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몇 년 만에 흉기찔려 혼수상태로 소식전해온 동생…"인생은 왜 이리 모진가요"

어려운 유년시절 겨우 넘긴 뒤 범죄 피해당해 사경 헤매는 남동생보니 마지막 촛불 꺼진 것 같아

김정우(33 가명) 씨는 심장파열과 심정지로 3주 정도 혼수상태에 빠졌다. 최근 일반병동으로 옮겨졌지만 여전히 말을 하거나, 음식물을 씹지 못한다. 이주형 기자 김정우(33 가명) 씨는 심장파열과 심정지로 3주 정도 혼수상태에 빠졌다. 최근 일반병동으로 옮겨졌지만 여전히 말을 하거나, 음식물을 씹지 못한다. 이주형 기자

누군가의 묘소 옆 재실을 전전하며 떠돌이 잠을 청할 만큼 지지리 불우했던 유년시절, 세 살 터울 누나는 남동생의 보호자 노릇을 해야 했다. 동생이 '아비 없는 놈'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게 싫어 누나의 잔소리는 늘어만 갔고 동생은 점점 멀어졌다.

허리가 불편했던 엄마는 고된 노동을 감당하느라 장애까지 얻었다. 글을 몰라 친척에게마저도 돈을 떼이기 일쑤였다. 남매의 키가 한 뼘씩 클 때마다 수렁 마냥 깊어져 간 가난. 성인이 되고 나서는 내 몸 건사하기에도 벅찬 현실에 서로 만나 안부조차 묻지 못한 채 먹고살기 급급했다. 몇 년이 흐른 뒤 남동생이 흉기에 찔려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김희우(36·가명) 씨는 하늘이 깜깜해졌다.

◆ 살인미수 범죄피해에 심장파열, 가까스로 눈 떠

정우(33·가명) 씨는 지난 8월 지인으로부터 살인미수 범죄 피해를 당해 3주 가까이 눈을 뜨지 못했다. 15cm 길이의 흉기가 오른쪽 가슴을 뚫고 들어와 심장이 파열됐다. 심장을 감싸는 막에 혈액이 고이는 심낭압전, 심정지까지 와 병원에서도 수술 후 경과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사경을 헤매는 정우 씨를 보며 누나는 눈물로 며칠 밤을 꼬박 새웠다.

정우 씨는 사고 후 50일이 지나서야 중환자실을 벗어났지만 아직 말을 하지 못한다. 숨 쉬는 것도, 음식을 씹고 넘기는 것도 불가능해 현재 호흡기를 달고 코를 통해 영양분을 주입하고 있다. 의료진은 정우 씨가 식물인간이 되거나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퀵서비스 배달을 했던 정우 씨는 업체로부터 받아야 할 돈 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이유로 친구였던 업주로부터 흉기에 찔리는 피해를 입었다. 20만 원 남짓한 돈 때문에 이런 참극이 벌어진 것에 누나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희우 씨는 "당시 CCTV를 최근에야 확인했다. 업주가 동생을 마구잡이로 폭행하고 흉기를 꺼내 수차례 찌르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동생이 경찰 출석도, 상황 진술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범인이 제대로 죗값을 치르게 되는건지 알 길이 없다며 가슴을 쳤다.

그동안 밀린 수술비와 입원비는 벌써 2천만 원을 훌쩍 넘었다. 정신과 치료 중인 누나도, 시각장애, 지체 장애를 앓는 어머니도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한 부모 가장 누나

희우 씨는 우울증을 앓으면서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홀로 키우고 있다. 가난과 방임으로 인해 어릴때부터 육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해온 그는 유일하게 마음을 내줬던 고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22살 무렵부터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 뒤부터 우울증, 공황장애, 족저근막염 등 몸과 마음의 병을 달고 살았다. 결혼생활도 4년 만에 끝나버렸다.

세상은 가뜩이나 아픈 구석이 많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혼자 딸아이를 키우는 게 버겁지 않느냐"며 친근하게 접근한 지인은 희우 씨의 명의로 1억이 넘는 돈을 빌려 떠넘기고 종적을 감췄다. 희우 씨는 "배운 것 없는 사람들은 당할 수 밖에 없지 않으냐"고 한탄했다.

희우 씨는 씩씩하기만 했던 딸이 최근 혈뇨증상이 심해져 병원치료가 시급한데도 들이닥치는 빚 독촉에 거주지마저 이곳저곳을 옮겨다녀야 하는 상황이다.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정우 씨의 사고소식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희우 씨는 "동생이 눈을 뜬 것 만으로도 기적이라는데, 나는 눈 앞이 깜깜하기만 하다"며 "외롭게 크면서도 살아보겠다고 안간힘을 다 썼는데 불행은 왜 이렇게 끝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하염없이 눈물을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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