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희귀 질환 아내 돌보는 남편도 암 선고받아…

희귀성 유전질환으로 온몸 틀어져, 병원비 없어 수술도 못해 시한부 살이
남편은 수술비 마련 위해 고군분투하며 아내 돌봤지만 갑상선암 찾아와

희귀성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서선화(가명·45) 씨는 수술 후에도 회복이 더뎌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다. 남편 서낙영(가명·46) 씨와 아들 서하준(가명·12) 군이 침대에 누운 그녀를 꼭 껴안고 있다. 배주현 기자
희귀성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서선화(가명·45) 씨는 수술 후에도 회복이 더뎌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다. 남편 서낙영(가명·46) 씨와 아들 서하준(가명·12) 군이 침대에 누운 그녀를 꼭 껴안고 있다. 배주현 기자

"분명 귀신들린 게 틀림없다니까?"

서선화(가명·45) 씨는 어릴 적 아픈 친오빠가 참 많이 미웠다. 세 살 터울 오빠는 몸이 약했다. 감기는 일상이었고 말도 어눌했다. 엄마는 그런 오빠를 데리고 전국 병원을 오갔다. 하지만 증세는 갈수록 더 심해졌다. 침은 입 밖으로 줄줄 흘러내렸고 몸도 스스로 가누지 못해 제대로 걷지 못했다. 원인을 좀처럼 알 수 없자 사람들은 신병이랬다. 엄마는 무당을 불러 굿을 지내는 날이 잦았다.

그런 오빠를 챙겨야 하는 것은 선화 씨의 몫이었다. 친구들에게 놀림 받는 오빠가 창피했고 엄마의 관심을 혼자 가져가는 오빠가 미웠다. 결국 25세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난 오빠. 그런 오빠를 이해했던 건 꼬박 20년이 지나서였다.

◆ 희귀성 유전질환으로 온몸 틀어져, 시한부 인생살이

남편과 자그마한 쌀가게를 운영하던 선화 씨의 몸이 급격히 나빠진 건 6년 전이었다. 의사는 단순 지방간이랬지만 좀처럼 몸은 나아지지 않았다. 기력이 없는 날은 지속됐고 설상가상으로 말도 어눌해졌으며 멀쩡하던 손목도 옆으로 휙 꺾여 돌아갔다.

뒤늦게 찾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선화 씨는 '윌슨병'이라는 새로운 병명을 받았다. 구리 대사 이상으로 구리가 간, 뇌, 안구, 신장, 적혈구 등에 쌓여 생기는 유전질환이었다. 그때서야 자신의 증상이 세상을 떠난 오빠와 같았다는 걸 알았다. 오빠가 홀로 얼마나 아팠을까, 왜 그런 오빠를 미워하기만 했을까 선화 씨는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

수술은 쉽게 받을 수 없었다. 쌀가게를 운영하며 받은 대출금에다 남편이 보증까지 잘못 서 빚쟁이들에게 쫓기고 있는 신세였다. 당장 수술을 받지 않으면 1년도 못 산다는 의사의 시한부 선고가 내려진 참이었지만 차마 수술을 받겠다 나설 수 없었다. 허리까지 골절돼 누워 생활할 수밖에 없는 선화 씨는 엄마 없이 살아가야 할 아들에게 사는 법을 가르치며 홀로 삶을 정리해나갔다.

◆ 아내 살리려 고군분투한 남편, 갑상선암 찾아와 일상생활 힘들어

남편 서낙영(가명·46) 씨는 어떻게든 아내를 살려야 했다. 수술비 마련을 위해 퀵서비스 배달, 공사장 일용직 등 돈을 준다는 곳은 다 쫓아다녔다. 아내가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아내는 부질없다고 말렸지만, 낙영 씨는 이를 꽉 물었다. 매일 밤 노트에 글귀를 적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살려야 한다… 꼭 살려야 한다…'

친정과 시댁 식구들의 도움을 더해 어렵사리 받은 수술. 낙영 씨는 1년간 병원 침대 옆에 펴놓은 돗자리에서 잠을 자고 컵라면과 컵밥으로 버티며 아내를 돌봤다. 간 기능이 저하되면서 찾아오는 의식 상실 상태인 '간성혼수'로 아내는 정신을 잃기 일쑤였다. 그러는 사이 낙영 씨 몸도 서서히 망가져 갔다. 낙영 씨는 그해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다. 급히 수술을 받았지만 이미 주변 림프로 전이된 상태였다.

엄마, 아빠가 고군분투하는 사이 집에는 12살 아들 하준 군이 오매불망 부모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 댁에서 생활을 해야 했던 하준이는 엄마, 아빠가 늘 그리웠다. 다만 어린 꼬마는 늘 웃었다. 울면 엄마도 마음이 아플 거라는 생각에 그리움을 꾹 참아냈다. 하준이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 했다. 직장에 다니는 아빠와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요리를 먹는 소소한 생활을 꿈꾸고 있었다.

세 식구는 재기를 꿈꾸지만, 일상 회복은 좀처럼 쉽지 않다. 선화 씨는 수술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낙영 씨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오른다.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구제 옷을 팔며 생계를 이어가지만 밀린 6천만원 가량의 대출금과 3천만원정도의 병원비에 돈이 나갈 곳은 자꾸만 생긴다.

"제가 끝까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우리 가족 책임질 겁니다"

아내와 아들을 위해 마냥 쉴 수만 없는 낙영 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퀵서비스 배달에 나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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