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출신들도 "대구 날씨는 못 견디겠어요!"

대구 온 유학생들 여름나기

16일 대구대학교에 유학 온 콩고민주공화국의 키용가 엘리스 누보코, 베트남의 트란 흐엉린, 캄보디아의 이브 소베하(왼쪽부터)가 찜통 더위에 얼음물과 부채질을 하며 더위와 싸우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6일 대구대학교에 유학 온 콩고민주공화국의 키용가 엘리스 누보코, 베트남의 트란 흐엉린, 캄보디아의 이브 소베하(왼쪽부터)가 찜통 더위에 얼음물과 부채질을 하며 더위와 싸우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진짜 너무너무 더워 죽을 것 같아요. 고향의 아프리카 사막보다 더 견디기 힘들어요!"

3년 전 학업을 이유로 콩고에서 온 엘리스 기용가(24'여) 씨는 요즘 대구 날씨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기용가 씨는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이 너무 많이 흐른다"며 "외출을 할 때 부채와 손수건을 꼭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녀는 많은 땀 때문에 하루에도 옷을 여러 번 갈아입거나 몸매가 드러날까 신경이 쓰여 더운 날씨에도 3벌씩 옷을 껴입기도 한다. 심지어 잠을 잘 때 에어컨을 켜 놓지만 땀이 등을 적셔 자다 일어나 에어컨 바로 앞으로 가서 땀을 식히면서 졸았던 적도 있다. 기용가 씨는 "문을 열고 나서기만 하면 숨이 막힐 것 같아 외출을 삼가고 있다"며 "친구들과 함께 옥수수가루로 만든 떡 종류의 음식인 콩고요리 '우갈리'를 만들어 먹으며 여름을 견디고 있다"고 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시아 등 한국보다 더운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도 대구 더위에 못 견뎌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들은 아예 외출을 자제하거나 샤워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한다. 또 시원한 한국의 여름 음식을 즐기고 바닷가로 피서를 가거나 아예 이열치열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름을 이겨내고 있다.

◆대구의 찜통더위 속 '더운 나라 외국인들'

최근 대구지역은 밤낮으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폭염주의보 발령 기준인 33℃를 넘는 날씨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이달 8일 최고기온이 33.9도를 나타낸 뒤 15일 33.3도까지 8일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10'11일은 35.9도까지 기온이 올라가기도 했다. 이에 앞서 1'6일 최고기온이 각각 33.3도'33도로 이달 들어 15일 가운데 10일이나 33도를 넘었다. 밤에도 25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저기온이 9일 27.4도를 기록한 이후 13일까지 25도를 넘는 기온을 보였다.

이렇게 무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자 더운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도 힘겨워하고 있다. 2년 전 아프리카 앙골라 루안다에서 유학 온 에덴 콘스탄티노(22'계명대 컴퓨터공학과 1학년) 씨는 요즘 더운 날씨 때문에 걷기 힘들어 택시를 타는 일이 많아졌다.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도 집중이 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콘스탄티노 씨는 "여름철 햇볕은 앙골라가 더 따갑지만 습도는 한국이 더 높아 비를 맞은 것처럼 땀이 주르륵 흐른다"며 "고향은 탁 트인 환경이라서 마른 바람이 자주 불어 더위를 식히는데 대구는 바람도 잘 불지 않고 불더라도 끈적거린다"고 했다. 콘스탄티노 씨는 항상 물을 가지고 다니면서 자주 마신다. 짧은 바지를 찾아 입고 집 안에선 웃통을 벗어젖힌다. 한낮에는 한 시간에 세수를 한 번 이상 하고 샤워도 많을 땐 하루에 5번을 한 적도 있다.

콩고 고마시티에서 온 프랭크 기메지야(29'대구대 정보통신공학과) 씨는 지난달 방학한 이후 경산 와촌의 한 건설장치 생산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학비를 벌고 있다. 기메지야 씨는 "한국에 온 지 3년째라서 더위에 적응해가고 있지만 올해는 못 참을 만큼 덥다"며 "한약을 챙겨 먹거나 팥빙수처럼 시원한 음식을 1주일에 서너 차례 즐기면서 더위를 나고 있다. 나중엔 친구들과 부산 해운대로 피서를 갈 계획"이라고 했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2년 전 한국으로 시집 온 보테이 티엠투이(32'여) 씨는 "고향의 여름은 낮 기온은 높지만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습도가 낮다"며 "반면 대구는 낮은 물론 해가 진 밤에도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에 잠을 설치는 등 생활하기가 답답하다"고 했다. 티엠투이 씨는 여느 한국 사람처럼 여름을 나기 위해 저녁시간 가족과 강변 공원을 찾는다. 또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지하철을 이용하고 주말이면 대형마트를 찾아 피서를 즐긴다. 그는 "베트남에선 코코넛 주스로 여름을 이겨냈지만 대구에선 수박이나 냉면을 즐겨 먹으면서 더위를 식힌다"고 했다.

경영학 공부를 위해 2년 전 한국에 온 파하드 알자르보(24) 씨의 고향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여름철 최고기온이 보통 40도이고 종종 50도를 넘기도 한다. 무더운 리야드에서 자란 알자르보 씨에게도 대구의 날씨는 만만치 않다. 알자르보 씨는 "사막 기후인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대구는 습도가 높아 그늘에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며 "틈나는 대로 물을 마시고 샤워를 하거나 외출 때 에어컨이 있는 건물을 찾아 한참 더위를 식힌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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