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매일 신춘문예/동시] 엄마 생각-이사람

◆약력 이상윤(필명 이사람) 1969년 서울 출생 2013년 '시산맥' 신인상 당선 2015년 '동양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 ◆약력 이상윤(필명 이사람) 1969년 서울 출생 2013년 '시산맥' 신인상 당선 2015년 '동양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
하청호 하청호

◆당선작-엄마 생각

오늘도

엄마는 오지 않는데

잠들기 전

엄마에게 편지를 써

발자국이라 쓰고

귀를 대면

엄마의 구두 굽 소리가 들려

쓰다만 편지를

아침에 다시 펼쳐 보면

엄마에게로 가는

길 하나가 나 있을 것 같아

내 발자국이란 글자를

두 손가락으로

살며시 집어 들어

문밖에다 내다 놓으면

또각또각

엄마에게로

걸어갈 것 같은 밤이야

◆당선 소감

어젯밤엔 꿈에서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다 깨어나니 입안에서 우유 냄새가 났습니다. 어머니는 내 철없던 유년의 시절이며, 젊은 날의 방황이며, 어설픈 중년의 인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팍팍해질수록 어머니는 내 등 뒤에서 모아 쥔 언 두 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저지레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나를 어두워지는 골목에서 기다리던 가난한 날의 그 어머니를 만나러 동화와 동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그곳 말고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으므로.

2015년 동양일보 신춘문예 동화가 당선된 게 어젯밤 꿈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선 소감을 쓰고 있는 지금의 느낌이 기시감처럼 느껴집니다. 당선 소식을 전화로 전해 들었을 때, 다 큰 어른이라 믿고 있던 내가 떨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내가 아직도 다 자라지 못한 탓이라는, 그저 시간에 떼밀려 어른들의 자리에 와 서 있는 거라는. 이참에 유년 시절의 더 깊은 그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 볼 생각입니다.

당선 소식을 전해 드렸을 때 당신이 현대수필문학상 대상을 받던 그때보다 더 기뻐해 주시던, 항상 언젠가 어디선가 손을 놓쳐 잃어버렸던 고모 같은 맹난자 선생님께 진 빚을 작게나마 갚은 것 같은 착각에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시산맥과 작가회의 양주지부 식구들 그리고 수필가 이현재 한복용 선생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저의 영원한 독자인 아들 민규와 딸 민정 그리고 어린 저를 양자 삼아 데리고 사는 집사람에게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끝으로 유년 시절의 그 골목으로 가는 지도를 제 손에 쥐여주신 매일신문사와 심사위원분께 어설픈 아이의 언어로 감사의 표현을 떠듬거려 봅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잠시 전원이 꺼져 있다고 해도 하드의 메모리는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믿으며 스위치를 더듬는 마음으로 정진하겠습니다.

◆심사평

응모된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성인들이 왜 동시를 쓰는가. 개인마다 까닭이 있겠지만, 심사자는 동심을 통해 어린 날의 순수성을 회복하고, 나아가 그러한 마음을 어린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물론 어린 날의 회억이 전적으로 동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동심으로 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해 주는 것은 분명하다.

응모된 작품을 정독하고 최종적으로 남은 작품은 최미애의 '나이테', 이은완의 '옥수수', 이사람의 '엄마 생각'이었다.

이 세 작품은 각기 개성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나이테'는 이미지가 명징하고 표현 또한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특히 모든 것을 내어준 나무에게 칭찬의 동그라미(나이테)를 나무 속에 그려주었다는 것과, 거미줄을 우산살로 표현한 동심적 발상은 매우 신선하였다. 그러나 이 작품은 발상과 감각적 표현의 우수함에 비해 마음의 울림이 적었다. 다시 말하면 표현의 재미에 그쳐 시적 감동은 미흡했다.

다음으로 이은완의 '옥수수'는 기존의 동시와는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서 관행적으로 보이는 연의 구분 없이 하나의 이미지로 통일되어 있다. 그리고 특별히 감각적이며 뛰어난 은유도 없다. 그저 담담하게 여름밤의 정경을 수채화처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읽고 나면 마음이 따듯해지고, 농촌의 일상이 영상처럼 떠오른다. 아쉬운 점은 다소 유리된 동심과 단순한 서정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작품은 이사람의 '엄마 생각'이다. 무엇보다 눈높이가 어린이의 삶과 밀착되어 있고, 시어를 부리는 감각이 뛰어났다. 평범한 소재지만 이처럼 맛깔스럽게 표현한 솜씨가 돋보였다. 그리고 '발자국이라고 쓰고/귀를 대면 엄마의 구두 굽 소리가 들려'와 같은 빼어난 시적 상상력과 발랄한 표현은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기존의 엄마 생각에서 흔히 소재로 삼는 아픔과 설움이 아닌, 밝고 건강한 동심으로 형상화한 점도 높이 평가되었다.

다만 함께 보내온 작품에 일부 흠이 보였으나, '엄마 생각'에서 보여준 밀착된 동심과 세련된 언어 감각은 당선작으로 결정하는 데 큰 걸림돌은 되지 않았다. 당선을 축하하며,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한다.

하청호(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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