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매일 신춘문예/시조] 옆구리 증후군-조경선

◆약력 조경선 1961년 경기도 고양 출생 2012년 계간 '포엠포엠' 시 등단 2014년 천강문학상, 시흥문학상 수상 ◆약력 조경선 1961년 경기도 고양 출생 2012년 계간 '포엠포엠' 시 등단 2014년 천강문학상, 시흥문학상 수상

◆당선작-옆구리 증후군

손가락을 때렸다 매일 하는 일인데

못은 이미 달아나고 의자는 미완성인데

날아 온 생각 때문에 한눈팔고 말았다

상처 많은 나무로 사연 하나 맞추어 간다

원목의자만 고집하는 팔순의 아버지에게

때로는 딱딱한 것도 안락함이 되는 걸까

어머니 보내고 생의 척추 무너진 후

기우뚱 옆구리가 한 쪽으로 기울어져

슬픔을 지탱하기엔 두 다리가 약하다

낯익은 것 사라지면 증후군에 시달린다

최초의 의자는 흔해빠진 2인용

우리는 가까운 사람을 익숙할 때 놓친다

◆당선 소감

나무를 다듬는 일이 요즘은 두려워집니다. 끌로 모서리를 쳐내고 죽은 참죽나무의 변죽을 다듬어 봅니다. 외풍을 견디느라 거칠어지고 휘어진 것이 눈앞에 있습니다.

한참을 깎아 내고 다듬다 보면 벗겨져 나간 껍질들이 내 손의 흐름을 지켜보며 재탄생의 떨림으로 다가옵니다. 그럴 때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됩니다.

공방에서 일을 하다 당선 소식을 받았습니다. 시조를 쓰면서 수년간 다루어왔던 나무의 속을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겠습니다.

글 쓰는 방법을 처음으로 열어 주신 장석주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바쁜 시간에도 끊임없이 가르침을 준 하린 시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정진하라고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매일신문사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가족들과 오랫동안 기쁨을 함께하겠습니다.

◆심사평

어릴 적부터 한글을 익힌 사람이 일평생을 이 땅에 살면서 시조 한 편 써 본 일이 없이 자신의 삶을 끝맺는다면 그는 어떤 의미에서'직무유기를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시조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볼 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가 물려준 정신적 문화유산 가운데 그만큼 시조는 값어치가 있다. 이 사실은 시조를 한 두 편이라도 써 보게 되면 곧 알 수 있는 일이다.

시조는 일정한 형식으로 말미암아 자칫 딱딱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율격을 제대로 부리지 못하고 율격에 매일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 까닭에 오랜 절차탁마가 필요하다. 많은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느끼는 공통점은 정형률을 잘 숙지하고 있지만, 그 그릇 안에 새로운 것을 담는 일에 미숙하다는 점이다. 즉 안간힘을 다한 흔적은 역력하나 맛을 내는 일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시조의 종장 몇 군데만 살펴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당선작 조경선 씨의 '옆구리 증후군'은 연로한 아버지를 위해 원목의자를 만드는 과정을 노래하면서 넌지시 삶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역작이다. 일상의 삶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끈끈한 가족애를 실감실정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때로는 딱딱한 것도 안락함이 되는 걸까', '슬픔을 지탱하기엔 두 다리가 약하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을 익숙할 때 놓친다'라는 대목들이 주는 울림이 크다. 남다른 직조능력에서 얻은 표현들이다. 이처럼 일상을 소재로 하되 일상적이지 않다. 새로움이 있다. 수많은 응모작들 중에 단연 돋보인다. 다른 목소리의 출현이다. 같이 보내온 '얼음 발자국'과 '장작'도 참신했다. 신선한 시각과 개성적인 언어 운용이 묘하게 맞물려서 새로운 미학적 발화를 보인다.

끝까지 남은 이들로는 김수환, 이희영, 이윤휸, 김경연 제씨 등이었다. 이들도 나름대로 공정을 오래 쌓은 것이 엿보였지만 당선작에는 다소 못 미쳤다. 당선된 이의 대성을 기원하며, 시조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줄기찬 분발을 빈다. (심사위원 :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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