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아빠의 손목 절단 사고…"굶주린 아들에 늘 미안해"

언어장애 있는 아내, 당뇨로 이마저 무너져 내려 일 구하기 어려워
유일한 희망은 하나뿐인 아들, 형편 걱정에 배고픔도 꾹꾹 참아

아내 장명자(가명‧49) 씨가 남편 김창석(가명‧60) 씨의 움직이지 않는 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배주현 기자 아내 장명자(가명‧49) 씨가 남편 김창석(가명‧60) 씨의 움직이지 않는 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배주현 기자

후텁지근한 날씨에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지던 경북 구미시 해평면에 위치한 한 외딴 아파트. 현관문을 활짝 열어둔 집에 들어서자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열기가 가득했다. 벽에 걸린 오래된 선풍기 한 대만 열심히 집 안 가득한 열기를 내쫓고 있었다.

부부 김창석(가명‧60) 씨와 장명자(가명‧49) 씨는 더위가 익숙한 듯 각자의 공간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창석 씨는 침대에 걸터앉아 허공을, 명자 씨는 거실 바닥에 앉아 베란다 너머 허허벌판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삶의 의지를 잃은 듯 부부는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 8년 전 가장의 손목 절단 사고, 일터에서 외면받는 언어장애 아내

창석 씨의 오른손은 움직이지 않는다. 8년 전 일터에서 당한 손목 절단 사고. 구미의 한 섬유공장에서 기계를 청소하던 중 동료가 실수로 기계를 작동시켜버렸다. 병원을 찾아다니다 시간은 지체됐다. 급히 봉합 수술을 마쳤지만 손은 움직이질 않았다. 돈이 없어 물리치료도 제때 받지 못했다. 약마저 살 수 없어 소주 한잔으로 지금까지 진통을 버텨오고 있다. 바깥 활동도 어려워 방 안에서만 지내다 보니 6년 전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선천적으로 언어장애가 있던 아내 명자 씨는 눈앞이 캄캄했다. 평소 명자 씨는 집안일을 도맡아왔지만 이제 가장 역할을 해내야했다. 남편이 아픈 손을 이끌고 일터에 나가봤지만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외면했다. 대신 명자 씨가 식당 설거지, 막노동 등 일터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내쫓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명자 씨의 치아마저 무너져 내렸다. 심한 당뇨병을 방치한 탓에 어느새 아랫니는 다 없어졌다. 의사소통은 더 어려워져 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그렇게 부부는 온종일 집에만 있는다. 한 달 수입은 120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가 전부. 가끔 부업이라도 하며 몇 푼 벌어보려 발버둥 쳤지만 일감이 없어진 지 오래다.

◆ 부부의 희망은 하나뿐인 아들. 엄마는 해준 게 없어 미안해

이들 부부의 유일한 희망은 하나뿐인 아들 원호(가명‧9)다. 표정 하나 없던 남편도 원호가 돌아오는 시간에는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런 원호도 아빠 마음을 아는지 집에 오면 이야기꾼 모드가 된다.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아빠에게 자신이 본 바깥세상을 한참 설명하다 잠든다.

복덩이 아들. 엄마는 해준 게 없어 아들만 생각해면 눈물이 차오른다. 아이 옷은 시장에서 5천원, 1만원짜리가 전부다. 장난감 하나 사준 적 없다. 한창 휴대폰을 가지고 놀 나이지만 원호에겐 휴대폰도 생소한 물건이다. 비싼 통신요금을 감당할 길이 없어 한 대의 휴대폰으로 가족이 모두 함께 이용한다. 혹여나 원호의 귀가 시간이 늦는 날에는 엄마는 애타는 심정으로 하염없이 아들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원호는 떼 한번 쓰지 않는다. 원호는 아빠, 엄마의 몸이 아프다는 걸, 형편이 어렵다는 걸 잘 안다. 이른 나이부터 눈치껏 생활하다보니 그 흔한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밥을 넉넉히 먹지 못해 배가 고프지만 꾹 참는다. 얼마 전 새벽 2시 몰래 달걀을 굽다 들킨 원호는 "오늘만 유난히 배가 고픈 거야"라고 놀란 엄마를 다독였다.

부부의 한 가지 바람은 원호에게 편히 쉴 곳을 제공하는 것. 지난겨울 가스비가 없어 냉골인 집에서 견뎌야 했다. 이번 여름도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은 기대할 수 없다. 명자 씨는 "저 안 먹고 치료 안 받아도 됩니다. 앞으로 커갈 원호가 편히 쉴 수 있게 가스만이라도 편히 틀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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