좋아해 망설임 없이 전공 선택

육아'일 병행하는 '워킹맘' 고충 실감

"잘 버텨준 아기들이 늘 대견하고 고맙죠."

신생아 중환자실엔 여느 아기들보다 일찍 엄마의 따뜻한 배 속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선 아기들이 적지 않다. 정지은(39)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그런 아기들이 병원에 머무는 4, 5개월 동안 엄마가 되어 준다. 정 교수는 초미숙아(출생 시 몸무게 1천g 미만인 경우)를 챙긴 경험이 많다. 어린 생명인 만큼 긴장감을 늦추기 어렵다. 그가 신생아를 챙기는 걸 두고 '의료의 종합예술'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더구나 미숙아를 돌보는 건 치료에다 보육까지 더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일이 능숙한 정 교수도 요샌 아기를 돌보는 일이 또 다르게 느껴진다. 6개월 된 딸을 키우면서 다른 아기들을 더 아끼게 됐다. 그는 "병원에 오는 아기들을 보면 환자를 넘어 내 아기의 친구, 내 아기의 동생처럼 보인다. 예전부터 아기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아기들이 더욱 예뻐 보인다"며 웃었다.

◆'엄마'와 '의사'라는 이름의 삶

정 교수는 충북 제천 출신이다. 그곳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대구가톨릭대 의대에 진학했다. 대구가 낯선 곳은 아니었다. 외가가 대구인 데다 아버지 고향이 안동인지라 이 지역 정서와 분위기에 익숙했다. 문과 출신이지만 문이과 교차 지원 전형을 활용해 의학도가 됐다. 의대 입학 후 그는 망설임 없이 소아청소년과를 전공으로 택했다. 정 교수는 "예전부터 다른 과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아기들을 상당히 좋아했다. 제3세계 아이들에게도 관심이 있어 의사가 된다면 난민기구 같은 곳에서 아이들을 챙기는 걸 상상하기도 했다"며 "어머니가 어린이집을 운영하셔서 꼬마들을 챙기는 데도 익숙했다"고 했다.

정 교수는 독특한 결혼식을 치르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지역에서 작은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2013년 3월 남편(정휴준 대구가톨릭대 음대 교수)의 제안에 동의,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에서 받은 축의금과 축하 물품은 복지재단에 기부했다. 양로원인 '부산 초원의 집' 인근 모텔에 머물며 양로원 대청소 등 자원봉사로 신혼여행을 대신했다. 그는 "일생에 한 번인데 결혼식을 화려하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남편의 뜻에 기꺼이 동의했다"며 "신혼여행만큼은 나중에 한 번 가려 했는데 일과 일상에 치이다 보니 아직 못 갔다. '없는 일도 만들어서 벌이는' 남편 성격 탓에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웃었다.

정 교수는 요즘 '일하는 엄마'의 고충을 실감하는 중이다. 육아와 일을 병행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그는 "시어머니가 딸을 챙겨주시긴 하지만 연세가 높으셔서 힘들어하신다. 많이 죄송하다"며 "육아 휴직도 남의 일이다. 내가 빠지면 다른 인력이 이 자리를 메워야 하는데 그럴 사정이 안된다는 걸 아니까 그냥 버티고 있다"고 했다.

◆어린 생명을 하나라도 더 살리는 게 꿈

정 교수가 일하는 대구가톨릭대병원의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는 37개 병상을 운영 중이다. 정 교수는 병원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 위해 애쓴다. 아기들이 주변 상황에 상당히 민감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가끔은 아기들이 낯선 환경이 부담스러울까 봐 흰 가운을 벗고 진료하기도 한다. 그는 "잘못을 지적할 때도 가급적 부드럽게 얘기하려고 노력한다. 그리해서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겠느냐고 할 때도 있지만 여긴 달라야 한다"며 "병원에선 의료진이 엄마와 아빠인데 큰 소리를 내서 아기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된다. 우리가 아직 말도 못하는 꼬마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셈"이라고 웃어넘겼다. 지난해 말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들이 사망한 사건 이후 신생아 중환자실을 보는 시선이 따가운 게 사실이다. 정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의료진이 마음을 다잡고 더 잘하는 수밖에 없다. 의료 기술과 수준을 표준화하고 상향 평준화할 수 있게 모두 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2~23주에 태어난 아이가 살 확률은 30~40%. 생존율이 높지 않다고 해도 모두 소중한 생명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해선 안된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2015년 정 교수는 22주 1일째 세상에 나온 초미숙아(출생 당시 470g)를 살린 경험도 있다. 그는 "초미숙아를 살리는 기술은 점점 좋아지고, 그런 만큼 장애 등 사후 문제가 생길 확률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런 아기들의 '삶의 질'이 최대한 높아질 수 있게 해주는 게 남은 인생의 목표"라며 "미숙아들의 기관지폐이형성증과 관련한 연구도 더 깊이 있게 하고 싶다"고 했다.

◇정지은 교수

▷1978년 충북 제천 출생 ▷대구가톨릭대 의대 졸업 ▷계명대 의과대학원 의학석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임의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조교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신생아 분과 전문의 ▷대한소아과학회 정회원 ▷대한신생아학회 정회원 ▷대한주산의학회 정회원

AD

관련기사

최신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