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퓨처스] 박준수 대구가톨릭대병원 피부과 교수

"곰팡이 배양 발상 전환…환자 치료법 빨리 찾아"

박준수(40) 대구가톨릭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 병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연구자다. 피부 병리는 조직 검사를 통해 각종 피부 질환의 원인을 진단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분야다. 박 교수는 "피부 병리를 하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고 했다. "피부 병리는 피부의 언어라고 생각해요. 한 국가의 언어를 이해하면 언어 사용자의 정서와 문화, 역사, 사회 구조까지 이해할 수 있듯이 새로운 피부 언어를 배울 때마다 피부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푸근한 인상의 박 교수는 대화 내내 "별거 아니었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래도 막상 말문이 터지니 눈빛을 반짝이며 말에 속도가 붙었다.

◆발상 바꾸니 연구 성과가 툭툭

박 교수는 지난 9월 대한의진균학회가 수여하는 '제1회 젊은 의진균의학자상'을 받았다. "보통 의진균학자들은 진균을 배양해서 균종과 특성을 파악하는 분자생물학적 검사를 많이 해요. 그런데 저는 발상을 전환한 게 주효한 것 같아요." 그가 말하는 '발상의 전환'은 진균을 죽이는 게 아니라 더 빨리 키우는 것이다. 당초 박 교수는 같은 연구실을 쓰는 권동락 재활의학과 교수가 개발한 미세전류 치료기를 응용해 곰팡이균을 죽이는 실험을 했다.

하지만 1주일 뒤 살펴본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전기 자극을 준 곰팡이균이 훨씬 더 빨리 자라 있었던 것. "처음에는 실패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더 빨리 곰팡이균을 키울 수 있다면 어떤 종류의 진균인지 확인하는 데 시간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접근법을 바꾼 거죠." 진균은 1, 2일이면 배양하는 박테리아와 달리, 배양하는 데 길게는 수개월씩 걸린다. 따라서 진균을 빨리 키워내면 보다 빨리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방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주로 근육이 굳은 정도를 보는 탄성초음파도 피부 질환 진단에 접목했다. 박 교수는 탄성초음파로 표피낭종이 터지기 전에 확인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모두 다른 진료과 교수님들과 산책을 하거나 밥을 먹으며 얻은 아이디어예요. 가볍게 오가는 대화 속에서 얻는 아이디어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박 교수는 우리나라만의 질병 용어를 미국 의학 검색사이트에 등록하기도 했다. 2013년 국제 SCI급 학회지인 국제피부과학회지에 '봉침'(Bong-Chim)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등록시켰다.

◆연구는 즐겁게, 치료는 엄격하게

박 교수가 연구하는 피부 병리는 피부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나 피부와 병리는 함께 이해하기 쉽지 않다. 피부는 굉장히 넓은 반면에 피부 조직 검사는 쌀알 크기의 조직만 검사하기 때문이다. "병리학적인 측면에서 단순한 균이 피부에서는 굉장히 심각한 질환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괴리가 크죠. 피부와 병리를 동시에 이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활발한 연구 성과 덕분에 미국 의사들을 대상으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4,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국제피부병리회의의 피부병리학 전문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병리학적으로 오인하기 쉬운 질환을 주제로 강의를 했다. 가령 악성 림프종과 피부 습진의 경우 조직 검사상에서는 염증 세포만 보기 때문에 단순 습진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것이다.

요즘 그는 정제된 봉독이 진균이나 피부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실험 연구를 진행 중이다. 봉침의 부작용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 그가 봉독의 효능을 연구하는 셈이다. 현재까지 일부 무좀균을 봉독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정도까지 진행된 상태다. 이 밖에 한국인의 흑색종의 병리적 소견에 대해 정리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연구는 신나게, 강의는 즐겁게 하고요. 환자 치료는 최대한 엄격하게 하는 게 목표에요. 앞으로도 끊임없이 배우면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연구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박준수 교수

▷1977년 상주 출생 ▷영남대 의과대 박사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피부과 주임교수'부학장 ▷대한피부과학회 정회원 ▷국제피부병리회의 정회원 ▷유럽피부과학회 정회원 ▷대한의진균학회 간행이사 ▷대한피부병리학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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