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인간 전시

1903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제5회 '大阪內國權業博覽會(대판내국권업박람회)'에서는 그때까지 세계의 어느 박람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기괴한 전시가 열렸다. 박람회장 내 '學術人類館(학술인류관)'. 하지만 사람들은 그곳을'野蠻人類館(야만인류관)'으로 불렀다. 그해 3월 1일에서 7월 31일까지 5개월간 그 전시관에 전시된 것은 다름 아닌 살아있는 인간이었다. 그것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원주민 아이누족과 조선'중국'琉球(류구)'인도 등 7개 민족의 남녀가 전시품이었다.

○…당시 오사카박람회는 문명국가로서의 자국 선전과 더불어 서구 열강과 어깨를 겨루는 일본제국주의의 위세를 만천하에 과시하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그 같은 취지를 잘 드러낸 것이 바로 '학술인류관' 설치였다. 표면적으로는 '학술 연구'를 내세웠지만 그곳에 전시된 사람들은 모두 당시 일본의 식민지 또는 보호국 국민들이었다.

○…특히 臺灣館(대만관)에는 纏足(전족)한 중국 여성과 중국인 아편중독자들을 전시하였다. 중국을 괴상한 풍습을 가진 야만국으로 몰고 가려는 저의가 다분했다. 중국인에 대한 일본 사회의 멸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이 전시는 곧 일본 내 중국인들의 분노와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오사카 박람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와는 다른 의미에서 또 하나의 인간 전시가 열릴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화제다.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애들레이드 동물원이 내년 1월 한 달간 '인간 동물원'이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인간도 동물'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울타리 안에 넣어 전시한다는 것. 이에 따라 24명의 남녀가 6명씩 4개 조로 편성돼 각각 1주일씩 울타리 안에서 살게 된다.

○…과거 오랑우탄 구역에 머물게 될 24명의 '인간 동물'들에게는 다른 靈長類(영장류)와 마찬가지로 퍼즐과 운동기구 등 행동자극을 위한 도구들이 제공된다고 한다. 하지만 여느 동물들처럼 벌거벗고 돌아다니지는 않고 수영복 차림으로 생활하게 된다. 심리학자 등 전문가들은 '인간 동물'이 폐쇄된 구역 안에서 어떤 행동양식을 보이며 어떤 상호작용을 미칠지 연구하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울타리 밖의 인간과 울타리 안의 인간이 어떻게 달라 보일지 흥미롭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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