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모야모야병 앓는 황지은 양

"오늘 넘기기 힘들다" 판정 매번 이기고 투병

모야모야병으로 투병 중인 황지은(가명'11) 양의 배 속으로 연결된 '위루관'에 어머니 김선혜(가명'45) 씨가 약물을 주입하고 있다. 7년째 투병 중인 지은 양은 표정이 살아나고 스스로 팔을 움직이는 등 차도를 보이고 있지만 재활치료비와 약제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성일권 기자 igsung@msnet.co.kr 모야모야병으로 투병 중인 황지은(가명'11) 양의 배 속으로 연결된 '위루관'에 어머니 김선혜(가명'45) 씨가 약물을 주입하고 있다. 7년째 투병 중인 지은 양은 표정이 살아나고 스스로 팔을 움직이는 등 차도를 보이고 있지만 재활치료비와 약제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성일권 기자 igsung@msnet.co.kr

황지은(가명'11) 양의 집에는 지은 양이 네 살이 되기 전에 찍은 사진 수십여 장이 벽면과 방문 곳곳에 붙어 있다. 모두 지은 양이 모야모야병으로 투병하기 전에 찍은 사진들이다. 어머니 김선혜(가명'45) 씨는 "지은이가 어릴 때 사진들이어서 집에 온 손님들이 딸 하나를 더 키우냐고 묻곤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결혼 6년 만에 얻은 외동딸은 집안의 보물이자 자랑이었다. 세 살 때 구구단을 외울 정도로 똑똑했고 애교도 넘쳤다. 투병 중에도 X-선 촬영을 할 때면 손가락으로 'V' 자를 그릴 정도로 씩씩했다. 활짝 웃고 있는 사진들을 마주한 지은 양은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못했다. 목에는 산소호흡기가 꽂혀 있고, 배에는 음식물이나 약을 넣는 위루관이 연결돼 있었다. 이따금 가래가 끓는 소리가 나면 김 씨가 목으로 튜브를 넣어 가래를 뺐다. 고개를 젖히며 켁켁거리는 지은 양의 얼굴에는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7년간 120여 차례나 입원해

지은 양의 집은 대학병원과 마주하고 있었다. 언제 응급 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선택한 장소다. 얼마 전 위루관 수술을 한 부위에 염증이 생겨 응급실을 찾았을 때, 병원 직원은 "이번이 120번째 입원"이라고 했다.

지은 양이 이상 증세를 보인 건 7년 전이었다. 김 씨는 "지은이가 유치원에 다녀오더니 '엄마 나 손이 이상해. 왼손은 쫙 펴지는데 오른손은 잘 안 펴져'라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의아한 마음으로 찾아간 동네의원에서는 뇌혈관이 좁아져 뇌출혈과 뇌경색을 유발하는 모야모야병이 의심된다고 했다.

즉시 뇌 혈류량 회복을 돕는 수술에 들어갔다. 지난 2011년 1월 첫 수술은 비교적 잘 넘겼지만 6개월 만에 뇌경색으로 다리가 마비됐다. 급하게 2차 수술을 받았지만 말도 하지 못하고 음식도 먹을 수 없게 됐다.

김 씨는 "수술 직후에는 앞으로 3개월 정도 살 수 있다는 판정을 받기도 했어요. 지난 2013년 5차례나 뇌출혈이 일어났을 때에는 입원 기간 내내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매번 이겨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긴 투병생활을 잘 견뎌준 딸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사지가 불편한 지은 양을 가장 괴롭히는 건 기관지 주변에 생긴 '육아종'이다. 코를 통해 삽입한 튜브가 호흡기 내부를 자극하면서 염증이 반복됐고, 주변 조직이 딱딱해져 통증과 호흡 곤란을 유발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수술로 제거했지만 호흡기 깊숙한 곳에는 아직 육아종이 남아 있다.

◆재활치료비 부담에 근근이 생계유지

지은 양은 잘 버티고 있지만 쌓여가는 치료비는 감당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은 양은 몸이 굳는 것을 막고자 정기적으로 재활치료와 마사지를 받고 있다.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 있었던 것에 비하면 척추나 관절 상태는 양호한 편이고 스스로 팔을 움직이기도 하는 등 재활치료 효과를 보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주 3차례 50분씩 받는 치료비는 월 80만원. 절반은 정부 지원을 받지만 나머지 40만원은 자부담이다. 육아종 악화를 막고자 투여하는 침 분비 억제제는 비급여 항목이어서 매달 40만원 정도 든다.

고정적인 치료비 지출에 비해 수입은 적다. 지은 양의 아버지(50)는 5년 전부터 심해진 부정맥과 고혈압으로 고된 일은 할 수 없다. 주방보조로 일하며 월 120만원 정도를 버는 게 전부다. 김 씨도 틈틈이 다른 환자의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며 40만원 정도를 받지만 불규칙한 수입이라 큰 도움이 못 된다. 부부가 딸의 투병 생활을 함께하며 얻은 것은 다른 환자들에 대한 공감이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4년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후원을 하고 있다.

김 씨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지나가던 길에 모금활동을 보고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그 사람들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 김 씨의 소망은 단 한 가지다. "지은이가 지금보다 크게 호전되는 걸 바라긴 힘들겠죠. 다만 지금보다 더 편하게 숨 쉬고 힘들어하지 않으면서 가족들과 오래 있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매일신문사'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역본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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