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정상회담, 낭만적 기대감 갖기보다 냉철히 준비해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다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를 전해왔다. 김 위원장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김여정 특사를 통해 밝힘으로써 남북 정상회담이 10여 년 만에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북핵 개발로 촉발된 긴장 국면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이기에 세계의 이목도 쏠리고 있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고 최고 실권자의 여동생을 남한에 파견하는 등 일련의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 제재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실행 가능성마저 커지면서 북한이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북 정상회담 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가 자칫 한반도 무력 충돌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북한 최고 실권자를 만나 속내를 파악해야 하며 그래야 문제 해법 실마리도 풀어낼 수 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의 특효약이 될 것으로 섣불리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최근 들어 북한이 유화적인 자세를 보인다고 해서 핵무기 개발에 대한 그들의 근본적인 자세가 바뀌었다고 볼 수 없다. 북한의 태세 전환은 고도의 시간벌기 전략일 수 있기에 낭만적 기대감 아래 조급하게 끌려갈 일도 아니다. 남북 정상회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핵 폐기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양보할 수 없는 준엄한 요구임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북한의 남북 정상회담 개최 의사 표명과 관계없이 미국의 압박 기조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 추진이 미국과의 동맹 및 공조를 훼손시키는 요소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 북핵 문제로 유발될 수 있는 위기의 당사자이자 문제 해결의 중재자로서 우리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 정국에 냉철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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