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책읽기]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셨다

인간 존엄성과 데즈카 오사무의 꿈·성장 담은 자서전

●어머니는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셨다 (데즈카 오사무/누림BOOK)

해리포터 시리즈. 책과 영화로 제작되어 전 세계 아이들을 열광시킨 이 책이 불황에 시달리는 영국 경제에 큰 활력을 주었다고 한다. 잘 만들어진 문화콘텐츠가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파는 것 못지않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콘텐츠를 창조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산업 용지를 싸게 공급하고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사회문화적 기반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철완 아톰' '밀림의 왕자 레오' 같은 사랑스럽고 친근한 만화 주인공들을 창조한 일본의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 제2차 세계대전의 패망으로 절망과 실의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만화로 꿈과 희망을 심어준 데즈카는 '마야의 일기장'으로 데뷔한 이래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계속 발표하여 일본인들에게 일본 문화의 신으로, 우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가 사망했을 때 일본 언론은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애통해했다. 그의 자서전 '어머니는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셨다'를 읽으며, 데즈카 오사무와 같은 만화가를 키워낸 가정과 사회 분위기는 어떤 것이었는지 생각해 본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 그리기를 좋아한 데즈카는 5세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만화와 영화광이었고, 완고한 성격이었지만 데즈카가 그림을 그릴 때면 조용히 방문을 열고 들어와 지켜보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데즈카에게 많은 만화책을 사주었고, 등장인물의 성격에 알맞은 목소리를 내어 구연하듯이 만화를 읽어주었다. 초등학교 시절 왜소한 체격 때문에 따돌림 당하기 일쑤였던 소년 데즈카는 만화책을 많이 가진 덕분에 학교에서 이지메를 당하지 않게 되었고, 친구들도 사귈 수 있었다.

데즈카가 중학생 때는 일본이 전쟁을 일으켜 아시아 여러 나라에 고통을 안겨주었던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이라 학교수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학생들은 하루 종일 군수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근로봉사'라는 이름으로 잡다한 일들을 해야 했다. 전쟁이 종국으로 치닫던 무렵, 데즈카는 대피소에 모여 있던 사람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떼죽음당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한 경험들은 인간 존중과 생명사상, 인간 존엄성이 바탕이 된 데즈카의 만화 세계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면서도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할 만화를 그리느라 정신없이 보내기도 하고, 더러는 간호사에게 만화 그리는 보조 일을 부탁하였다가 병원 사람들의 오해를 사기도 하는 등 만화그리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끝이 없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와 만화가라는 두 갈래 길 앞에서 고민하는 그에게 데즈카의 어머니는 네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라며 격려해 주었다. 많은 돈과 명예가 따르게 될 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하지 못해 갈등하던 데즈카에게 어머니의 그 한 마디는 큰 힘이 되었다.

덕분에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삶을 충실하게 채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아이에게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을, 조금 가난하더라도 그것이 더 행복한 삶에 이르는 길임을 가르치고 격려해준 부모, 학생의 재능을 알아보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림을 그리도록 격려해 준 학교 선생님, 만화를 열등하게 취급하지 않고 당당하게 인정해 준 사회 분위기가 데즈카 같은 만화가를 낳고 키운 것이다.

미국의 월트 디즈니에 이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의 밑거름을 제공한 것도 데즈카였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모험적인 일이었음에도 만화와 영화 제작에 대한 그의 신념은 그 일들을 가능하게 했다. 데즈카 오사무 같은 이가 있었기에 미야자키 하야오를 비롯한 수많은 만화가들이 뒤를 이어 나타나 일본 만화 산업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었을 것이다. 책 중간 중간 데즈카의 짧은 만화들이 삽화처럼 들어 있고, 친구와 가족의 글도 있어 인간 데즈카를 좀 더 친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신남희(새벗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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