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g의 극단적 미숙아로 태어난 딸, 건강보험 적용 안돼 하루 인큐베이터 비용만 200만원

"열심히 일해 갚을테니 제발 우리 아이 살려주세요" 외국인 노동자 부부의 간절한 호소

출생 3개월이 지났지만 라스틴은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출생 3개월이 지났지만 라스틴은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외국인근로자 누리(32·가명·인도네시아)씨는 4년 전 경북 구미의 한 공장에서 태국인 왓차디(27·가명)씨를 만났다. 국적에서부터 언어, 종교, 문화 모든 것이 달랐지만 이들은 낯선 외국 땅에서 겪는 고된 노동의 고단함을 서로 보듬어 안으며 사랑을 싹틔웠다.

그 결과로 지난 3월 딸 라스틴(1·가명)이 태어났다. 그러나 체중 620g의 극단적 미숙아로 태어난 라스틴은 3개월 넘게 인큐베이터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에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 누리 씨 부부는 병원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어 하루하루 애만 태우고 있다.

◆7개월 채 안 돼 출산, 극단적 저체중

미숙아인 라스틴은 폐와 심장이 제대로 발달되지 못한 채 태어난 탓에 출생과 동시에 선천성 심장기형의 일종인 동맥관 개존증을 앓았다. 한 차례 심장 수술을 받고 지금은 회복단계에 있지만 폐 기능이 저조해 호흡곤란증후군과 기흉은 물론 갑상선 기능저하증까지 여러가지 병을 동시다발적으로 앓고 있다.

라스틴은 태어난 이후 신생아 집중치료실과 인큐베이터속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한채 생명을 겨우 이어가고 있다. 체온조절능력과 영양상태도 아직 안정적이지 않은데다, 인공호흡기로 인한 기관지 어형성증 등 합병증도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 라스틴은 힘든 상황을 잘 견뎌내고 있다. 체중이 벌써 출산 초기보다 3배 정도 늘어났다.

문제는 병원비다. 라스틴이 하루 사용하는 인큐베이터 입원비는 200만원이 넘는다. 벌써 3달을 있었으니 그 비용만 따져도 1억8천만원이 넘는다. 부모가 불법체류 외국인이라 건강보험 적용이 불가능한 탓이다.

누리 씨는 "병원에 병원비 지불능력이 없고 불법체류자 신세라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병원측에서 우선 아이부터 살릴 수 있도록 치료를 해줘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 고기잡이배 탔다 6개월 만에 도주, 여권도 불에 타

누리 씨는 2013년 3월 선원 비자로 입국해 경남 통영에서 멸치잡이 일을 했다. 6남 1녀 중 다섯째로 태어나 중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생선을 팔았던 그에게 한국의 고기잡이배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고깃배를 타면 3년만 일해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 한국행을 결심했지만, 기대와 희망도 잠시 실상은 지옥 그 자체였다"며 "6개월 동안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 본적이 없지만 월급은 90만 원도 채 못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툭하면 욕설과 구타를 일삼던 선장은 그만두고 싶다는 그의 말을 듣자 여권을 불태워 버렸다. 결국 누리 씨는 월급도 못 받은 채 가까스로 멸치잡이 배에서 도망쳤고, 이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돈을 벌어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누리 씨의 꿈은 라스틴이 태어나면서 물거품이 됐다. 누리 씨의 한 달 월급은 170만 원 남짓이다. 월세와 관리비, 2인 생활비에 딸아이 기저귀 값 등을 감당하기에도 역부족이다.

그는 1주일에 두 번 대구로 딸을 보러 오지만 아직 한번도 아이를 품에 안아보질 못했다. 누리 씨는 "매번 라스틴을 볼 때 마다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면서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생각은 아예 포기했고, 딸을 살려준 한국땅에서 열심히 일해 병원비를 갚겠다"고 했다.

통역사를 향해 끊임없이 말을 쏟아내던 누리 씨가 갑자기 잠잠해졌다. 딸 생각이 났는지 초점을 잃은 누리 씨의 눈동자가 허공을 응시하다 결국 벌겋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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