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올텐데 뭘… 아파트, 자동제세동기 의무화 '남의 일'

대구 500가구 이상 단지 10곳 중 9곳이 비치 않아

"자동제세동기(이하 AED)가 뭐예요?"

13일 오후 4시쯤 대구 수성구 대규모 아파트단지(4천 가구)의 한 주민에게 "이 아파트에 AED가 있느냐"고 묻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도 같은 질문에 비슷한 대답을 했다. 다만, 관리사무소 소장은 AED를 아는 듯했다.

AED는 급성 심장 정지 환자의 심장에 전기충격을 주어 심장을 소생시키는 응급의료기기이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2만7천 건의 심정지 사고가 발생하고, 이 가운데 가정에서 일어난 경우가 52.9%로 가장 많다. 특히 대구는 인구 10만 명당 심 정지 발생이 2010년 38.7명에서 2012년 40.2명으로 늘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지난 2012년 8월부터 500가구 이상 아파트단지에 급성 심정지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AED를 갖추도록 했으나, 대구에서 이를 지키는 아파트단지는 10곳 중 1곳에 불과하다.

대구시 보건건강과에 따르면 13일 현재 대구의 AED 의무비치 대상 아파트 325곳 중 AED를 갖춘 곳은 44곳(비치율 13.5%)이다. 44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26곳은 지난해 대구시가 1대당 약 200만원의 예산을 들여 AED 1대씩을 지급한 영구임대아파트이다.

AED 비치율이 저조한 것은 이 장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이 크다. 수성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AED를 가지러 왔다갔다하는 것보다 119구조대가 오는 시간이 더 빠를 것이란 판단에 AED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심 정지가 발생했을 때는 구급차가 오기 전 응급조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원연 대구소방안전본부 대응구조과 주무관은 "대구의 심 정지 관련 생존율은 4.7%로 미국(9.6%)에 비해 크게 낮다"며 "초기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가 회복률이 높기 때문에 심폐소생술 실시나 AED 활용은 심 정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ED를 비치하지 않더라도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도 비치율이 낮은 원인으로 꼽힌다. 대구시 보건건강과 관계자는 "법에는 의무설치를 명시했지만 이를 따르지 않는다고 행정제재를 할 방법이 전혀 없다"고 했다.

AED 비치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점이다. 대구에서 AED를 갖춘 아파트 44곳 모두 1대씩만 갖고 있다. 단지 규모나 주민 수 등을 고려할 때 골든타임(4분 이내) 내에 AED를 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법에는 설치 여부만을 관리하게 돼 있다. 가구당 몇 대를 보유하고 어디에 놔둬야 하는지 기준이 전혀 없어 단지별로 1대를 관리사무소에 놔두고 있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대 사무총장은 "AED 의무설치 위반에 대한 벌칙'과태료 조항과 비치 대수 등의 기준을 마련하고, 의무설치 대상 범위를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AED를 모르는 시민들을 위한 홍보 및 사용법 교육 등도 필요하다"고 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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