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 교사 많긴한데… 숫자는 최상위, 수준은 최하위

배치율 90% 웃돌지만 1등급교사 '가뭄에 콩'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 5학년생 이모 군은 지난 1학기 동안 원어민 교사가 진행하는 방과후 영어수업을 들었지만 불만이 많다. 외국인에게서 직접 영어를 배운다는 기대감은 얼마 안 돼 실망으로 변했다.

"쉬운 단어 몇 가지 가르쳐 주고 수업을 끝내거나 질문을 하면 얼렁뚱땅 넘어가는 때가 많았어요, 대충 시간만 때우다 넘어간다는 느낌만 받았습니다."

대구와 경북 각 학교에 배치된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크다.

◆우수한 원어민 교사 태부족

대구경북지역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배치율은 90%를 웃돌고 있지만 석사 학위와 다년간의 교육경험을 가진 1등급 이상의 '우수 원어민' 교사 확보율은 전국 16개 시'도 중 꼴찌 수준이다.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는 학위와 근무경력에 따라 1+등급부터 최하 3등급까지 총 5개 등급으로 나뉜다.

23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김선동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배치 현황'에 따르면 대구는 99.3%(571명), 경북은 91.6%(659명)로 16개 시'도교육청 중 최상위권이다.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1인당 학생 수에서도 대구(647명), 경북(538명)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원어민 교사들의 '질'은 크게 떨어진다. 교과부 제출 자료에 나타난 시'도별 '1+등급' 원어민 교사의 배치율을 보면 경북과 대구는 각각 2.6%(17명), 2.4%(14명)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중 14, 15위에 그치고 있다. '1~1+등급'으로 범위를 넓혀 봐도 대구는 14.5%(83명)로 14위, 경북은 11.7%(77명)로 최하위다.

경남도교육청 경우 전체 원어민 영어보조교사의 41.6%가 1등급 이상인 것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는 2년 이상 공공기관에서 가르친 경력이 있으면서 영어교육 관련 전공자(교사'테솔자격증이나 석사 학위 소지자)라야 1등급을 받는다. 1+등급은 1등급자 중 같은 교육청에서 2년 연속 근무해야 된다. 이에 못 미치면 2+, 2, 3등급 순으로 내려가며, 3등급은 영어권 국가 대학의 학사 학위 소지자 모두 해당된다. 대구, 경북교육청은 대부분 교과부 국립국제교육원에 의뢰해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를 채용하고 있다.

◆원어민 교사 수준도 떨어져

이 같은 우수 원어민교사 부족현상은 교육청이 원어민교사의 학위, 경력보다는 단기간에 배치율을 높이는데 치중했기 때문이다. 실제 대구시교육청 경우 지난해 하반기 420명(총원 571명)의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를 채용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대구의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배치율이 53.4%(2010년 4월 기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 이렇다 보니 석사 학위 소지 여부나 근무 경력을 제대로 가리지 못했고 대구에서 첫 '직장'을 갖는 2, 3등급 원어민 영어보조교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구 한 초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40대보다는 젊은 원어민 교사를 더 좋아하고, 교사들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원어민 교사는 부담스러워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초교 6년생 딸을 둔 김모(44'여) 씨는 "아이에게 물어보면 수업 난이도가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어떻게 영어학원에 안 보낼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수성구 한 영어학원 관계자도 "우수한 스펙과 경력을 가진 원어민 교사들은 생활여건이 좋은 수도권 학교를 선호하기 때문에 지역에 오래 머무는 예가 드물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실제 수업 평가를 해보면 등급보다는 해당 원어민 교사의 인성과 자세에 따라 수업 능력이 더 좌우된다"며 "원어민 보조교사 활용 수업 개선을 위해 공개수업과 수업참관 등을 통해 꾸준히 장학지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관련기사

AD

최신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