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불 왜 빨리 번졌나?

대구 지하철 참사 때 1079호 전동차에서 시작됐던 불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빨리 확산돼 엄청난 인명을 앗아 갔을까?

대구지하철 참사 현장을 20일 조사한 안전생활 실천 시민연합(안실련.서울)은 "사고 전동차를 점검한 결과 그 청소에 인화성 강한 왁스가 사용됐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왁스가 가연재 역할을 했음이 드러났다는 것. 이와 관련해 월배차량기지 청소 관계자는 "물 청소를 한 뒤 전동차 대당 왁스 반 통(9ℓ) 정도를 칠한다"고 인정했다.

사고 당시 1079호 전동차는 발화 1분여만에 완전히 불길에 휩싸였다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으며, 이런 급속한 불 확산에는 왁스의 역할이 결정적일 것으로 관계자는 추정했다.

이런 상태에서 '백 드래프트 현상'과 '플래시 오버 현상'이 발생해 불을 1080호 전동차로까지 순식간에 번지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당시 구조활동에 참가했던 한 소방 관계자는 판단했다.

화재로 밀폐공간의 산소가 소진된 상황에서 여건 변화로 외부의 산소가 공급되면 그것이 급속히 빨려 들어가는 '백 드래프트'(역류) 현상이 일어난다고 그는 말했다. 또 그렇게 갑작스레 공급된 산소는 대형 폭발을 유발해 '플래시 오버 현상'을 초래함으로써 급격한 불 확산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1079호에 산소 공급 역할을 한 것은 뒤늦게 스쳐 진입한 1080호 전동차일 것이라고 그는 추정했다.

이 소방 관계자는 "쇠가 1천100℃에서 녹는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시신 상태를 고려할 경우 당시 전동차 내부 온도는 1천300℃는 됐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는 백 드래프트 및 플래시오버 현상에 의한 강한 폭발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백 드래프트 현상과 플래시 오버 현상은 영화 '분노의 역류'(Back Draft)에서 생생하게 연출돼 있다.

한편 '안실련'은 현장조사 결과 전동차 내부가 가연성 자재로 가득했고 특히 시트의 스펀지가 독성 강한 연기를 쏟아냈을 것으로 추측했다. 전동차 소화기가 한 개도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안실련은 조사 결과를 행정자치부 소방국에 통보, 정부 차원의 안전대책 마련에 밑거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실련은 학교 통학로 안전도, 교통 안전도 등 시민 생활 안전과 관련된 제안을 정부에 통보해 각종 허점을 개선케 하는 안전 전문 시민단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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