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가정폭력에 망가진 모녀의 삶…침대 위에서만 생활

어린 나이때부터 폭력 당한 딸, 우울증·무기력감 심해
남편에게 맞은 엄마, 조현병에 환청까지…도통 말 없어

엄마 김영린(가명·52·왼쪽) 씨와 딸 구지혜(가명·20·오른쪽) 씨. 모녀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배주현 기자
엄마 김영린(가명·52·왼쪽) 씨와 딸 구지혜(가명·20·오른쪽) 씨. 모녀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배주현 기자

"옆에서 신이 이야기를 시킨다"라는 엄마, 그런 엄마의 폭력, 집을 나간 아빠, 엄마를 때리는 정신질환 이모, 새 이모부의 폭력.

구지혜(가명·20) 씨의 마음에 차츰 병이 들기 시작했던 건 이 모든 게 시작된 열한 살 즈음이었을 거다. 침대 하나가 전부인 방 한 칸에서 지혜 씨는 드문드문 나는 옛 기억을 몇 개 짚어 본다.

엄마는 아빠가 집에 들어오면 큰일 난다며 창문을 모조리 걸어 잠그고 경찰을 불렀다. 그렇게 엄마와 집을 나와 새 터를 잡았지만 학교에 적응을 쉽게 못 하는 지혜 씨의 얼굴에 엄마 손이 날아왔다. 그 뒤 교회에 나간 엄마는 "영혼이 들어온다"며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해댔다.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근처에 살던 작은 이모는 새 이모부를 만났다. 하지만 이모부는 지혜 씨를 이유 없이 때렸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이모도 술만 먹으면 엄마를 때렸다.

어린아이가 그렇게 폭력에 방치될 동안 그를 보호해줄 어른은 없었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머릿속에 남겨진 건 뒤죽박죽 엉켜버린 상처와 폭력의 기억뿐이다.

◆침대에서만 생활하는 딸

그때부터 지혜 씨는 모든 일에 흥미를 잃었다. 속상한 마음은 커졌지만 이를 털어놓을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 학교도 가기 싫어졌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힘들었다. 수업도 듣기 싫었다. 세상 모든 슬픔과 외로움이 어린 지혜 씨를 집어 삼켰다. 그렇게 점점 지혜 씨는 침대를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대인기피증이었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엄마는 그런 지혜 씨를 돌볼 여력이 안 됐다. 외려 학교에 가지 않는 그를 타박하기만 했다. 그럴수록 지혜 씨는 점차 더 움츠러들었다. 결국 중학교도 2년 유예를 했고 지난해에서야 졸업했다. 복지시설의 도움으로 실업계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여기서도 적응은 쉽지 않았다. 2년간의 침대 생활로 체중은 불어나 친구들은 "냄새난다"며 지혜 씨를 피했다. 결국 한 달도 안 돼 지혜 씨는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침대에서 보내는 하루. 기분은 하루에도 열 번이 넘도록 변한다.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 먹을 때면 극도로 행복해졌다 순간 허망함과 외로움, 우울함이 몰려 들어온다. 무엇 때문인지도 모른다. 원인 모를 기분,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슬픈 생각에 얼마 전까지 작은 희망을 품고 꿈꿔봤던 '웹툰 작가'도 포기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할 용기와 자신감마저 없는 그에겐 아직 세상에 나설 힘이 없다.

◆남편 폭력으로 상처 입은 엄마

지혜 씨의 옆방엔 엄마 김영린(가명·52) 씨가 침대 위에 누워있다. 침대에서 좀처럼 몸을 일으키지 못한 채 계속 손을 떨던 그 역시 마음의 병이 깊다. 결혼 전에는 버젓이 회사 생활도 잘했던 영린 씨였지만 결혼과 동시에 삶은 180도로 달라졌다. 지혜 씨를 가졌을 때도 남편의 폭력은 지속됐고 딸이 태어나도 머리를 숱하게 맞았다. 그 뒤로 모든 게 무섭고 두렵고 몸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몸 상태가 계속 악화한 지는 어언 8년째. 모녀는 좀처럼 대화가 없다.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던 지혜 씨는 점차 커가며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괜히 엄마에게 말을 붙여보지만 상처를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지혜 씨도 마냥 엄마를 돌볼 수가 없다. 그렇게 둘은 기초생활수급비 100만원으로 각자의 공간에서 알아서 끼니를 해결하며 따로, 또 같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모녀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건 다름 아닌 서로의 존재다. 지혜 씨는 엄마 병이 나으면 본인의 마음도 괜찮아질 거랬다. 그런 엄마와 단둘이 여행도 가보고 싶고 다정한 모녀 사이가 되고 싶다. 영린 씨 역시 지혜 씨가 그저 건강하고 좋은 마음을 먹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방법을 모르겠다. 꾸준한 심리치료가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돈이 드는 탓에 마음껏 받을 수가 없다. 생활비가 더 필요하지만 일을 할 수도 없다. 그렇게 모녀는 각자의 마음속에 커다란 돌덩이를 안은 채 말없이 살아가고 있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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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 전달 내역〉

◆ 노숙생활하며 두 아들 키우지만 유방암에 걸린 이가연 씨에 2,637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집에 좁아 노숙생활까지 하며 두 아들을 키워왔지만 최근 유방암에 걸려 생활이 힘든 이가연(매일신문 6월 1일자 10면) 씨에 2천637만6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DGB대구은행 96만6천원 ▷ 비허밍주약점 10만원 ▷김규록 10만원 ▷김덕상 5만원 ▷이창영 5만원 ▷ 서석호 4만원 ▷라선희 3만3천원 ▷이재숙 2만원 ▷ 이진기 5천원 ▷김건율 2천원 ▷'무명' 3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이혼 후 가족 모두 떠나고 홀로 백혈병 투병 중인 권재계 씨에 2,031만원 성금

아내와 이혼 후 아들과 딸도 모두 집을 떠나고 홀로 백혈병 투병 중인 권재계(매일신문 6월 8일 자 10면) 씨 사연에 42개 단체 161명의 독자가 2천31만5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이트진로㈜ 33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황인규)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세원환경㈜(조현일)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김영준치과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피플라이프(박태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성주영남주유소에너지 3만원 ▷더존사이다동전노래연습장 2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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