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막힌 고향길, 아픈 아이…'그저 눈물만'

몽골 출신 부부, 한국서 결혼식 후 돌아가려했지만 코로나19로 막혀
돈 없어 영양 부족에 시달렸던 아내, 미숙아로 세상 나온 아들

미숙아로 태어난 아들 면회를 마친 자르갈(가명·28) 씨가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한참을 신생아 중환자실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배주현 기자 미숙아로 태어난 아들 면회를 마친 자르갈(가명·28) 씨가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한참을 신생아 중환자실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배주현 기자

지난 21일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아들 면회를 끝낸 몽골 출신 자르갈(가명·28) 씨는 한동안 중환자실 문 앞을 서성였다. 안간힘을 써 든 까치발에는 한 번이라도 더 아이를 보고자하는 간절함이 배어있는 듯했다.

집에는 어린 아내 수렌(가명·21) 씨가 울고 있다. 결혼을 위해 잠시 찾은 한국. 임신과 동시에 고향 몽골로 바로 출국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막혔다. 우여곡절 속에 자르갈 씨의 작은 원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지만 아이는 미숙아로 세상에 나왔다.

"괜찮아 내가 잘 해결해볼게"

자르갈 씨는 우는 아내를 다독여주지만 그에게도 현실은 너무 무섭다. 어깨 위를 짓누르는 막막함에 자르갈 씨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눈물을 훔친다.

◆첫눈에 반한 아내와 결혼 후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코로나19로 막혀

2년 전 대구의 한 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한 몽골 출신 자르갈 씨.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이었지만 '디자이너'라는 꿈 하나만을 바라보고 이곳에 왔다. 2년간 꼬박 음식점 배달 일을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나갔다. 몸은 고됐지만 꿈을 위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절이었다.

격투기 선수인 친형의 경기를 보기 위해 찾은 충청도의 한 격투기 대회. 그곳에서 격투기 선수였던 아내를 처음 만났다. 아내는 다시 몽골로 돌아갔지만 둘은 장거리를 극복하며 결혼까지 약속하게 됐다. 평균 나이 25세에 결혼하는 몽골에서는 이미 혼기가 가득 찬 나이였기 때문. 지난해 말 결혼식을 위해 잠시 한국으로 들어온 아내는 올 2월에 먼저 몽골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 기간 선물 같은 아이가 부부에게 왔다. 아내는 몸조리를 위해 몽골 행을 서둘렀지만 뜻하지 않은 불행이 닥쳤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몽골 정부가 공항을 폐쇄해버린 것. 하는 수 없이 부부는 작은 원룸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아내의 기력은 갈수록 떨어졌다. 양고기 등 보양식을 잘 먹어야 했지만 수입이 크게 없던 한국에서는 양고기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다 얼마 전 시작된 하혈로 느지막하게 찾은 병원. 아이는 출산 예정일보다 한 달 일찍 세상에 나왔다. 병원비가 감당 안돼 아내는 출산 후 원룸에 몸을 뉘어야 했다.

1.5kg의 미숙아로 태어난 토야(가명‧1).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속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자르갈 씨 제공 1.5kg의 미숙아로 태어난 토야(가명‧1).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속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자르갈 씨 제공

◆어린 자녀는 미숙아로 중환자실 행, 거침없이 불어나는 병원비

온갖 의료기기에 연결된 1.5kg의 작은 아이 토야(가명‧1)는 인큐베이터 속에서 애타게 공기를 찾는 듯 힘겹게 숨을 쉬고 있다. 얼마 전 토야의 눈에 발견된 이상. 어쩌면 시각 장애를 가질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청천벽력 같은 말에 부부는 또 한 번 무너진다.

쌓여가는 병원비는 감당할 길이 없다. 의료보험이 없어 병원비는 이미 7천만원을 넘었다. 여기에다 인큐베이터 비용, 기저귓값, 검사 비용 등은 눈치 없이 불어나고 있다.

자르갈 씨는 학업도 미룬 채 온갖 일을 찾아 나선다. 이삿짐센터, 공사장 청소, 작물 나르기 등 일감이 있다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생활비를 번다. 그렇게 번 7만원 남짓한 일당. 몸이 회복되지 않은 아내를 먼저 챙기다 보면 돈은 모일 새도 없이 사라진다.

몽골에 있는 부모님들도 이들을 마땅히 도울 방법이 없다. 몽골도 코로나19를 피해 가지 못했다. 간호 일을 하는 자르갈 씨의 어머니는 수입이 줄었고 신용마저 낮아 대출도 안 된다. 아내 부모님은 아예 실직 상태가 됐다. 형제들의 도움을 간간이 받아보지만 다들 형편이 어려워 수천만원을 함께 감당해줄 수가 없다.

한참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던 자르갈 씨는 이 모든 게 버거운지 결국 엎드려 펑펑 운다.

"학업을 마친 뒤 몽골로 돌아가 가정을 꾸릴 생각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닦던 그의 손은 쉴 새 없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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