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아내는 가출…빚더미 속 홀로 두 아이 키우는 아빠

아내 가출하고 급격히 무너진 가세, 1천만원 넘는 대출금으로 숨막혀
방 한 칸 원룸에서 세 식구 살림, 지적장애 딸 돌보느라 바쁜 아빠

아내가 가출한 뒤 유준재(39) 씨는 두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다. 방 한 칸이 전부인 작은 원룸에서 아이들은 취재진이 낯선지 고개를 뚝 떨구고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다. 배주현 기자 아내가 가출한 뒤 유준재(39) 씨는 두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다. 방 한 칸이 전부인 작은 원룸에서 아이들은 취재진이 낯선지 고개를 뚝 떨구고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다. 배주현 기자

"지은아 혼자 잘 있어? 아빠 곧 갈게 조금만 기다려"

14살 지은이는 오늘도 집에 홀로 있다. 고요한 집, 유일한 친구는 핸드폰 동영상 속 나오는 만화 캐릭터들이다.

지은이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지만 정신 나이는 5세 수준에 그친다. 코로나19로 학교와 지역아동센터가 문을 닫은 탓에 지은이는 방 한 칸이 전부인 집에서 아빠와 고등학생 오빠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딸아이를 홀로 둔 아빠 유준재(39) 씨도 마음이 편치 않다. 공장에서 보온대를 만드는 일용직 근로자인 아빠. 혼자서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준재 씨는 수만 가지 걱정을 안고 일터로 향한다.

'부디 아무 탈 없이 지은이가 집에 잘 있어 주길'

매시간 전화로 지은이의 안부를 물을 때마다 아내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진다.

◆ 가족 팽개치고 떠난 아내, 엄마의 무관심 속 방치된 자녀들

7년간의 행복했던 결혼생활이었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학교 졸업 후 바로 시작한 공장 생활. 그곳에서 아내를 만났다. 두 아이가 생기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날들이었다. 아이가 아팠지만, 병원치료도 꾸준히 다니며 가족끼리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달콤했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 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내는 점점 변했다. 남편과 자녀의 일에 무관심한 날들이 잦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일터에 있던 준재 씨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들이었다. "아빠 엄마가 집을 나갔어" 아내는 더 나은 삶을 찾겠다며 집을 나갔다. 1년 만에 연락 온 아내는 이혼해달라는 한마디만을 남긴 채 이들의 곁을 완전히 떠났다.

아내가 떠난 자리에는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던 아이들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아이들만큼은 잘 돌보고 있다고 믿었건만 좀처럼 엄마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자녀들 모습에 준재 씨는 가슴이 아려온다. 아이들은 여전히 말이 없다. 엄마가 그리운 건지, 미운 건지 입은 굳게 닫혀있다.

◆ 돈 없어 원룸 살이 시작한 세 식구, 아빠는 두 아이 키우고자 고군분투

일상은 점점 무너져 내렸다. 월 180만원이라는 준재 씨의 월급으로는 돌아가신 친부모님 수술비 마련을 위해 받은 1천만원 가량의 대출금, 생활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결국 돈을 갚지 못해 담보로 잡은 집마저 넘어가 세 식구는 원룸으로 내쫓겨야 했다. 방 하나가 전부인 이곳에서 세 식구는 살을 맞대며 사계절을 보내지만, 이곳도 월세가 밀린지는 한참 오래됐다.

바닥나는 잔고에 준재 씨는 마음이 급해지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을 방치할 순 없다. 어느덧 여중생이 된 지은이는 2차 성장기에 접어든 탓에 가르쳐줘야 하는 것이 많지만 아빠는 모든 게 어렵고 난감하다. 이제 딸아이를 씻겨주는 것조차 쉽지 않게 됐다. 퇴근 후에는 밀린 집안일을 해내고 아이들의 끼니를 챙기기에 바쁘다. 집안 곳곳에 삐뚤빼뚤 쌓인 옷가지에는 아빠의 노력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했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방 한 칸의 집은 자꾸만 작아진다. 하지만 이사는 좀처럼 쉽지 않다. 당장 보증금도 없는 데다 지은이에겐 새로운 환경 적응이 어렵기만 하다.

준재 씨는 이 모든 걸 짊어지고 꿋꿋하게 버티는 중이다. 뼈가 쉽게 깨지는 전신골격 골화석증을 가진 준재 씨는 몸을 쓰는 일을 자제해야 하지만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오늘도 열기로 가득한 공장에 나간다. 무릎과 허리가 아파오지만 진통제로 하루하루 버티며 이를 꽉 깨문다.

준재 씨는 "새 옷 한 벌 못 사주고 매일 헌 옷만 얻어 입혔다. 여행은 꿈도 못 꿔 차 태워 동네 한 바퀴 돌아준 게 다다. 우리 애들 커서 잘 살아야 하는데…" 라며 낯선 사람이 무서워 뒤에 숨어있는 지은이를 꼭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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