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기술혁신과 인간의 행복

법무법인(유) 율촌 고문, 숙명여대 겸임교수,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 법무법인(유) 율촌 고문, 숙명여대 겸임교수,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

스마트폰에 뺏긴 현대인 여가 시간

AI·자율주행차는 일자리마저 위협

한국 2030 행복지수 연령대별 최저

文정부 삶의 질 높일 국정지표 시급

기술혁신으로 생활수준과 건강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음에도 삶에 대한 만족이나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간의 행복지수를 객관적으로 측정해 국가정책 목표나 지표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범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유엔(UN)은 2012년부터 국민의 행복도를 1인당 GNP, 기대 건강수명, 사회적 지원 수준, 선택의 자유, 사회적 신뢰(부정부패), 너그러움(기부) 등 6가지 항목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55개국 중 56위(일본 51위, 중국 79위)를 차지했는데 2013년 41위, 2015년 47위로 매년 순위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순위 10위 내 국가는 대부분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북유럽 국가들이 차지했고 한'중'일과 같은 동아시아 경제 강국들은 경제력에 비해 행복지수가 상당히 낮았다. 선진국 기구인 OECD도 2011년부터 기대수명, 소득, 고용, 교육, 환경, 삶의 만족도 등 11개 항목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조사에서 35개국 중 29위를 했다. 환경, 공동체, 삶의 만족도가 최하위 수준을 기록한 반면 교육과 기대수명은 평균 이상을 기록했다.

양대 국제기구의 조사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가 낮고 매년 악화되고 있는 이유는 첫째, 사회적 지원이 미흡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제일 높고 청년 실업률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둘째, 선택의 자유, 부정부패, 공동체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 바, 이는 출발부터 불공정하다는 인식, 소득 불평등 악화, 과도한 규제, 채용 비리나 부정부패로 정부나 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낮아 공동체의 통합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셋째, 안전과 환경 항목에서의 낮은 점수도 행복지수 악화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살률과 교통사고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후진국형 대형사고로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이 증대하고 있고 미세먼지로 환경도 선진국 중에는 최하위 수준이다.

넷째, 삶의 만족도가 선진국은 물론 후진국에 비해서도 낮다. 삶의 만족도는 1인당 노동시간이나 일자리 등이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개인의 가치관이나 집단문화도 중요한 변수다.

'사피엔스'란 책으로 우리에게 유명한 유발 하라리 교수에 의하면 인류는 수렵사회부터 농경사회, 산업사회로 발전하면서 의식주면에서는 눈부신 향상을 이루었지만 행복감은 비례해서 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기대치도 올라가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실망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 조상보다 현대인의 외모가 훨씬 준수해도 외모 만족도는 오히려 낮다고 한다. 스마트폰이나 TV 보급으로 동네 사람보다 연예인이나 모델이 외모의 비교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이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미국의 10대 청소년 100만 명을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 보급이 급격히 확산한 2012년부터 이들의 행복지수가 급격히 하락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성인도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을 스마트폰에 뺏긴다고 한다.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뉴스나 정보, 타인의 일상사까지 SNS를 통해 관여하면서 감정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인에게는 진정한 휴식이 없다. 캐나다 작가 마이클 해리스는 그의 저서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에서 SNS를 몸에 좋지 않은 '사회적 패스트푸드'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공지능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같은 신기술도 과거 산업혁명 초기에 발생한 러다이트 운동처럼 인간의 일자리를 뺏고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행복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삶에 있어 일자리는 단순한 생존 수단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가 공동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030세대가 모든 세대계층 중 행복지수가 가장 낮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안 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행복연구 권위자인 야마우치 교수에 의하면 '실업자에게 실업소득만 지급하기보다 직업 훈련을 통해 재취업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게 행복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 행복을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국정 모델을 하루빨리 마련해 개혁의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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