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삼한사온의 이치

우리나라 날씨는 여름엔 고온다습하고 겨울엔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특징이 있다. 경기(景氣) 역시 겨울의 삼한사온 날씨와 같다. 몇 년간 좋은 시절인가 싶으면 어느덧 불경기가 닥쳐오니 말이다.

오늘은 어떻게 불경기를 이기고, 미리 준비를 하는지에 대해 필자의 경험을 적을까 한다.

1997년 IMF는 내게 참으로 심한 어려움을 가져왔다. 받았던 어음이 연이어 부도가 나 회사마당에 천막을 치고 반품을 쌓아둬야 할 정도였다. 이전에도 어려움은 겪었지만 당시 IMF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내가 IMF 때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 예전에 어려움을 이긴 경험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몸에 항체를 가진 사람은 어지간히 강한 병균이 들어와도 그 병균을 막아낸다. 전투를 한 번 해보았기에 더 힘든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사전에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다. 나는 적금을 많이 들어두었다. 이 적금은 흡사 홍수를 막는 댐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적금을 깨 부도를 넘기고, 대출을 받아 부도를 넘기고, 재고를 팔아가며 부도를 넘겼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겠구나 하는 지경까지 오니 그때서야 부도가 그치면서 심하게 떨어졌던 매출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거의 막다른 벼랑까지 간 것이었는데, 끝까지 버티다 보니 경기회복이라는 밧줄 하나를 잡았던 것 같다. 아마 다음에 올 역경이나 곤란은 이보다 더 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이겨낼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한 업체를 이끄는 사장이라면 무엇보다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나는 매일아침 기도를 하며 '할 수 있다, 방법을 찾아보자'라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어쩌면 이 어려움이 기회의 신호인지 모른다며 다른 방향에서 이 위기를 보자고 혼자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른다.

1998년, 회사가 어렵다고 난리인데 나는 서울로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아마 자신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와중에 그런 마음을 먹었을까 싶다. 당시 나는 IMF를 국내나 국외로 새로운 품목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었는데, 그래서 사장인 내게 더 넓은 안목이 필요했다. 교수의 강의를 듣고 유명 CEO들의 실전 경험담을 접하면서 한 도시에 머무는 회사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시장, 나아가 해외시장까지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자고 생각했다.

또 당시 제조사들의 연이은 부도에 타격을 입는 우리 회사를 보며 자체 브랜드 개발의 필요성도 절감했다. 그때 만들어 놓은 브랜드들이 지금도 회사에 큰 힘을 주고 있다.

이솝우화에 이런 말이 있다. 세 마리 개구리가 큰 우유통에 빠져버렸다. 첫 번째 개구리는 미리 포기하고 빠져 죽어 버렸고, 두 번째 개구리는 밑으로 가 구멍을 찾다 여의치 않자 벽을 타고 올라가다 빠져 죽어버렸다. 쉬운 방법만을 찾다 실패한 것이다. 세 번째 개구리는 죽을 때까지 해보자 마음먹고 우유통 끝까지 헤엄을 치고 또 쳤다. 힘이 빠져 더 이상 헤엄을 칠 수 없다고 여기는 순간 발밑에 무언가 딱딱한 게 걸렸다. 하도 오래도록 휘저으니 우유가 굳어 치즈처럼 된 것이었다. 그 단단한 것을 탁 치고서 셋째 개구리는 밖으로 탈출했다.

이렇듯 극심한 어려움이 왔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고 넘어가려는 마음가짐이다.

새해 연초부터 경제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곳곳에서 미리 걱정하는 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지난 40년간 공구사업을 해 온 결과, 비즈니스는 아무리 잘되어도 5~10년 이상 좋은 환경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돌아보면 위기라든가 힘이 많이 드는 그때가 가장 좋은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했다. 위기를 맞이해 잘 풀어나간다면 개인이나 기업, 국가도 더욱 힘을 갖추어서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어려움을 이기고 나면 분명 이전보다 더 좋은 날이 온다고 필자는 굳게 믿고 있다.

최영수/크레텍책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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