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문 놓고 '남남갈등' 조짐…야권 "민간 조문단 구성해야"

정부 이희호 현정은 방북허가, 민간 차원 조전 발송은 허용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조문 논란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유족,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유족의 조문은 허용하되 정부 차원의 조문단은 보내지 않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진보 진영에서는 민간 차원의 조문단 허용을 거세게 요구, 자칫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 문제가 남남 갈등으로 번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21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와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국회 차원의 조문단 구성을 한나라당에 제안했다. 원혜영 공동대표는 이날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과의 상견례 회동에서도 이 같은 방안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의 반대로 국회 차원의 조문단 구성에 실패할 경우 종교계,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조문단을 꾸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의원은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가 이희호 여사 등의 방북을 허용한 것은 잘한 일"이라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망인 권양숙 여사의 조문도 함께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조만간 당의 입장을 정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민주통합당의 요구에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국회 등 공적 차원의 조문단 파견은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국회 차원이라면 원내대표 간에 논의돼야 할 일"이라며 "박 비대위원장에게 제안한다면 정당 차원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박 비대위원장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박 비대위원장은 전날 당 비상대책회의에서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1년여 지났고 아직 가슴 아픈 사람들이 많으므로 조의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앞서 20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북한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남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결정된 '정부 담화문'을 통해 "정부는 조문단을 안 보내기로 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 대해서는 북측의 조문에 대한 답례로 방북 조문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조의'나 '애도' 등의 표현을 피한 것은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모든 조문과 조의 표명 행위를 금지했다가 사회문제로 비화됐던 '최악의 경우'는 피해가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한편 '민간 방북 조문'을 김 전 대통령과 정 전 회장의 유족으로 제한하자 '노무현재단'을 비롯한 진보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조문 희망자들이 도심 곳곳에 임시 분향소를 만들고 참배를 시도할 경우 경찰과는 물론 보수단체와도 물리적 충돌이 생길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은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조의 표명을 하지 않은 것은 외교 관례나 전통 관습에도 벗어나는 것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서도 현명치 못한 처사"라며 "민간 차원의 조문도 제한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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