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올림픽 매스스타트 초대 황제 등극

김보름 막판 스퍼트 '은메달'

24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승훈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승훈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살아있는 전설' 이승훈이 올림픽 매스스타트 초대 황제 자리에 올랐다. 여자 대표팀의 김보름은 4년 전 소치올림픽의 아쉬움과 여자 팀추월 '왕따 주행' 논란을 딛고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이승훈은 24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7분43초97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포인트 60점을 얻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이승훈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의 초대 우승자에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새겼다.

이승훈은 지난 21일 열린 남자 팀추월 은메달에 이어 매스스타트 금메달까지 목에 걸면서 자신의 통산 올림픽 메달 개수를 5개로 늘렸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10,000m 금메달과 5,000m 은메달로 '메달 쌓기'를 시작한 이승훈은 2014년 소치 대회에서 팀추월 은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팀추월 은메달과 매스스타트 금메달까지 총 5개의 메달을 차지하게 됐다. 이미 팀추월 은메달로 4개의 메달을 보유,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역대 최다 메달 기록을 경신한 이승훈은 주종목인 매스스타트에서 금빛 질주를 펼치며 '쇼트트랙의 두 전설' 전이경(금 4, 동 1)과 박승희(금 2, 동 3)가 가지고 있던 한국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승훈의 폭발적인 뒷심에 더해 '띠동갑 후배' 정재원의 조력이 돋보였다. 이승훈은 16명이 출전한 이날 경기 초'중반 후미에서 천천히 기회를 엿봤고, 정재원은 선두에서 꾸준히 레이스를 펼치며 다른 선수들의 힘을 뺐다. 덴마크의 빅토르 할트 토르프와 스위스의 리비오 벵거가 6바퀴째부터 무리하게 선두로 치고 나섰지만 정재원은 그들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고 꾸준히 2위 그룹의 선두 자리를 지켰다. 정재원이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동안 이승훈은 조금씩 순위를 끌어오려 14바퀴째에는 8위까지 올라섰다.

드디어 스퍼트의 시간. 네덜란드의 '베테랑' 스벤 크라머르가 14바퀴째 갑자기 1위 자리로 뛰어오르면서 레이스는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승훈도 재빨리 후미 그룹에서 튀어나와 속도를 붙였고, 15바퀴째 2위로 올라섰다. 이때 정재원은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후미로 빠졌다.

마지막 바퀴에서 이승훈의 폭풍 질주가 시작됐다. 이승훈은 폭발적인 스피드와 압도적인 코너링으로 앞서 달리던 바르트 스빙스(벨기에'7분44초08'포인트 40)를 따돌리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동메달은 네덜란드의 페르베이(7분44초24'포인트 20)에게 돌아갔다.

경기 후 이승훈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감격스러워 눈물이 난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면서 "스퍼트를 내는 선수와 간격을 유지하게 도와준 (정)재원이에게 매우 고맙고 재원이와 함께 금메달을 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보름은 남자 결승 직전 열린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8분32초99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두 번째로 통과해 포인트 40점을 얻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은메달로 김보름은 4년 전 소치 대회에서 '노메달'의 설움을 씻고 생애 첫 메달을 은빛으로 물들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특히 지난 19일 열린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노선영 '왕따 주행' 논란으로 맘고생을 심하게 했던 김보름은 마음을 다잡고 은메달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남자 경기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중하위권에서 묵묵히 기회를 엿본 김보름은 10바퀴째부터 서서히 속도를 올렸고, 13바퀴째 5위로 뛰어오르며 메달권을 향해 질주했다. 김보름은 14바퀴째 4위로 올라섰고, 15바퀴째에는 3위 자리로 뛰어올라 메달권에 포함됐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김보름은 온 힘을 쥐어짜며 2위로 달리던 네덜란드의 슈텐과 마지막까지 경쟁을 펼친 끝에 날 들이밀기에서 이기며 간발의 차로 2위를 꿰찼다. 3위 슈텐과의 기록차는 단 0.03초였다. 금메달은 8분32초87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가장 빨리 통과한 일본의 다카기 나나(포인트 60점)가 차지했다.

김보름은 은메달을 확정한 뒤 굵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건네받은 태극기를 흔들며 링크를 돌다가 태극기를 잠시 링크에 내려놓고 응원해준 팬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는 세리머니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경기 후 큰절의 의미를 사죄의 표현이라고 밝힌 김보름은 "지금 떠오르는 말이 죄송하다는 말밖에 없다. 다른 말은 못할 것 같다"며 "정말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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