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시한부 삶이지만…이별까지 최선 다하고파"

출산 사고로 뇌병변 장애 갖게 된 막내아들
생활고로 가래 제거하는 석션기, 기저귀 사용 어려워
중학생, 고등학생 나머지 자녀는 신경도 못써

엄마 신문정(가명·42) 씨가 뇌병변 장애를 가진 막내아들 최홍준(가명·10) 군의 등을 두드리며 가래를 받아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엄마 신문정(가명·42) 씨가 뇌병변 장애를 가진 막내아들 최홍준(가명·10) 군의 등을 두드리며 가래를 받아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경북 경산시의 한 아파트. 꼭대기 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엄마 신문정(가명·42) 씨가 휠체어에 탄 남자아이를 이끌고 허둥지둥 나왔다. 문정 씨는 휠체어에 걸어놓았던 짐을 양팔에 걸친 뒤 아이를 둘러업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집 현관문까지 계단은 고작 15개 남짓이지만 문정 씨에게는 산악 등반과 다름없다. 온갖 짐과 뇌병변 장애를 가진 막내아들 최홍준(가명·10) 군을 품에 안고 오르자니 금세 땀이 삐죽 나온다. 문정 씨의 손목과 발목에 물혹이 생겨버린 지는 오래. 그래도 아들을 품고 열심히 계단을 오른다.

◆ 출산 사고로 뇌병변 장애 갖게 된 아들. 엄마는 24시간 붙어 있어야

문정 씨는 홍준이가 태어나던 날을 회상하면 눈이 질끈 감긴다. 홍준이는 분만 과정에서 머리가 산도 입구에 끼였다. 수술 시간이 지체되는 사이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돼 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스스로 몸을 가눌 수가 없어 목에는 튜브관을, 위에는 위루관(위에 음식물을 주입하는 호스관)을 꽂았다. 하루 5번 투입되는 영양제로 홍준이는 매일을 버텨낸다.

콧물과 가래는 홍준이의 생명을 위협한다. 이를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호흡이 불가능해 문정 씨는 늘 24시간 귀를 열고 있어야 한다. 가래를 제거하는 석션기가 있지만, 막상 사용하자니 망설여진다. 사용할 때마다 새 호스가 필요한데 한 달에 새 호스 구입 비용만 해도 최소 20만원이다. 한참 고민하던 엄마는 감당 못 할 비용 생각에 홍준이를 품에 안는다.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휴지로 가래를 받아낸다. 홍준이 옆에는 휴지가 쌓여갔다.

홍준이의 몸은 성한 곳이 없다. 패혈증은 기본에다 척추측만, 빈혈, 사시, 게다가 누워서 영양제를 받다 보니 역류성 식도염이 와 결국 위를 묶었다. 수술은 할 수 없었다. 망가진 홍준이의 몸은 긴 수술 시간을 버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비타민, 마그네슘, 항생제, 기타 영양제로 연명하다 보니 비용만 해도 한 달에 100만원이 넘어간다.

돈이 없는 탓에 엄마는 늘 대수롭지 않은 척을 해야 한다. 이제 기저귀마저 살 돈도 없지만 문정 씨는 '일부러 기저귀를 채우지 않았다'며 담담히 웃으며 누워있던 홍준이 바지 아래로 흘러나온 소변을 닦아냈다.

◆월 200만원이 안 되는 생활비에 나머지 자녀들은 방치

남편은 돈을 벌기 위해 충북 괴산으로 떠났다. 건설 현장을 전전하고 있지만, 월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월급으로 온 가족이 버티기는 어렵다. 홍준이에겐 고1 형, 중3 누나가 있다. 아픈 동생 탓에 나머지 자녀들은 스스로 자랄 수밖에 없었다. 학원은 사치고 끼니도 라면과 인스턴트 식품으로 때우는 날이 잦았다.

문정 씨의 몸도 점점 고장 나는 건 마찬가지. 홍준이의 출산 사고로 제왕절개를 하면서 난소와 자궁의 90%를 떼어냈지만 물혹이 자주 생겨 수술하기를 반복했다. 6개월 전 정기검진에서 발견된 종양. 의사는 당장 수술을 권유했지만 문정 씨는 선뜻 나설 수 없다. 돈보다도 당장 자리를 비우면 24시간 홍준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게 큰 걱정이다. 문정 씨는 오늘도 묵직하게 아파오는 고통을 참는다.

그런 엄마의 지극정성에 홍준이는 살 수 있는 나이를 훌쩍 넘겼다. 애초 의사는 홍준이의 수명이 생후 1년이라 했다. 이제라도 그만 포기하라 권하지만 문정 씨는 아이의 손을 놓을 수 없다. 편한 침대가 없어 방바닥에 눕히고 석션기 호스가 없어 휴지로 가래를 제거해줄 수밖에 없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이별을 앞두고 엄마는 늘 최선을 다한다.

문정 씨는 "뭐가 힘든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내 특별한 아이 홍준이가 잘 살다 갈 수 있게 정성을 다하고 싶다"며 옆에서 웃고 있는 홍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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