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첫 검사 오판 '대재앙'

道시험소, 작년 11월 4차례 의심신고 모두 음성판정

경상북도가축위생시험소가 구제역 첫 발생일인 지난해 11월 29일 이전에도 최초 발생지인 안동 서현양돈단지 내 3명의 축산농가로부터 모두 4차례의 의심축 신고를 받았지만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으로 모두 구제역 음성 판정을 내려 초기 구제역 차단방역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북도가축위생시험소는 최근 안동 서현양돈단지에서 맨 처음 구제역 의심축을 신고한 사람은 양돈농가 Y씨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하순 폐사돼지를 당국에 신고없이 무단 매몰시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Y씨는 농림수산식품부가 구제역 발생을 첫 발표한 지난해 11월 29일보다 1주일이나 앞선 같은 달 23일 의심증세를 신고했지만 가축위생시험소는 구제역 진단키트 간이검사 결과만으로 당일 음성 판정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Y씨는 자신의 축사에서 돼지가 무더기로 폐사하자 수의사에게 의뢰해 질병 원인조사에 나서는 한편 축사 입구에 소석회를 뿌리는 등 자체 방역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서 당국은 지난해 11월 29일 당시 현장을 찾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보고한 구제역 발생 상황보고서에는 누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보고서에는 Y씨의 의심축 신고일자보다 3일 늦은 같은 달 26일에 접수된 인근 양돈농장 권모 씨가 첫 의심축 신고인인 것처럼 작성돼 있다. 첫 의심축 신고를 누락시킨 이유는 첫 신고 후 만 이틀만에 검역당국이 즉각 구제역 방역대책에 나선 것으로 상황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가축위생시험소와 당시 구제역 발생 상황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양돈농가 권 씨가 신고한 당일 양돈단지 내 이웃한 농가 김모 씨도 검사를 의뢰했으나 가축위생시험소 측은 두 군데의 의심축에 대해서도 또 다시 구제역 음성 판정을 통보, 구제역이 아니라고 발표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식욕부진과 입 주변 물집 등 맨눈으로 봐도 구제역 의심증세가 뚜렷한 데도 검역당국이 음성으로 판정하자 검사결과를 의심한 김 씨가 이틀 뒤 11월 28일 다시 의심축 추가 신고를 한 것이 계기가 돼 단지 내 양돈농가들의 의심축 시료가 이날 처음 국립수의과학검역원으로 보내졌으며 이튿날인 29일 오후 검역원으로부터 모두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안동에서 구제역 발생이 공식 확인됐다.

첫 발표 이전 1주일 동안 구제역 음성이라는 가축위생시험소의 간이검사가 100% 오진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 때문에 지역 축산농가들은 당시 가축위생시험소의 검사 결과를 아예 불신하며 자체 판단으로 방역을 해오기도 했다.

이같은 원인은 가축위생시험소가 확보하고 있는 구제역 진단키트의 오진율이 무려 50%에 이를 정도로 높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축산농가가 가축의 의심증세로 판단하는 눈대중 예찰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확도로, 문제의 엉터리 진단키트의 구입 경위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가축위생시험소 측은 의심축 신고 접수 때 마다 즉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시료를 동시에 보내야 하는 구제역 방역의 기본 규정을 이번 구제역 의심축 신고 접수 과정에서 무려 세 차례나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첫 의심축 신고 이후 무려 6일이나 지난 11월 28일에야 뒤늦게 신고 농가의 사람과 가축의 이동제한에 들어가고 양돈단지 입구에 통제초소를 설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초기오판과 늑장대처에 대한 검역당국의 책임론마저 나오고 있다.

구제역 피해농가들은 "가축위생시험소가 자체 간이검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첫 의심축 시료를 중앙으로 보내기만 했었어도 구제역 발생 발표를 1주일쯤 앞당겨 초기 차단방역을 성공리에 마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가축위생시험소 관계자는 "의심축 신고를 받고 간이키트 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전부 음성으로 나왔다"면서 "의심축 신고 접수 때마다 즉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시료를 동시에 보내야 하는 구제역 방역 규정을 몰랐다"고 말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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