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부와 이타적 유전자

지난 11월 말 '사랑의 온도탑'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이번에는 몇 도가 달성될까?'라는 기대와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사랑의 온도탑은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있다. 불황과 함께 '기부한파'가 찾아온 느낌이 든다. 사회공동모금회의 기부금 목표액을 1% 달성할 때마다 온도탑은 1도씩 올라간다. 올해 전국 목표액은 3천994억원이다. 8일 현재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은 전국 87.8도에 머물렀다. 대구의 나눔 온도는 91.1도로 그나마 다행이다.

기부한파는 대개 불황과 관련이 있지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에 따른 불신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딸에게 들어온 기부금으로 외제 승용차를 여러 대 몰고 다닌 일명 '어금니 아빠' 사건, '최순실 국정 농단' 등 공익 재단의 잇따른 일탈 등이 원인이 되어 기부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지난달 27일 구세군 자선냄비에 역대 최고 금액인 1억5천만원 상당의 수표가 들어 있었다. 이 수표는 모두 남양주농협에서 발행된 것으로, 일련번호도 이어져 한 사람이 기부한 것으로 추측된다. 수표는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백화점 앞에 있는 자선냄비에 누군가가 넣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지난달 23일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도 훈훈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바로 '대구 키다리 아저씨'다. 이분은 2012년 1월과 12월 익명으로 거액을 기부했다. 이후 6년간 7차례에 걸쳐 나눔을 실행했다. 매년 1억원 이상을 기부한 '대구 키다리 아저씨'는 지금까지 8억4천여만원을 기부했다. 개인이 낸 성금으로는 가장 많은 액수다.

이러한 이웃 사랑의 정신은 아름다운 삶을 일깨운다. 얼마나 가슴 따뜻한 이야기인가! 왜 고 김수환 추기경이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 데 70년이나 걸렸다"고 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만큼 '남을 돕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고 흔히 말한다.

오늘날 인류가 이만큼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려운 이웃을 향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우리의 아름다운 선행으로 사회가 밝아지기를 기대한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독일 본대학의 한 연구팀이 이타심과 관련된 유전자를 발견했다. 'COMT'라고 명명된 유전자. 사람에게는 이런 유전자가 세 가지 유형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2개 유형은 남을 돕는 행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나머지 1개 유형은 타인에게 상대적으로 인색한 기질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COMT 유전자가 많이 활성화될수록 기부도 많이 하고 기부 금액도 크다고 한다. 얼마 전 포항 지진과 같은 큰 재난과 안타까운 사건이 터질 때마다 누구 먼저 할 것 없이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이미 이타적 유전자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천성인 듯 이타적 유전자를 많이 물려받은 것 같다.

지난달 26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삐뚤삐뚤한 손 편지가 도착했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제천 동명초등학교 3학년 강나연, 5학년 김문주입니다. 얼마 전 '기부포비아'라고 적힌 기사를 봤습니다. 지금은 기부포비아가 아니라 기부폭염이 와야 합니다. 기부폭염이 오려면 시작을 해야 되니 하나하나 사랑과 관심을 선물해 드리며…"라는 내용이다. 어린 초등학생 2명이 과학전람회에서 받은 장학금 40만원과 함께 보낸 편지다. 진정 장하고 갸륵한 일을 행한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제천 동명초교 학생들이 밝힌 "기부금이 슬프거나 불편한 이웃에게 희망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메시지가 한동안 울림으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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