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20살 축복없는 출산 "네가 있어 엄마도 행복"

20살에 낳은 딸아이, "엄마도 노력할게, 딸도 함께 커 나가자"
장애인 딸 버리고 4개월만에 집 나간 동거남… 부모는 인연 끊자고 통보
혼자 헤쳐나가야할 세상, 극심한 우울증… 그래도 딸이 있어 행복한 삶

9살이지만 인지기능이 생후 3~4개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아윤이는 걷거나 말하지 못하지만 엄마 눈에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천사다. 이주형 기자
9살이지만 인지기능이 생후 3~4개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아윤이는 걷거나 말하지 못하지만 엄마 눈에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천사다. 이주형 기자

누구의 축복도 받지 못한 출산이어서였을까. 끊임없이 불행이 들이닥쳤다.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윤이(9·가명·여)를 두고 아빠는 모녀를 떠났다. 생후 4개월 만이었다. 100일이 갓 지난 아이를 안은 20살짜리 엄마가 수습하기엔 가혹한 현실이었다. 아이가 아이를 낳은 터였다.

엄마는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해 휘청였다. 눈물로 흘려보낸 세월만 2년이었다. 아이가 아이를 받아들이고 '엄마' 역할을 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되면서 세상을 원망하며 보낼 투정은 사치가 됐다. 작은 아이는 큰 아이를 자라게 했다.

"이젠 아윤이가 있어 산다"는 엄마다.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생활고'라는 벽은 아무리 넘으려 해도 넘어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정부의 여러 복지제도와 지원제도를 살뜰히 챙겨 아윤이의 재활치료에 전념했지만 늘 모자랐다.

◆막막함의 연속, 아이가 아이를 낳았다

엄마 김소정(28·가명)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1년 친구의 소개로 5살 위의 남자를 만났다. 아윤이의 아빠였다. 힘들게 컸다는 이야기에 동병상련의 심정이 생겼다. 자연스레 가까워졌고 덜컥 임신까지 하게 됐다. 만삭 무렵 임신 사실을 가족에게 알렸다. 소정 씨의 어머니는 그대로 졸도해버렸다. 2012년 8월 집을 나와 아윤이를 낳았다. 아윤이의 아빠는 4개월 만에 집을 나가버렸다. 취업한 곳에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말이지만 그때는 떠나간다는 것이 슬펐을 뿐 아무 것도 몰랐다. 몰라도 너무 몰랐다.

소정 씨는 동거남이 마련했던 원룸 보증금을 까먹으며 가지고 있던 TV, 반지 등 세간을 중고로 팔아 하루하루 버텼다. 출산 소식을 들은 아버지가 격분해 소정 씨에게 '인연을 끊겠다'고 통보한 탓이었다. 소정 씨는 "본가의 가정형편도 파산신청을 했어야 할 만큼 어려웠고 동생도 2명이나 있어 도움을 바랄 수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소정 씨는 출산 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여러 번. 그는 "아윤이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당시에는 우울증을 겪으며 아이를 돌보려니 너무 힘들어서 숨이 막혀왔었다"고 했다.

◆경련 멈춰야만 클 수 있는데 수술비용 꿈도 못 꿔

아윤이는 생후 6개월 무렵 영아연축 진단을 받았다. 주로 8개월 이하 신생아에게 나타나는 병이라고 했다. 반복하는 경련과 발작이 주요 증상이었다. 문제는 경련이 이어지면서 아이의 성장도 지연된다는 거였다.

아윤이의 증세는 악화됐다. 더 심한 발작을 동반하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을 앓게된 것이다. 9살이지만 인지기능은 여전히 생후 4개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운동 능력이나 언어 능력도 거의 없다. 갓난아기일 때부터 하루 100번도 넘게 한 경련이 아윤이의 신체와 뇌 발달에 치명적이었던 탓이다.

소정 씨는 병원이 제안한 미주신경자극술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경련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기계를 목에 삽입하는 수술이다. 효과도 입증됐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매월 90만원 남짓한 기초생활수급금으로는 500만원이 넘는 수술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그는 "병원에서는 아윤이가 뇌손상이 거의 없어 경련만 멈추게 하면 정상적인 발달이 가능할 거라고 하는데 지금도 매월 45만원 이상을 아윤이 재활치료에 쓰고 있어 비용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소정 씨는 "2016년 아윤이의 뇌수술 당시 작디작은 아이 머리에 장비 열댓개가 연결된 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힘들고 원망스럽다가도 딸이 쌔근쌔근 자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 가 없다"며 "부모가 되니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아윤이를 키우면 언젠가는 용서해주시리라 믿는다"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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