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뇌병변 장애 가진 연진이 "다 해주고 싶은데 생활 넉넉지 않아 미안하기만 해 "

이은영(44)씨는 뇌병변 장애로 걷지 못하는 연진이를 하루에도 수십차례씩 번쩍번쩍 들어 옮긴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이은영(44)씨는 뇌병변 장애로 걷지 못하는 연진이를 하루에도 수십차례씩 번쩍번쩍 들어 옮긴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뇌병변장애를 가진 엄연진(16) 양은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오는 아빠를 보자마자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아빠는 연진이와 함께 나란히 누워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부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도, 연진이와 놀아주는 아빠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지만 이들의 속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자식 병간호로 인해 쌓인 빚은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줄어들 기미가 없는데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치료비가 들어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미숙아로 태어난 쌍둥이, 언니는 2017년 하늘나라로

엄마 이은영(44) 씨는 임신 6개월만에 연진이 쌍둥이 자매를 출산했다. 미숙아로 태어난 두 아이의 체중은 1.5㎏ 미만. 연진이 자매는 4개월이 넘도록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해야 했고, 그 후유증으로 결국 뇌병변장애 판정을 받았다.

연진이는 운동신경이 거의 없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발작증세와 척추변형이 심해 지금도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가야 할 정도다.

연진이는 2017년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았다. 몸무게 20kg 미만의 허약한 연진이게는 치명적인 수술이었지만 변형된 척추로 장기가 눌려 숨을 쉴 수조차 없었던 탓이다. 연진이는 현재 꼬리뼈가 돌출돼 눕는 것조차 힘든 지경이다.

다리길이 불균형, 귀 연골, 치아, 발목 등 수술이 필요한 부위가 많지만 병원에서는 허약한 연진이의 몸 상태를 보고 섣불리 수술을 시도하지도 못하고 있다. 재활치료를 통해 경과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는데 이 기간이 몇 년이 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연진이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았던 쌍둥이 언니는 결국 지난 2017년 폐혈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씨는 "지금까지 몇 번 입원치료를 받았는지 헤아리기 수도 없다"며 " 재활치료를 하니 효과가 커 계속 시키고 싶지만, 이마저도 생활고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

엄마 이은영(44)씨가 연진이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엄마 이은영(44)씨가 연진이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 17년간 자매 병시중, 건강보험 적용 안 돼 빚 폭탄

이 씨는 직업군인이었던 부친을 따라 공군에 입대 후 충북 충주에서 남편을 만났다. 임신 소식에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는 것도 잠시 쌍둥이를 낳게 되면서 기나긴 생활고에 시달리게 됐다.

출산 직후 자매의 인큐베이터 치료비용과 고관절 탈골 수술에만 2억 원이 들었다. 연진이 부모는 물론 외조부모까지 치료비 마련에 뛰어들었지만 재산을 정리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신용불량자 신세가 될 정도로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첫 1년 동안에 들어간 치료비만 따져도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 갚지 못했다. 이 씨는 "처음에는 공무원이라 소득이 잡힌다며 차상위계층 선정이 안 된다고 했다. 1년간 들어간 병원 입원, 수술 서류를 다 가지고 가서야 겨우 선정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아픈 아이들을 돌보느라 결국 자신의 직업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연진이 아빠도 관사에서 생활하면서 열심히 돈을 벌어 살림에 보탰다. 이들의 노력으로 2억에 달하던 부채는 현재 4천만 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연진이 치료를 생각하면 막막한 형편이다.

2017년 2월 맏딸 사망 이후 두 달 만에 차상위 계층 취소 통보를 받으며 이 씨의 시름은 한층 더 깊어졌다. 아이 한 명 치료비가 줄게 되니 더 이상 나라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씨는 "연진이는 치과, 성형외과, 재활치료 등 건강보험 미적용 치료가 많아 걱정"이라며 "이미 한 아이를 떠나보낸 상황에서 정말 연진이에게 도움되는 것은 뭐든지 다 하고 마음이지만 돈 때문에 번번이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정말 가슴아프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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