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중소기업 '정여사' 골머리

막무가내 교환·환불 요구 악질고객

#. 최근 대구 수성구의 한 대형마트에는 4년 전에 구입한 라면을 환불해달라는 '진상(?)' 소비자가 등장했다. 라면 한 상자를 구입했는데 구매 당시 1봉지를 먹고 맛이 없어 이제껏 보관해뒀다는 것.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을 영수증도 없이 들고 환불해 달라며 소리를 지르는 이 손님 때문에 대형마트 직원들은 한동안 애를 먹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 시간에 소란을 피우면 어쩔 수 없이 요구를 들어주고는 한다"며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고객들도 종종 있어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 홈쇼핑을 통해 냉동만두를 판매 중인 중소기업 A사는 최근'제품에서 뼛조각이 나와 목에 걸렸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해당 소비자는 치료비 외에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요구하며"요구에 응하지 않을 시 홈쇼핑 업체에 신고해 더 이상 판매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A사는 고객이 원하는 액수의 금전적 보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의도적으로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로 인해 유통업계와 중소기업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대다수가 블랙컨슈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악성민원으로 인해 경영에 지장을 받는 업체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블랙컨슈머 매년 증가

블랙컨슈머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은 유통업계다. 대구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런 블랙컨슈머는 매년 20%가량 느는 추세다.

소비자의 실수나 고의로 상품을 망가뜨리고 나서 환불이나 교환을 요청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처음부터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에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것. 구입한 물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대놓고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런 블랙컨슈머로 인해 실제로 피해를 입거나 잘못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 백화점들은 "실제로 하자가 있는 물건을 구입해가서 가져온 손님들도 우선은 의심하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무리하게 보상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리거나 사람들을 동원하는 블랙컨슈머로 인해 쇼핑객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일도 잦다"고 말했다.

한 백화점에는 5년 전에 산 가방을 들고 와 가방 로고가 흐릿해졌다며 새 제품으로 교환해달라는 손님이 있었고, 비가 오는 날 백화점에서 나눠 준 우산 비닐이 찢어져 명품 가방이 젖었다며 새 제품으로 교환해 달라는 손님도 있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업체를 괴롭혀 보상을 요구하며 피해를 접수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며 "업체가 보상을 해주면 그 피해는 오히려 일반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셈이기 때문에 블랙컨슈머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응 체계없는 중소기업은 속수무책

기업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는 중소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악성민원을 수용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블랙컨슈머의 부당한 요구를 경험한 중소기업 200여 개사를 대상으로'블랙컨슈머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소비자의 악성민원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83.7%가 '그대로 수용한다'고 답했다.'법적 대응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답변은 14.3%였고, '무시한다'는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국내 중소기업 대다수가 제품사용 후 반품'환불요구, 보증기간이 지난 제품의 무상수리 요구 등 블랙컨슈머의 악성 민원에 별다른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가장 많은 기업들이 '기업 이미지 훼손 방지'(90.0%)를 꼽았고, 이어 '고소'고발 등 상황악화 우려'(5.3%), '업무방해를 견디기 어려워'(4.1%) 등을 차례로 꼽았다.

블랙컨슈머의 악성민원 제기, 분쟁'소송 등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33.0%가 '경영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고 답했다. 소비자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는 빈도에 대해서는 월평균 '1~2회'43.8%), '1회 미만'(29.1%), '3~5회'(11.8%), '11회 이상'(10.9%), '6~10회'(4.4%) 순으로 조사됐다.

블랙컨슈머가 제기하는 악성클레임의 유형으로는 '제품사용 후 반품'환불'교체요구'(58.6%)가 가장 많았고, 이어 '보증기간이 지난 제품의 무상수리 요구'(15.3%), '적정수준을 넘은 과도한 금전적 보상 요구'(11.3%), '인터넷, 언론에 허위사실 유포 위협'(6.0%), '폭언'시위 등 업무방해'(4.9%), '소비자단체 고발조치 및 법정소송 협박'(3.9%)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소비자문제 대응조직 설치 유무에 대해서는 '전담부서 없이 담당자만 두고 대응한다'(51.7%)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고, '전담부서를 설치해 대응한다'는 응답은 30.5%, '별도 조직'인력없이 매뉴얼에 따라 대응한다'는 답변은 12.8%로 나타났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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