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불안해 대구경북 친정행 '메르스 피난민'

친척집 임시 거주 급증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를 피해 수도권에서 대구경북으로 오는 '메르스 피난민'이 줄을 잇고 있다.

수원에 거주하는 김희영(32) 씨는 3일 오후 5살 딸과 함께 친정인 대구에 왔다. 경기도 일대에 메르스 환자가 늘어나면서 공공장소에 나가는 것조차 꺼려졌고, 아이의 유치원까지 휴원하면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대구로 온 것이다. 김 씨는 평소 KTX를 이용해 대구에 왔지만 이번에는 불안한 마음에 승용차를 이용해 친정까지 곧장 왔다. 김 씨는 "대구와 수도권의 분위기는 천양지차"라며 "아이를 가진 엄마 중 상당수는 벌써 친정이나 친척집이 있는 다른 지역으로 갔다"고 했다.

윤세진(34) 씨도 같은 날 갓 돌이 지난 아들을 데리고 서울에서 고향인 포항으로 왔다. 동네에 메르스 환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곧바로 짐을 챙겨 내려온 것이다. 윤 씨는 "혹시나 아이가 아프더라도 집 근처 병원에 가기엔 너무 불안해 포항까지 왔다. 잠잠해질 때까지 당분간 머물다 돌아갈 생각"이라고 했다.

메르스를 피해 대구경북으로 '피난'을 오는 수도권 주민들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대구경북에서도 메르스 공포가 전해지고 있다.

이들로부터 확진 환자가 다녀간 병원, 격리 치료 병원의 썰렁한 모습, 도심에 방진복을 입은 병원 관계자들이 의심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심각한 수도권 분위기를 간접 체험하고 있다.

직장인 김시현(31) 씨는 "서울에서 온 친구가 방진복 입은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것처럼 섬뜩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메르스 피난민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내고 있다. 혹시나 이들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메르스 환자들과 접촉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탓이다. 주부 이모(31) 씨는 "키즈카페에 갔다가 평택에서 왔다는 엄마를 만났는데, 환자가 있는 병원에 다녀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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