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지도자의 정신 건강

당연한 소리이지만 국가지도자의 정신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구소련 인민은 매우 불행했다. 러시아 혁명을 이끈 레닌부터 매독 환자였다. 1921년부터 욕지기, 불면증, 부분적 마비, 심한 두통, 주기적 발작 등의 증세를 보였는데 뇌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신경 매독의 전형적 증상이다. '조건반사'를 발견한 위대한 과학자 파블로프는 이를 두고 "뇌에 매독을 지닌 광인에 의해 혁명이 이뤄졌다"고 했다.

스탈린은 '편집증' 환자였다. 이를 알아낸 이가 인간의 기억은 뇌의 해마가 담당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저명한 신경생리학자 블라디미르 페흐테레프이다. 그는 스탈린을 검진하고 '편집증'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당일 독살됐다. 그가 죽은 뒤 소련의 과학 교과서에서 그의 이름과 연구 업적은 모두 지워졌다. 레닌과 스탈린의 이런 비밀은 러시아 혁명과 소련이라는 국가의 작동에 왜 그렇게 엄청난 인명의 희생이 동반됐는지 가늠케 한다.

미국 의회가 국제연맹 가입을 거부한 것도 윌슨 대통령의 건강 문제와 관련이 깊다. 국제연맹 가입 비준동의안의 의회 표결을 앞두고 윌슨은 매독 후유증으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당시 윌슨은 국제연맹의 결정 사항을 집행하기 위해 주요 가맹국이 전쟁에 나설 의무를 져야 한다고 고집했다. 이는 외국의 분쟁에 미국이 군사적으로 자동 개입하게 됨을 뜻한다.

이에 야당인 공화당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 여부를 심사할 권한을 의회가 갖는다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윌슨이 파리평화회의에서 만든 국제연맹 규약 원안이 이미 의회에서 부결된 상황에서 미국이 국제연맹에 가입하려면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윌슨은 원안을 고집해 수정안 반대 공작을 벌였고 결국은 부결됐다. 이로써 미국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세계평화에 기여할 기회도 사라졌다. 그 원인은 윌슨의 지병이 초래한 판단력 저하였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지적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신 건강이 연일 관심사다. 최근에는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 수 있는 수정헌법 25조를 적용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직무 수행 불가능'을 부통령과 장관 과반수가 서면으로 작성해 상'하원에 보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런 '반란'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트럼프의 정신 건강 논란이 어디까지 갈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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