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지적·심장 장애로 고달픈 다섯 식구

생계 책임지던 남편은 어깨다쳐 수입 끊겨, 생활고로 수술 어려워
짜증과 불만이 떠도는 집…"이 모든게 버겁고 지쳐요"

세간살이가 어지럽게 널브러진 김서정(가명·49) 씨네 집. 서정 씨는 집안일을 하느라 정신없고 일이 끊긴 아빠 임근수(가명·48) 씨는 지적장애를 가진 둘째 딸 임유정(가명·10) 양에게 동화책을 읽고 주고 있다. 배주현 기자 세간살이가 어지럽게 널브러진 김서정(가명·49) 씨네 집. 서정 씨는 집안일을 하느라 정신없고 일이 끊긴 아빠 임근수(가명·48) 씨는 지적장애를 가진 둘째 딸 임유정(가명·10) 양에게 동화책을 읽고 주고 있다. 배주현 기자

"엄마 왜 자꾸 짜증 내"

"미안해. 엄마도 모르게 자꾸 화가 나"

엄마 김서정(가명·49) 씨는 오늘도 아이에게 바닥을 보이고야 말았다. 둘째 딸은 휴대폰을 달라 소리 지르기를 반복하고 사춘기 초반에 접어든 첫째 딸은 짜증이 늘었다. 몸이 아픈 막내딸은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아이들은 하지 말라는 행동들을 더 하고 엄마는 참고 참다 결국 별거 아닌 일에 아이를 잡고 만다.

쌓여가는 집안일은 서정 씨를 더 옥죄어온다. 자그마한 베란다에는 빨랫줄 하나가 빨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툭 끊어졌다. 주방과 작은방에는 아직 정리되지 못한 짐들이 꾸역꾸역 쑤셔져 있다. 서정 씨는 이 모든 게 버겁다.

◆지적장애 둘째, 심장판막 장애 막내… 엄마는 노심초사

서정 씨의 딸들은 몸이 아프다. 둘째 임유정(가명·10) 양은 지적장애 3급을, 셋째 임유빈(가명· 7) 양은 선천성 심장판막 장애를 가지고 있다. 유정이는 유난히 발달이 느렸다. 홀로 앉거나 잘 기지 못했지만 부모는 그저 조금 늦게 크는 것일 뿐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싫었다. 그래서 늦어버린 검사. 유정이가 다섯살이 돼서야 지적장애 3급,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됐다.

유정이에겐 학교생활 적응도 버겁다.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던 유정이. 친구들이 오자 기쁜 마음에 소리를 질렀더니 친구들은 다 도망쳤다.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는 그 모습에 무너지고 만다. 유정이네가 사는 경북 칠곡군에는 장애아동이 지낼 수 있는 아동센터나 학원이 없다. 그저 매일 집에서 엄마와 휴대폰을 가지고 씨름하는 게 유정이의 일과다.

막내 유빈이는 선천성 심장판막 장애를 가졌다. 뿐만 아니라 폐로 혈액을 나르는 혈관도 만들어지지 않아 기도관을 달고 살아야 한다. 또래 아이들처럼 뛰어노는 건 그림의 떡. 조금만 뛰어다녀도 숨이 가빠져 그만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만다. 면역력마저 약해 외출만 해도 오만가지 병을 옮겨오는 탓에 엄마는 혹 패혈증이 오지 않을까 하루하루가 노심초사다.

아픈 동생들로 엄마의 사랑을 늘 양보해온 첫째 유경(가명·12)이는 이제 가족 모두가 밉다. 이른 사춘기로 동생과 다툼도 잦아졌다. 혹여나 아이가 삐뚤어지진 않을까 서정 씨는 유경이를 토닥이지만 아이는 마음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며 결국 울고 만다. 이 아이도 모든 상황이 버거운 것이다.

◆ 운전일하는 남편이 생계 책임져 왔지만 얼마 전 공사장에서 어깨 다쳐

가족의 생계는 남편 임근수(가명·48) 씨 몫이다.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는 운전직인 남편은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날이 많다. 고속도로 휴게소, 갓길 위에서 잠깐 눈을 붙이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본다. 서정 씨는 조금이라도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나서봤지만 아픈 유정이와 유빈이를 챙겨야해 그만둬야했다.

얼마 전 코로나19로 일이 끊기자 근수 씨는 공사장 일용직 일에 뛰어들었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무거운 벽돌. 근수 씨는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져 왼쪽 어깨 인대가 파열됐다. 손상된 인대로 심장 주변 근육을 어깨로 끌어당겨야 팔을 온전히 쓸 수 있지만 이마저도 수술비가 없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몸이 아픈 건 서정 씨도 마찬가지. 얼마 전 자궁에 혹이 있다며 검사를 권유하는 의사의 말에 손사래를 치기 바빴다. 유빈이 치료와 남편 어깨 치료만 해도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검사비마저 꿈도 못 꾼다. 게다가 남에게 돈을 빌려오거나 차를 부수는 등 유정이가 잦은 사고를 치는 탓에 여윳돈도 항상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다섯 가족은 각자의 스트레스를 털어놓지도 못한 채 안고 살아난다. 그사이 속은 곪고 곪아 서로 간에 따스한 말 한마디 대신 짜증 섞인 불만만 가정에 떠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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